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 미국 애틀랜타에서는 매년 10월 시민들이 시내 공원묘지에 모여 음악과 패션 등 예술을 즐기는 이색적인 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는 묘지와 축제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조합 때문에 생경해 보이지만 160여년의 역사를 간직한 유서깊은 공원묘지에서 음악, 패션, 게임과 먹거리까지 곁들여져 이를 찾는 시민들의 발길도 늘고 있다. 10월 첫 일요일인 3일 오후 애틀랜타 시내 오클랜드 공원묘지(Oakland Cemetery)에서는 올해로 31회째를 맞는 `공원에서 일요일을"(Sunday in the Park)이란 축제가 열렸다.축제장에는 휴일을 맞아 가을정취를 즐기기위해 나온 가족단위 나들이객에서부터 젊은 연인 들까지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로 가득했다. 이 공원묘지는 1850년 애틀랜타 시민이 불과 2천500명에 불과할 정도로 시가 막 형성되던 시절, 시 외곽의 6에이커(2만4000㎡) 땅에 시립묘지 성격으로 조성된 것. 하지만 160여년의 세월속에 묘지는 점차 확대되어 현재는 48에이커(19만4천㎡)로 커졌고, 주 의사당에서 1마일(1.6㎞)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도심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다. 묘지에는 남북전쟁 당시 숨진 3천여명의 무명용사와 6천900여명의 남부군 병사 유해를 비롯해 1870년대 이후 미국으로 이민온 동구권 유대인 그리고 흑백차별 속에 박해를 받던 흑인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연을 간직한 7만여명의 영혼이 안식하고 있다. |
바비 존스의 묘 앞에는 골프 성인이란 별명답게 방문객들이 놓고 간 골프공이 즐비하게 놓여있고, 묘비석 위에는 골프를 칠 때 쓰는 티도 여러개 보였다. 마거릿 미첼 묘는 뒤에 남편의 성(Marsh)을 사용한 이름이 보이는 가운데 방문객들이 놓고간 동전들이 비석 위에 한아름 놓여있었다. 오클랜드 공원묘지는 19세기 중반 유행했던 `시골 정원(rural garden)과 같은 묘지 조성 운동"의 영향을 받아 묘지 주변은 대형 오크 나무와 관목 및 꽃 등으로 둘러싸인 가운데 곳곳에는 아름다운 조각상들이 즐비하다. 또 묘비석도 그리스, 빅토리아 양식 등 각기 시대별 양식을 망라하며 자태를 뽐내고 있어 묘지가 아니라 정원을 방불케 하고 있다. 녹음이 우거진 이 공원은 인근 지역에 비해 기온이 5도 정도 낮아 시민들이 더위를 피해 휴식을 취하고, 늦가을 핼러윈 축제 때는 기괴한 복장으로 차림을 한 시민들이 밤에 묘지투어를 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3일 열린 축제에는 특히 빅토리아풍의 의상을 하거나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와 같은 의상을 하고 나온 여성들이 다수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축제 주최 측이 매년 개최하는 빅토리아풍 전통의상 경연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이런 차림을 했다. 또 남부군 묘지 앞에는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 복장을 한 남성들이 정렬한 가운데 남부군 깃발과 텐트 및 소총 등을 전시해 놓기도 했다. 유대인 묘역 앞에서는 후손들이 이스라엘 깃발을 내걸고 간단한 추모행사를 갖기도 했다. 이 묘지에서 축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 1976년 `히스토릭 오클랜드 재단"이 설립되면서부터. 묘지가 설립된 지 100여년이 넘으면서 후손들이 사라져 돌보지 않는 묘지들이 늘고, 일부 묘는 도굴범들에 의해 훼손되고, 일부 도심 우범자들의 활동무대처럼 변하자 뜻있는 인사들이 재단을 만들어 묘지 관리와 보호에 나선 것이 계기가 됐다. |
재단 측은 현재 2008년 3월 애틀랜타시내를 휩쓸고 지난 토네이도로 인해 묘지의 일부가 훼손됨에 따라 이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기 위한 보수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마디로 오클랜드재단은 웹사이트에서 공언하고 있듯이 "애틀랜타의 과거를 추모하고, 미래를 축하하는 활기찬 공원과 존경받는 묘지"의 조성을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고, 그 결실은 축제마당을 통해 시민들에게 돌려지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