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시 예정지 주민들의 우울한 설날● 18일 설날을 맞은 충남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지 주민들의 마음은 우울하고 뒤숭숭하기만하다. 이번 설이 고향에서 보낸 마지막 명절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심행정타운이 들어설 연기군 남면 종촌.방축.송담리와 행정도시 첫마을이 조성될 남면 송원리 주민들의 마음은 더욱 착잡하다. 중심행정타운과 행정도시 첫 마을 조성사업이 다른 사업에 비해 1년 가량 이른 오는 7월께에 착공될 예정이어서 늦어도 4-5월까지 집을 비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장마를 피하기 위해 이들 사업을 1개월 빠른 오는 6월께 착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터라 주민들은 마음을 잡지 못한 채 초조하고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실제 이들 마을은 주민들의 30% 이상이 이미 대전과 공주, 조치원 등으로 떠나 명절 분위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적막했다. 남아 있는 주민들도 예년에는 명절 때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다녀온 뒤 한 자리에 모여 풍물놀이를 하거나 윷놀이 등을 즐겼지만 이번 설에는 그런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제는 농사를 지을 일도 없어 가보처럼 소중하게 관리해 온 각종 농기계도 주인을 잃은 채 녹슬어 가고 있다. 임헌남(75.남면 송담리)씨는 "이렇게 쓸쓸하게 설을 보내 너무 속상하다"며 "늙으면 고향에 돌아와 살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인데 다 늙어서 고향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나온다"고 한숨을 쉬었다. 인근 마을에 사는 윤종기(74.공주시 장기면 당암리)씨도 "벌써 마을의 10여가구가 대전과 조치원 등으로 이사를 했고 만나는 사람마다 "언제 이사하느냐"고 물어 심란하다"며 "이제 마을이 폐가로 변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뒤숭숭한 마을 분위기를 전했다. 같은 마을에 사는 이남진(45)씨는 "15년 전부터 고향 친구 10여명이 매년 설명절 전날 밤에 만나 우정을 다져 왔는데 올해 설에는 외지로 떠난 친구들이 너무 많아 모임을 갖지 못했다"며 "이러다가 고향 친구 모임이 영원히 사라지게 되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부안 임씨 집성촌인 남면 진의.양화리 주민들은 중심행정타운과 행정도시 첫마을 조성 예정지 주민들에 비해 1년 가량 더 고향에 남아 있을 수 있지만 이번 설명절을 맞는 심경이 섭섭하고 속상한 차원을 넘어 비통할 정도다. 임재경(50.남면 양화리)씨는 "우리 마을에 행정도시가 들어서면 600년 넘도록 살아온 부안 임씨의 근거가 송두리째 없어지게 된다"며 "산 사람이야 어디 가서 못살겠느냐. 하지만 이 곳에 터를 잡고 살았던 조상을 모신 수백기의 묘는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