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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미군기지는 문화재의 보고

 
2008년 반환되는 서울 용산미군기지에서 조선시대 제천행사 터와 문인석, 고려·조선시대 도자기 조각 등 각종 문화재가 다량 발견됐다. 특히 구한말 유일한 감옥으로 알려진 서대문형무소보다 시기적으로 앞서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군용 감옥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문화재 전문가들은 앞으로 용산민족공원 조성에 앞서 추가적인 발굴 및 조사작업과 함께 철저한 문화재 보존대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1일 문화재청이 중앙문화재연구원에 의뢰해 지난해 10월 작성한 ‘용산 게리슨부지 문화재 지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현 용산미군기지 81만평에 고려·조선시대의 각종 유적과, 주로 1903∼1920년 세워진 근대 건축물이 다수 분포돼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일제강점기 감옥으로 사용됐던 구한말 건축물. 사우스포스트 동쪽에 위치해 있으며, 서대문형무소보다 앞서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왼쪽), 조선시대 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문인석. 원래 위치에서 옮겨져 기지내 장식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기지 내 문화재 지표조사는 지난해 9월26∼30일 5일간 미군 당국의 협조를 얻어 처음으로 실시됐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미군의 동의하에 공개할 수 있다는 협의 내용에 따라 그동안 보고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문화재청은 당시 조사에서 고려·조선시대 유물·유적터 7곳과 일제 때 지어진 업무·주거용 건물 226동, 교량·석축 6개, 문인석 10여기 등 문화재 250여점을 발견했다.

캠프코이너 동쪽의 소구릉 지역에서는 조선시대 제천행사를 열었던 남단(南檀) 터가 발견됐다. 석재가 2단으로 쌓여 있는 이 시설물 주변에는 많은 석재들이 흩어져 보존이 시급한 실정이다. 기지 내 곳곳에선 조선시대 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문인석(文人石) 10여기가 확인됐다. 본래 기지 내에 있던 묘지 앞에 세워졌던 이들 문인석은 도로 부근 등지로 옮겨져 조경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부 석상은 파손되거나 페인트로 훼손된 상태였다.

또 사우스포스트 5곳과 메인포스트 1곳 등 6곳에서 고려·조선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도자기 조각들이 다량 발견됐다. 사우스포스트에서 발견된 군용 감옥은 1908년 완공된 서대문형무소(사적324호)보다 앞선 시기에 세워진 것으로 연구원은 추정했다. 현재 남한 내 구한말∼광복 이전 감옥으로는 서대문형무소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조사작업에 참여했던 문화재청의 한 관계자는 “사전조사 성격의 지표조사만으로 다수의 문화재가 확인됐다”면서 “용산기지의 반환 이후 활용계획이 수립되기 전에 현존 문화재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휘준 문화재위원장은 “정부나 서울시가 용산미군기지 활용 문제에만 몰두하고 문화재 현황 파악은 등한시하고 있다”면서 “정밀한 발굴조사 등을 통해 문화재를 보존하는 방안이 향후 공원화 계획에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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