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및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던 폐업한 상조업체 대표가 경찰 출석을 앞두고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31일 오전 8시 5분쯤 경기 김포시 고촌읍 국민상조 5층 건물 옥상에서 이 회사 대표 나모(47)씨가 목을 매 숨져있는 것을 회사 공동대표 김모(39)씨가 발견해 신고했다. 김포경찰서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난 달 18일 수사 의뢰를 받아 이날 오전 10시 나 대표를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었다. 나 대표 측은 경찰로부터 지난 23일 소환 통보를 받고 이날 출석하겠다고 알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날 나 대표의 차량에서 2장짜리 유서가 발견된 점으로 미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차량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고객들에게 갑작스러운 페업으로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하다. 본의가 아니었다. 한국상조공제조합을 통해 피해 회복을 받으시길 바란다’고 적혀 있었다. 나 대표는 유서에서 가족들에게 미안함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가족과 협의해 유서내용을 일부 비공개했다.
경찰은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는 한편 국민상조 관계자들을 상대로 횡령 및 배임 혐의에 대해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상조회사 업계 10위권이었던 국민상조는 8만7,000여명이 가입돼있었으나 지난 달 5일 경영난으로 갑작스럽게 폐업했다. 피해자들 상조공제조합을 통해 납입한 돈의 절반을 돌려받거나 안심서비스를 통해 약속한 가입상품을 다른 업체를 통해 보장받은 상태다. 한편 31일 현재 국민상조 홈페이지는 작동을 멈춘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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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폐업한 국민상조가 9만여명의 가입자를 상대로 제대로 먹튀를 했다. 잊을 만 하면 언론에 오르락내리락하며 가입자 피해와 화를 증폭시키던 일명 먹튀 상조업체 파산이 또다시 발생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정식 등록된 상조업체는 총 214개이며, 상조업체 선수금 규모는 3조9290억원으로 가입자는 무려 419만명에 이른다. 국민상조는 꾸준한 성장세로 자리매김한 제법 덩치 있는 회사였다. 특히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 전·현직 공직자 섭외는 물론이거니와 언론사 제휴까지 맺어 적극적 홍보마케팅을 벌여왔다.
하지만 국민상조는 무리한 사세 확장 탓에 결국 지난달 5일 부도를 맞게 됐고, 9만여명의 가입자는 한국공제조합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한국상조공제조합은 상조회사의 파산으로 인해 기존 가입자의 피해 확산 방지 등을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안심서비스 목적의 조합이다. 국민상조가 첫 사례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조합에 특정 상조업체가 파산해도 조합에 가입된 상조업체 중 조합이 지정한 8개 업체로부터 가입한 상품 그대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일단 조합은 이번 국민상조 피해 구제를 위해 가입자 대상 전용 상담사를 배정했고,가입자에게는 소비자피해보상금신청서 및 안심서비스신청서를 발송(8월19일 등기발송)한 상태이다. 하지만 조합 측의 대응 자세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조합은 피해보상금과 안심서비스 신청서 문의를 비롯해 등기로 발송된 접수신청 폭주로 업무혼선을 빚고 있다. 더욱이 보상금 지급과 안심서비스 신청 완료 통보까지 적게는 2주에서 최장 3개월까지 소요될 것이라는 안일한 답변으로 응대하고 있어 피해 가입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그럼에도 조합 관계자는 “국민상조 가입자만 9만명이고 문의 전화 폭주와 접수된 서류가 많아 자세한 일정을 알려드리기 힘들다”며 “애초 가입자가 유선상 개인정보(주소, 연락처) 변경은 불가능하며, 가입 당시 번호로 문자 통보만 이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합이 내건 안심서비스가 안심은 커녕 불안만 증폭시키고 있는 셈이다. 조합은 조속히 주소ㆍ연락처가 변경된 가입자와 스마트폰ㆍPC에 약한 어르신들을 위해 언론 보도 등 다른 방법으로 보다 구체적으로 피해 구제 신청과 방법을 알려야한다. 현재 조합은 고객의 연령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홈페이지상 보증서 조회-발급란에 간단한 개인인증 절차를 진행한 후 신청서를 내려받아 우체국에 하루빨리 등기로 접수해야 한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 [출처 : 매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