▶전기성/한양대 지방자치연구소 조례클리닉센터장▶김황식 국무총리는 15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묘지를 독일어로 프리드호프(Friedhof)라고 쓰는 것은 ‘평화의 뜰’이란 뜻이며 장사(葬事)문화의 개선을 위해 해양장 현실화 등을 강조했다. 모처럼 들어보는 좋은 소식이다. 동방예의지국이면서도 추모문화는 폐쇄적인 법과 제도, 이기주의 사고와 이에 편승한 자치단체장의 안이한 행정으로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평생 존경받으며 살아온 분들이 세상을 뜨자마자 기피 대상이 되고 그분들을 모시는 추모시설은 대표적 혐오시설이 돼 버렸다. 외국의 도심에 공동묘지가 있고 성인(聖人)이나 유명한 연예인이 안치된 묘소에는 연간 수백만 순례객의 방문으로 지역경제와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것과 비교하면 너무나 다르다.수도권 주민은 화장시설 부족으로 장례 기간이 연장되고 요금을 추가 부담하는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묘지 증가로 인한 피해를 줄이려 2007년 자연장, 수목장 제도가 도입됐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이렇게 된 이유 중에는 국토계획법(약칭)에서 용도지역을 지정하고, 용도지역 안에 건축할 수 있는 건축물을 열거하고 이에 맞는 시설만을 설치하도록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보건대 장만석 교수▶중국과 일본 장례업 최고경영자들의 최근 교류회가 갖는 의미▶2011년 4월 중국지인의 초청을 받아 신해혁명 100주년 참석차 무한으로 가는 도중 상해에서 중국의 장례회사 간부를 만났다. 6월 11일에 중국의 장사민정직업기술학원이 중심이 되어 “2011년 현대 장제 의례 견학교류회”를 개최한다는 의외의 뉴스였다. 상기 교류회는 모택동 전 주석의 고향으로 우리에게는 장가계로 더 알려진 장사(長沙)시 장사민정직업기술 학원에서2011년 6월 11일 “생명의 존엄, 회귀의 創新” 제하로 개최되었다. 동 교류회는 이번이 처음으로 개최국인 중국에서는 금년 2월 25일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대표적인 장례기업인 복수원과 천진의 영안공묘, 무한의 시민핑회사 등 대형회사들이 참석하였고, 일본에서는 제단에 생화를 장식하는 대표적인 회사인 비우티 화단(beauty 花壇)이 참석하여 회의장 중앙무대 중앙에 생화제단제작을 실연하였으며, 대만에서는 봉안당 회사로 널리 알려진 금보산 그룹과 萬安生命사업기구, 懷恩祥鶴생명사업기구 등 회사들이 참석하였다.상기 일본과 중국의 장례업 최고 경영자들의 교류회가 갖는 의미는 우리의 장례업계에 시사하는
지난 7월 15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통해 발표된 장사제도 개선안은 그 동안 업계에서 그 필요성을 강조하던 사항들이 대부분이어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할 사항을 거론하고자 한다. 바다에 고인의 골분을 뿌리는 ‘해양장’을 장려하는 의미에서 그 처리가 적법하도록 ‘해양환경관리법’의 적용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사안에 대해서 본지는 강한 의문을 표시하고 싶다. 한 평생을 마감하는 고인의 유해는 그 형체가 어떠하든지 그 나름대로 소중한 것이다. 유가족들은 더러는 선산, 더러는 봉안당, 더러는 종교시설에 안치하고 추모의 념을 수시로 표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고인의 유해를 바다에 산골하는 경우는 그 유해가 처리할 곳이 없어 편법으로 처리하는 ‘폐기물’이 아니다. 바다를 생업으로 삼았거나 한평생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애착을 가진 고인들의 유언에 따른 경우가 대부분이라 할 것이다. 자신을 ‘조센진’이라고 부른 야쿠자를 살해한 뒤 인질극을 벌였던 재일동포 권희로 씨. 그는 자신을 화장한 유골의 반은 선친의 고향인 부산 영도 앞바다에 뿌리고, 나머지 반은 일본 시즈오카(靜岡)현의 어머니 묘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러나 그의 골분(骨粉)을 산이나
