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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상조회사의 설립과 폐업,사기의 전말

여자는 사업수완이 좋았다. 안모씨(54·여)는 십수년 전 양장점을 운영한 적이 있었다. 양장점에 이어 차린 여행사를 통해 "큰 돈"을 벌었다. 경기도 남양주에 매입한 땅에는 창고를 임대해 줬는데 임대료만 해마다 수억원이 나왔다. 돈이 모이자 다른 사업에도 관심이 갔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건설회사를 차렸다. 상품권을 제작 판매하는 회사도 설립했다. 그러던 중 여자는 "상조회사"에 관심이 갔다. 2004년은 각종상조회사가 붐을 일으키던 시절.

안씨와 사실혼 관계에 있던 남편 구모씨(60)가 마침 모 상조회사 간부 A씨와 친분이 있었다. A씨는 안씨 부부에게 "상조회사를 하면 큰 돈을 벌 것"이라며 "아는 사람을 소개시켜 줄테니 함께 사업을 해보자"라며 부부에게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여자의 직감은 맞았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광진구 및 강서구에 차린 상조회사는 서울 및 수도권 일대에 10개의 지점을 낼 때까지 번창했다. A씨가 소개한 사람들은 영업수완이 좋아 금세 8000명이 넘는 회원들을 모집했다.

위기는 2007년에 시작됐다. 영업실적을 올리기 위해 월급제와 수당제를 병행한 것이 화근이었다. 수당 경쟁이 붙은 영업 사원들은 가짜 회원들을 모집했다. 어떤 회원들은 3개월만에 해약을 했다. "돈이 되지 않는" 회원들이 8500여명 중 6900여명. 돈이 모이지 않자 안씨는 전략을 바꿨다. 직원들의 급여를 수당제로만 지급키로 했다. 기본급이 사라지자 급여가 제때 지급되지 못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에 불만을 품은 영업사원들이 2007년 12월 대거 퇴사했다. 영업사원들이 없으니 회원도 모일 리 만무했다. 상조회사의 자금줄이 막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안씨가 갖고 있던 상품권제작판매소나 건설사도 운영이 잘 되지 않았다. 안씨는 이 때부터 회원들의 부금을 개인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상조회사는 결국 2008년 경매에 부쳐졌다. 경매에 들어가자 여파가 다른 회사들에도 미쳤다. 여기저기서 대출금 상환 독촉이 들어왔다. 마치 카드 돌려막기를 하듯 안씨는 회원들의 부금을 2009년까지 여기저기 유용했다. 60개월간 꾸준히 납부를 해 온 상조회사의 완납 회원들 1084 명은 납입기한이 지나자 슬슬 "상조서비스" 또는 "환급"을 요청해왔다. 그러나 안씨의 상조회사에서 장제비 등 지원을 받은 회원은 487명에 불과했다.

결국 지난 4월 서비스를 받지도 못한 10명의 회원들이 경찰에 "사기"를 당한 것 같다며 신고를 해왔다. 회사로 연락해봤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경매를 거쳐 남편의 명의로 이전된 회사는 지난해 12월 자금부족을 감당하지 못하고 영업이 중단된 상태였다. 안씨는 경찰조사에도 성실히 임하지 않았다. "돈을 정당하게 투자했을 뿐 횡령한 사실이 없다"고 잡아뗐다. 회원들로부터 받은 24억원 중 9억원의 행방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회원들로부터 받은 상조부금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로 안씨는 구속되고 남편 구씨는 불구속입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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