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은 4년 만에 윤달이 오는 해. 뿐만 아니라 60년 만에 찾아온다는 "흑룡띠 해"이기도 하다. 벌써부터 관련 업계엔 "윤달 특수" "흑룡띠 특수"를 잡기 위한 마케팅이 한창이고, 결혼 출산 장례관련 분야에는 별의별 모습이 쏟아지고 있다. "업계의 얄팍한 상술"이란 지적도 있지만, 우리 사회가 너무 "속설"에 의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우선 내년은 윤달이 드는 해로, 음력 3월이 두 번 이어진다. 두 번째 3월, 즉 윤달은 양력으로 치면 4월 21일부터 5월 20일까지 해당한다. 윤달은 예로부터 "공달" "썩은 달"이라고 해서 이 기간 동안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들이 미신처럼 전해져 내려온다. "윤달에 결혼하면 부부 금실에 문제가 생기고 자녀 갖기도 힘들다"는 속설 때문에 결혼은 기피하게 되고, "손 없는 달이어서 묘를 옮기면 좋다"는 말때문에 이장(移葬)이 성행한다. 결혼시장엔 이미 윤달신드롬이 나타나고 있다. 내년 봄 결혼을 생각했던 직장인 최모(33)씨는 현재 예식장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그는 "내년 4, 5월 윤달이 끼는 바람에 결혼식이 3월과 6월로 몰려 예식장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미신을 믿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찝찝해서 피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3월과 6월 예식장을 잡지 못한 예비 신혼부부 상당수는 아예 예식을 1, 2월로 당기거나 6월 이후로 늦추는 해프닝까지 벌어지고 있다. 예식업계는 울상이다. 서울 역삼동의 한 예식장 직원은 "5월의 신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예약이 거의 없다"고 한숨 쉬었다. 호텔도 마찬가지여서 롯데호텔 서울의 경우, 윤달이 끝나는 5월 말부터 6월까지 웨딩 예약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전년 동기간 대비 20% 이상 늘었지만, 4~5월은 뜸한 편이다. 롯데호텔 조재한 주임은 "윤달을 피해 꽃샘 추위가 매서운 3월보다는 늦봄이나 초여름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도 3월과 6월 예약 현황이 눈에 띄게 증가해 주말 예식의 경우 이미 70%가 찬 상태다. 반면 장례ㆍ수의업체들은 윤달 특수를 잔뜩 기대하고 있다. 이장 상담 전화문의가 평소보다 5배 이상 대폭 늘었고, "윤달에 수의(壽衣)를 구입하면 장수한다"는 속설 때문에 수의가 효도선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수의 제작ㆍ판매업체인 경북 안동의 "안동삼베닷컴" 김명섭(49) 사장은 "특히 딸들이 효도상품으로 수의 구매를 많이 예약하고 있다. 모처럼 찾아온 특수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상류층은 한 벌 당 적게는 4,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을 호가하는 황금수의도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은 임진년으로, 검은색을 뜻하는 "임(任)"과 용을 의미하는 "진(辰)"이 합쳐져 60년 만에 오는 "흑룡의 해"로 불린다. 흑룡은 용기와 비상, 희망을 상징하는데 흑룡의 해에 2세를 낳기 위해 결혼과 출산수요가 몰리는 분위기다. 한 호텔 관계자는 "원래 연말 연초는 결혼 비수기인데 흑룡 때문인지 예약이 이미 마감됐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등도 흑룡의 해를 맞아 ▦출산세트 할인권 제공 ▦아동용품 경매 잔치 ▦육아용품 특가전 등 베이비 붐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