▶저출산·고령화는 한 번 추세가 형성되면 되돌려놓기가 힘들다. 일본도 온갖 몸부림을 쳤지만 실패했다. ▶일본에선 사망 후 4일 이상 지나 발견되는 고독사가 한 해 1만5600명에 달하고, 죽어도 시신을 인수할 가족이 없는 무(無)연고 사망자가 3만2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도쿄에선 죽는 이 10명 가운데 3명은 이른바 직장(直葬), 장례식 없이 곧바로 화장터로 가고 있다. 현재 일본 30대 남성 10명 가운데 3명, 여성 10명 중 2명은 50대가 될 때까지 결혼을 못할 거라고도 한다. 결국 일본은 혼자 살다 혼자 죽는 사회가 돼가고 있는 것이다.전통적인 가족 울타리가 약해지고, 급속하게 진행된 저출산·고령화로 돌봐줄 자식이 없거나, 자식이 있다 해도 20년 경기침체로 부모를 보살필 경제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인구 구성 비율은 일본을 10~15년 차이를 두고 뒤따라가고 있다. 오늘 일본의 스산한 모습이 내일의 우리 모습이라는 이야기다.일본은 지난 20년 인구가 감소하면서 기업 매출이 떨어지고, 일자리가 줄고, 그것이 다시 소비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겪어왔다. 작년 일본의 226개 백화점 가운데 매출이 늘어난 건 3곳뿐이었다. 어린이 인구(0~14세
▶금감원, 작년 자금흐름 조사하고도 이상 없다▶감사원이 지난해 4월 부산저축은행의 대주주 불법 대출 관행을 보여주는 결정적 사건을 포착해 금융감독원에 알렸으나, 금융감독원이 사실상 묵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정 당국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그룹은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영업허가도 나지 않은 경기도 시흥의 영각사 납골당 사업에 1200억원을 대출해 줬고, 이 중 860억원은 공사가 진행되지도 않은 납골당 증설 명분으로 대출이 이뤄졌다. 또 이 유령 공사를 맡은 시행사 3개사는 부산저축은행의 대주주인 박모씨가 실질적 소유자인 특수목적법인(SPC)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감사원은 이 같은 불법 대출 혐의를 잡고 금감원에 자금 흐름을 추적하도록 했으나, 금감원은 지난해 8월 (저축은행) 대주주와 (시공사 간의) 관련성이 나오지 않았다고 통보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최근 이 사업의 시공사인 연각개발·유달에프에이에스·이노인베스트먼트 등 3개 건설사는 부산저축은행의 대주주 박씨가 소유하고 있는 회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구속된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과 더불어 이 은행의 대주주다.감사원에 따르면 납골당 완공을 1년 앞둔 2005년 7월에 이뤄진 860억원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생각해볼 두 영화가 동시에 선보인다. 진득한 삶의 이야기들을 코믹하게 풀어온 장진 감독과 비정한 세상 속 인간사를 담담하게 그려 내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삶 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이야기들을 씨줄과 날줄 삼아 긴 여운이 남는 두 영화로 엮어 냈다.▶ 천국의 재해석▶로맨틱 헤븐은 장진 감독의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영화다. ‘일곱 번째 날, 그분은 그냥 쉬지만은 않으셨다’는 자막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삶과 죽음, 떠난 자와 남은 자의 상처와 치유에 대한 이야기를 장 감독 특유의 소동극 형식으로 풀어낸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는 택시기사 지욱(김동욱)은 치매 증세를 보이는 할아버지를 간호하며 지낸다. 지욱은 할아버지가 퇴원할 즈음, 할머니로부터 할아버지의 첫사랑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후 교통사고를 겪으면서 천국에서 할아버지의 첫사랑을 만난다.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 보낸 민규(김수로)는 공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민규는 장례를 치른 뒤 아내의 소지품이 들어 있던 가방을 찾지만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다. 암투병 중인 엄마를 위해 골수기증자를 찾는 미미(김지원)는 엄마와 골수가 일치하는 남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지만 그는
