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우리 아버님 묘지인데 도대체 그쪽은 누구십니까?" 일면식도 없는 두 집안이 수십년간 똑같은 묘에 성묘를 해온 사실이 "우연의 일치"로 만나 밝혀지자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1일 오전 해남군 현산면 고담리 속칭 "가는정" 공동묘지. K(30·경기도 성남시)씨는 동생, 어머니와 함께 지난 1980년 사망한 부친의 유골을 납골당으로 모시기 위해 매년 성묘해온 이곳을 찾았다. 파묘 작업 이후 유골 수습이 끝날 즈음 K씨 앞에 C(65·서울시 성북구)씨 가족이 벌초 장비를 들고 나타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C씨는 "1983년 돌아가신 아버님 묘를 그동안 친척들이 벌초하며 관리해 왔다"며 "당신들은 누군데 우리 아버님 묘를 팠느냐"고 따져 물었다. K씨는 "생활형편이 조금은 좋아져 더 좋은 곳으로 아버님을 모시기 위해 파묘하러 왔다"며 "성묘하러 올 때마다 벌초가 돼 있어 의아하긴 했지만 이곳은 우리 아버님 묘가 분명하다"고 반박했다. 이유야 어찌 됐건 수십년간 한 묘에 제를 지내온 "황당한 사실"이 한날, 한시에 한 집안은 파묘를 위해, 또 다른 집안은 벌초를 위해 왔다가 기적적으로(?) 맞닥뜨리면서 밝혀진 것. 양 집안의 실랑이가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급기야 경찰이 출동, 현 장소에 유골을 재안장 한 뒤 민간업체에 DNA 검사를 의뢰해 묘지 주인을 가리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경찰 관계자는 "DNA 검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결국 한 집안은 부친의 묘가 사라질 수 밖에 없을 텐데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