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작년 자금흐름 조사하고도 "이상 없다" ▶감사원이 지난해 4월 부산저축은행의 대주주 불법 대출 관행을 보여주는 결정적 사건을 포착해 금융감독원에 알렸으나, 금융감독원이 사실상 묵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정 당국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그룹은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영업허가도 나지 않은 경기도 시흥의 영각사 납골당 사업에 1200억원을 대출해 줬고, 이 중 860억원은 공사가 진행되지도 않은 납골당 증설 명분으로 대출이 이뤄졌다. 또 이 "유령 공사"를 맡은 시행사 3개사는 부산저축은행의 대주주인 박모씨가 실질적 소유자인 특수목적법인(SPC)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이 같은 불법 대출 혐의를 잡고 금감원에 자금 흐름을 추적하도록 했으나, 금감원은 지난해 8월 "(저축은행) 대주주와 (시공사 간의) 관련성이 나오지 않았다"고 통보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최근 이 사업의 시공사인 연각개발·유달에프에이에스·이노인베스트먼트 등 3개 건설사는 부산저축은행의 대주주 박씨가 소유하고 있는 회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구속된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과 더불어 이 은행의 대주주다. 감사원에 따르면 납골당 완공을 1년 앞둔 2005년 7월에 이뤄진 860억원 대출은 대출 계약서에 사업 수익의 90%를 사업자가 아니라 은행이 갖는다고 명시돼 있다. 은행이 사실상 직접 투자를 한 것으로 이는 불법이다. 또 부산저축은행은 "금융자문 수수료"로 총 대출금의 20%를 받았다. 860억원을 빌려주고 172억원을 자문료로 받은 것이다. 대출 명목도 2만5000여기의 납골당을 10만기 규모로 증설한다는 것이었으나 당시 이 납골당은 관할 시흥시청의 영업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였다. 영업 허가도 나지 않은 납골당의 증설에 860억원을 추가로 빌려준 것이다.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영업·증설 허가가 나지 않아 증설공사는 물론 납골당 분양도 이뤄지지 않았고, 대출금 1200억원도 전혀 회수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출을 받은 시공사들은 마치 증설 공사를 해서 거래업체와 돈을 주고받은 것처럼 꾸몄다. 이 사건을 조사한 감사원 관계자는 "대주주와 임원들의 자금세탁용으로 납골당 사업을 꾸민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씨측은 "3개 시공사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했다. |
▶감사원 "금융 감사 하면서 그렇게 해괴한 대출은 처음" ▶감사원은 지난해 4월 초 금감원·예금보험공사와 함께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공동검사를 진행하던 중 수상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내역 64건을 확보했다. 은행이 사업 수익의 절반 이상을 갖거나 수수료가 총 대출금의 10%가 넘는 것들이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 중에 은행이 갖는 사업 수익과 수수료가 가장 높은 것이 영각사 납골당 대출이었다. 금융 감사를 해오면서 그렇게 해괴한 대출은 처음 봤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영업허가도 나지 않은 납골당에 1200억원을 빌려주는 것은 대주주가 연루됐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감사원은 관련 첩보를 입수해 납골당 관련 대출을 받은 연각개발·유달에프에이에스·이노인베스트먼트 등 3개 건설사의 실제 주인이 은행 대주주이자 건설업자인 박모씨일 것으로 의심하고, 지난해 4월 금감원에 대출자금의 흐름을 추적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넉달 뒤 "대출 과정이 미심쩍지만, 대주주와 시공사 간의 특별한 연관성은 찾지 못했다"고 알려왔다. 감사원 관계자는 "자금 흐름을 끝까지 추적해보라고 몇 차례 압박을 했는데, 금감원은 그때마다 "자금 거래는 정상이었다" "나오는 게 없다"고만 답했다"고 했다. 한편 감사원은 이 사업에 탈세 의혹이 있다고 보고 비슷한 시기에 국세청에 관련 서류를 이첩했다. 자체적으로 마련한 "자금세탁 계보도"도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국세청은 지난해 10월 "납골당 사업 과정에서의 탈세 사실을 밝혀내 시공업체 등에 200억여원의 추징금을 부과하고, 관련자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통보해왔다. 납골당에 들어가는 석재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부가세 신고를 하지 않았고, 영업허가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납골당 사업권 거래가 이뤄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국세청이 고발하며 넘긴 자료를 토대로 납골당 사업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중수부는 지난 2일 영각사 관련 대출을 받은 3개 시공사 모두 부산저축은행 대주주가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특수목적법인(SPC)이라고 했다. 검찰은 영각사 대출 건을 계기로 수사를 확대해 총 120개의 SPC를 찾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
▶<속보> 부산저축은행, 짝퉁 종교재단도 급조 서민 예금으로 7조원대 금융비리를 저지른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대주주가 "짝퉁" 종교재단까지 만들어 납골당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행정당국과 법원에 덜미가 잡혀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 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대한불교영각사재단이 "납골당 증설 신청을 반려한 처분은 부당하다"며 경기 시흥시장을 상대로 낸 봉안당 설치신고 반려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소송을 낸 재단은 2005년 3월 시흥시에 있는 영각사로부터 납골당 사업권 등 모든 재산을 인수한 단체다. 하지만 실상은 납골당 설치 공사에 참여했던 건설업자 박모씨 등이 설립한 "짝퉁" 종교단체라는 것이 사법부의 판단이다. 박씨는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와 이름이 같다. 부산저축은행은 이 납골당 증설 명목으로, 바지사장을 내세워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3곳에 832억여원을 빌려줬다. 이들 업체의 실질적 소유주는 부산저축은행 대주주 박씨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재단의 증설 신청을 시흥시가 반려하면서 사업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런데도 업체들은 마치 증설공사를 해온 것 처럼 꾸며 돈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김홍일)는 빼돌린 자금의 흐름을 쫓고 있다. 문제의 납골당은 1995년 당시 영각사의 주지였던 서모씨가 최초로 허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서씨는 당시 이연수 시흥시장에게 5000만원을 건네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 시장은 이 일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아 시장직을 잃었다. 한편 법원은 이 재단을 "짝퉁" 종교단체로 판단한 근거로 불교종단 등에 등록한 적이 없고 대표자로 돼 있는 손모씨를 승려로 인정할 자료가 없는 점, 공사대금채권 대신 납골당 사업권 등을 인수한 것으로 확인된 점 등을 들었다. 법원은 특히 재단이 2007∼2008년 납골당을 10만5125기 규모로 늘리겠다고 신청했는데, 설령 재단이 종교단체라고 하더라도 개정된 장사법 시행령에 따라 5000기 규모를 넘길 수 없으니 신청을 반려한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