- 이정훈(중앙의전기획 대표).....▷장례행사를 준비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이 바로 ‘고인다움’을 표현하는 일이다. 이러한 작업의 시작은 고인의 살아온 역사를 되짚어 보는 과정과 함께한다. 어제의 역사가 오늘의 나를 만들 듯이, 고인이 걸어온 일생의 흔적들이 바로 오늘의 고인을 표현할 결정적이고 강렬한 힌트가 될 수 있다. ‘고인다움’은 바로 상징성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상징성은 고인을 바라보는 각계의 관점에서 일관된 이미지를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2011년 1월 30일 원로 애국지사 故 안춘생 선생의 영결식이 거행되었다. 각계 각층의 인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고인을 상징화한 코드는 바로 ‘태극기’였다. 안춘생(安椿生 1912년 8월 12일 ~ )선생은 한국광복군 출신의 독립 운동가이자 정치인이셨으며 안중근의 5촌 조카이기도 하다. 아버지로서, 독립운동가로서, 정치인으로서의 그의 삶을 조명했을 때 이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그의 삶의 코드가 “애국”이었고 이는 태극기를 통해 더욱 강렬히 표현될 수 있었다. 제단에 설치된 영정주위를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부드럽게 감싸 듯 연출함으로서 유연하면서도 강직한 고인의 성품을 표현하고자 하였으며, 상단에 걸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 미국 샌안토니오 대학(SAC) 장례학과 복수학위협약 체결▶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와 미국 샌안토니오 대학(San Antonio College, SAC) 장례학과와 복수학위제도에 대한 협약을 체결하였다. 복수학위취득제도란 외국대학과 체결한 학술교류협정에 의거하여 일정기간동안 국내대학 및 외국대학에서 교과과정을 이수하여 취득한 학점을 상호 인정받아 양 대학의 졸업요건을 충족한 후 각 대학의 명의로 학위를 수여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즉 대학 정규과정(을지대학교 4년)을 통해 취득학점을 충족하면 졸업시 양쪽 대학의 학위(2개의 학위)를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주로 2+2제(2년은 국내대학에서 2년은 협약체결 외국대학), 3+1제(3년은 국내대학, 1년은 협약체결 외국대학)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번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와 SAC 장례학과와는 3+1제(을지대학교에서 3년, SAC에서 1년)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복수학위협약은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2011년 신입생부터 적용되며, 기존의 서울보건대학 및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졸업생은 양 대학간 학점인정협약에 의해 SAC 장례학과에 입학시 학점인정에 의한 편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어느 시인처럼 인생은 즐거운 소풍일까라고 되묻곤 한다. 영원히 답을 찾지 못할 것 같다. 그저 오늘도 최선을 다할 뿐이다◀ - 이영우 (요양병원 간호사)어제 저녁에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이마에 큰 혹을 달고 있던 어르신에게 아무 일도 없어야 할 텐데…. 요양병원으로 출근하면서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나는 요양병원에서 일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대학병원에서 2년을 근무하다가 결혼과 함께 그만두었었다. 그러다 종군위안부 할머니들 사는 곳에 위문을 갔다가 저처럼 옛날 간호사들도 필요하면 전화주세요라고 의례적으로 한마디 했다. 그런데 한 달 후 전화가 왔다. 내가 필요하다니… 예순이 돼 가는데…. 그렇게 석 달간 봉사를 하다가 아예 정식 간호사로 나섰다. 혹시 나이가 든 간호사를 싫어할까 걱정도 했지만, 나이 드신 분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 준다고 오히려 좋아하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벌써 1년 전 일이다.밤 근무 간호사에게 아무 일도 없었다고 어제 상황을 인계받고 한숨을 돌리는데, 누군가 간호사실로 뛰어들었다. 선생님, 제 고무신이 없어졌어요. 누가 훔쳐갔어요. 머리는 늘 헝클어져 있지만 표정만은 진지한 94세의 치매 할머니다.
