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성/한양대 지방자치연구소 조례클리닉센터장 ▶김황식 국무총리는 15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묘지를 독일어로 프리드호프(Friedhof)라고 쓰는 것은 ‘평화의 뜰’이란 뜻이며 장사(葬事)문화의 개선을 위해 해양장 현실화 등을 강조했다. 모처럼 들어보는 좋은 소식이다. 동방예의지국이면서도 추모문화는 폐쇄적인 법과 제도, 이기주의 사고와 이에 편승한 자치단체장의 안이한 행정으로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평생 존경받으며 살아온 분들이 세상을 뜨자마자 기피 대상이 되고 그분들을 모시는 추모시설은 대표적 혐오시설이 돼 버렸다. 외국의 도심에 공동묘지가 있고 성인(聖人)이나 유명한 연예인이 안치된 묘소에는 연간 수백만 순례객의 방문으로 지역경제와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것과 비교하면 너무나 다르다. 수도권 주민은 화장시설 부족으로 장례 기간이 연장되고 요금을 추가 부담하는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묘지 증가로 인한 피해를 줄이려 2007년 자연장, 수목장 제도가 도입됐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이렇게 된 이유 중에는 국토계획법(약칭)에서 용도지역을 지정하고, 용도지역 안에 건축할 수 있는 건축물을 열거하고 이에 맞는 시설만을 설치하도록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어린이날을 만든 소파 방정환 선생을 어린이공원이나 모교인 미동초등학교의 나무 하나를 골라 수목장으로 모신 후 업적을 기리고 추모한다면 교육정책으로도 좋겠지만 용도지역 제한 규정에 막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망우리 공동묘지에 모실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장사시설을 도시관리계획시설로 분류해 인근 주민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한 것이나 묘지 관련 시설 가운데 ‘묘지와 자연장지에 부수되는 건축물’로 자연장 자체를 모호게 분류한 것은 건축물 분류체계가 한계에 와 있음을 말해준다. 이외에도 문화재보호법 등 20여 법령에서 제한하고 있는데 이러한 제한을 벗어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국무총리실 발표에는 인천 앞바다에서 관행으로 연간 1200회 정도 시행되는 바다장을 법정장법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해양환경관리법을 고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바다에 배출할 수 있는 폐기물 종류에 골분을 포함시킨다는 의미다. 그러나 추모의 대상인 고인의 골분을 폐기물로 보는 것은 추모 정서에 어긋날 수 있으므로 장사법을 개정해 ‘바다장’을 새로운 장례 방법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추모시설의 설치는 국민의 관습이나 종교생활과 깊은 관계가 있으며 이해관계가 얽힌 대표적인 님비 시설로, 해결이 어려운 과제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장사법에서 정하는 장사시설 설치는 국토계획법 등 다른 법률의 제한에서 벗어나야 가능하다. 국토해양부 장관이 용도지역 규제를 대폭 완화하거나 아예 ‘추모시설 설치는 다른 법령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장사법에 정하는 바에 의한다’와 같이 일종의 특별법적 지위 부여를 고려해 볼 만하다. 다음은 추모문화 정착을 위한 홍보와 교육정책의 실현이다. 교회의 같은 자리에서 1시간 간격으로 장례식과 결혼식이 거행돼도 이상하지 않은 것과 같이 삶과 죽음은 공존하며 필연적으로 이어지는 순서에 불과함을 인식시켜야 한다. 고인을 문상할 때 시신을 볼 수 없게 가리는 장례 방법과 보건위생상의 위해성을 지나치게 강조해 오히려 혐오성을 부추기는 것도 개선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치단체장은 장사시설 설치는 지역 주민을 위한 필요한 복지시설로 알고 임기 내에 설치하도록 강조하는 것도 방법의 하나가 될 것이다. 총리실의 발표가 홍보용 발표가 아닌 추모문화 발전을 위한 제도화에 기여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문화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