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직무상 상.장례 현장에 오래 있어본 적이 꽤나 오래 되는 것 같은 요즘이다. 그런데 최근 친지의 장례식에 처음부터 끝까지 동행하게 되었다. 한 사람의 임종과 그 후의 마무리 과정은 언뜻 슬프고 엄숙한 분위기여야 하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 대부분이 장례식장에서 거행되는 장례 행사가 상당히 형식적이고 무미건조한 분위기로 변한 것 같아 감회가 없을 수 없다.
고인을 엠뷸런스에 모시고 장례식장을 찾으면 시신은 우선 냉동실에 안치 후 빈소를 차리고 제단을 꾸민다. 도우미들의 접대용 음식 준비가 분주한 가운데 유족들은 상복을 입고 조문객을 맞을 채비를 차린다. 이윽고 하나 둘 찾아 온 조문객들은 우선 고인의 영정을 한번 바라본 후 묵념을 하거나 재배 절한 후 상주와도 맞절과 간단히 위로의 말을 건넨 후 접대홀로 안내되거나 사정이 있는 경우 곧 바로 물러난다. 저녁이 되어 오면 미쳐 조문하지 못한 친구와 친지들이 몰려와서 간단절차로 조문이 계속 진행된다.
3일장 마지막 날 오전, 영정과 제단 등을 정리한 후 발인 의식을 간단히 마치면 고인을 모신 리무진은 화장장으로 향한다. 접수번호에 따라 유족들이 주시하는 가운데 고인을 확인 후 화장로에 들어간다.
유족들은 1시간 20분 정도를 유족대기실에서 기다린다. 이곳에서 커피도 마시고 지각으로 찾아온 친지들과 얘기를 나누고, 따라 온 젊은이들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들을 하는가하면 사회에서 미쳐 결론을 못낸 사업얘기에 몰두하는 장면도 눈에 띈다. 화장이 진행되는 동안 유족을 비롯한 거의 모두가 가벼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마치 놀이터에 놀러 나온 사람들 같기도 하다. 영상화면의 안내에 따라 고인의 골분을 확인, 봉안함에 모신 채 봉안당으로 향한다. 배정된 위치에 안치후 제례실에서 마지막 제례를 한 후 유가족들은 자유시간이 된다.
이 모든 절차가 현대시설이 잘 갖추어진 장사시설에서 약식 절차에 따라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모습이 어떻게 보면 깔끔하고 간단해서 좋고, 어떻게 보면 너무 건조하고 형식적이어서 밋밋한 것 같기도 하다. 달리 해석하자면 현대 장례 행정과 시스템이 제자리를 잡아간다고 볼 수 있고 또 어떻게 보면 깊은 애도나 진정의 위로가 없이 절제되고 정형화된 의식으로 자리잡았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거대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형성된 시스템에는 특별한 변수가 없고 특별한 요구사항도 수용의 여지가 없다. 인생의 중요 의례인 장례시스템이 이젠 정말 완전히 자리를 잡았나.. 소중히 해오던 장례문화, 추모문화가 무색해진 현실, 편리하기만한 최신 장례문화란 이름으로 당분간은 계속될 듯하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허전한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