☞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안우환 교수.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명절 추석은 풍부하고 편안한 고향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온 가족이 하나의 공동체로서 조상의 제사준비에 분주하다. 과거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제사를 통하여 “효”정신을 배웠고 계층간의 위계질서를 체험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런데 요즘 조상에 대한 제사문화가 많이 변질 돼 안타깝다. 우리의 제사문화는 산업사회를 겪으며, 그 오랜 기반이 무너지기 시작했으며, 심지어 일제강점기에는 번문욕례(繁文縟禮)라 했고 산업사회에서는 고루(固陋)와 낭비가 심한 제도로 평가받았다. 또 1969년 가정의례준칙이 법제화되면서 전통성에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되었다. 보건사회연구원 설문조사에 의하면 광역시 이상 대도시주민의 연간 성묘횟수는 한 번도 하지 않은 경우가 13%, 1회가 26.1%에 불과하며 조상의 분묘를 관리하지 않고 버리는 무연분묘도 전체분묘의 약 40%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사라져 가는 제사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지극정성으로 모셔야 할 제삿날에 가족여행을 즐기면서 호텔에서 제수음식을 별도 주문하여 형식적으로 제사를 모시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는 우리의 전통관습을 훼손하고 조상을 욕되게 하는
▶강동구(동국대 생사의례학과 교수)▶상조공제조합(이하 공제조합)이 공정위의 승인(가승인)을 득했다. 상조공제조합이 제공하는 상조공제계약이 여러모로 현금예치보다는 매력적이다. 공제규정에 의하면, 선수금 총액이 100억인 상조회사의 경우 법 시행 첫해 보전조치해야 할 금액은 10억원이다. 해당 상조회사의 신용평가율(신용평가율은 해당회사의 계약고대비 자산비율, 선수금대비 유동자산비율 등에 의해 평가된다)이 80%일 경우 이 회사가 공제조합에 담보 넣어야 할 금액요율(담보금 적용비율)은 35%(공제규정 별표3)로 담보금액은 3.5억원이 된다(10억*35%). 그런데 이 회사가 담보금을 공제조합에 출자금으로 내면 80%(2.8억)만 내면 되고, 이를 출자금이 아닌 현금담보로만 낼 경우는 담보금액의 120%(4.2억)를 내면 된다(공제규정 별표2). 즉 실제로 10억을 내는 것이 아니라 2.8억~4.2억(신용평가율에 따라 이 범위 역시 달라짐)만 내면 10억짜리 공제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상조회사 입장에서 보면 현금예치(10억)보다 매력적인 것은 틀림없다. 반면 매력적인만큼 소비자나 이를 관리감독할 공정위 입장에선 다소 위험스러운, 부담스러운 측면
저녁 상가(喪家)에 구두들이 모인다/ 아무리 단정히 벗어놓아도/ 문상을 하고 나면 흐트러져 있는 신발들,/ 젠장, 구두들이 구두를 짓밟는 게 삶이다/ 밟히지 않는 건 망자의 신발뿐이다. 유홍준의 시 상가에 모인 구두들이다. 문상객들로 붐비는 빈소(殯所) 풍경이 눈에 선하다. 모양이 다른 문상객 구두들엔 다양한 인생살이의 고단함이 담겨 있다. 산 자의 구두들은 뒤엉키지만 죽은 자의 구두는 평온하다. 당나라 때 편찬된 수서(隋書)는 고대 한반도 장례풍습을 이렇게 기록했다. 북 치고 춤추며 노래 부르는 가운데 주검을 묘지로 운반했다. 임권택 영화 축제는 시골 상가에서 벌어지는 술판과 싸움판을 보여 준다. 슬픔을 삶의 활기, 용서와 화해로 달래려는 우리 장례풍습의 한 측면을 그렸다. 카뮈 소설 이방인의 주인공은 어머니 빈소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가 사회 부적응자로 몰린다. 서양에서도 상주(喪主)의 도덕을 따진다. 프랑스에선 2003년 여름 폭염으로 85세 이상 독거노인 400여명이 한꺼번에 사망했다. 유족이 제때 나타나지 않아 빈소도 못 차렸다. 영안실이 모자라 시신 100여구는 냉동트럭에 보관했다. 일간지 르피가로는 프랑스의 야만 사설에서 노인들이 품위 없는 생
▶어떤 말로 가족들을 위로할 수 있을까 ▶남들이 대피한 죽음의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게 소방관의 사명이다.먼 길 떠난 당신은 늘 푸른 나무/ 순수의 열정으로 빛나던 투혼/ 절망 속에 온몸 던진 희생과 사랑/ 아낌없이 다 내준 거룩한 사명/ 가슴마다 강물되어 길이 흐르리/ 먼 길 떠난 당신은 늘 푸른 나무.서울소방학교 추모탑에 새겨진 순직 소방관을 위한 추모시다. 소방혼(消防魂)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추모탑은 황금빛 불길이 하늘로 타오르는 모양새를 하고 있어 화재 현장을 떠오르게 한다. 화마(火魔)와 싸우다 현장에서 숨져간 소방공무원 79명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탑에 서면 언제나 회환에 젖는다.2004년 을지연습으로 우리 소방대원들은 서울 강남의 한 고층건물에서 인명구조 훈련을 하던 중이었다. 강남소방서 구조진압과장이던 나는 본부석에서 훈련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건물 옥상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가 사람을 구하는 훈련이었다. 그런데 뭔가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 것을 순간적으로 느꼈다.진압팀장이 울먹이며 내게 다가왔다. 대원 중 한 사람이 하강하다 추락해 급히 병원으로 이송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대원은 벌써 현장에서 순직한 상태였다. 눈앞이 캄캄했다. 안전요원을 배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誌) 산하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란 연구기관이 OECD 30개국을 포함한 세계 40개국을 대상으로 그 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품격(品格) 있는 죽음을 맞느냐는 걸 갖고 죽음의 질(The Quality of Death)을 조사해 한국 순위를 하위권인 32위로 평가했다. EIU는 죽음에 대한 사회의 인식, 임종(臨終)과 관련한 법제도, 임종 환자의 통증과 증상을 관리하고 환자 가족이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완화 의료(palliative care)의 수준과 비용부담 등 27개 지표를 비교했다. 영국이 제일 좋은 평가를 받았고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 벨기에가 뒤를 이었다.한국 사회에선 살아서 죽음을 맞을 준비를 한다는 사람이 거의 없고, 어떤 이의 죽음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그의 회생 가능성을 포기하는 부도덕한 일처럼 인식됐다. 그렇다 보니 인공호흡기 같은 기계장치를 감아 맨 채 고통 속에서 죽음과 만나게 된다. 병원들도 호스피스 시설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죽음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맞아야 하는지 교육받거나 고민해 본 적이 없는 의사·간호사가 임종 환자들 곁을 지켜왔다.국립암센터가
▶다시 길을 떠나며 “대접받는 중노릇을 해서는 안 된다.” 초심 학인 시절, 어른 스님으로부터 늘 듣던 소리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그런 중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칠십, 팔십 노인분들로부터 절을 받습니다. 저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입니다. 더 이상은 자신이 없습니다. 환경운동이나 NGO단체에 관여하면서 모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한 시절을 보냈습니다. 비록 정치권력과 대척점에 서긴 했습니다만, 그것도 하나의 권력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슨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에 빠졌습니다. 원력이라고 말하기에는 제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을 보면서 제 자신의 문제가 더욱 명료해졌습니다. ‘한 생각’에 몸을 던져 생멸을 아우르는 모습에서, 지금의 제 모습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저는 죽음이 두렵습니다. 제 자신의 생사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제가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이대로 살면 제 인생이 너무 불쌍할 것 같습니다. 대접받는 중노릇 하면서, 스스로를 속이는 위선적인 삶을 이어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