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번 설에도 많은 사람들이 선친의 묘소를 찾아서 제사도 지내고 묘지의 상태도 돌보고 하겠지요. 조상의 묘소를 잘 관리하고 보살피는 것은 우리 문화이자 미풍양속인데 조상을 모시는 정성이 너무 강하다보면 묘소를 둘러싸고 법적인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먼저 비석에 대한 분쟁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망인이 생전에 상처를 하고 재혼을 하였는데 망인의 비석에 배우자의 이름을 기재하면서 재혼한 배우자의 이름은 기재하지 않았나 봅니다. 그래서 재혼한 배우자의 자식들은 서운한 마음에 모친의 이름이 기재된 비석을 새로 설치하였는데 결국 한 개의 묘소에 비석이 두 개가 된 셈입니다. 이렇게 되자 먼저 비석을 설치한 자식들이 뒤에 설치된 비석의 철거를 법적으로 요구하게 되었습니다. 장사에관한법률에 의하면 묘소 한 개당 하나의 비석과 하나의 상석만 쓸 수 있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비석을 먼저 설치한 사람이 그 보다 뒤에 설치한 비석을 철거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또한 남의 토지에 묘지를 설치하게 되었을 때 토지 주인의 승낙을 얻어서 설치하였다면 이른바 분묘기지권이라는 권리가 설정된 것으로 보기 때문에 토지 주인은 남의 묘지라고 함부로 파헤칠 것을 요구할수 없습니다. 그러나 묘지설치를 승낙하지 않았을 때는 묘지를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을 요구할 수가 있는데 누구를 상대로 그러한 요구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우리 판례는 묘지를 수호하고 관리할 수 있는 권리는 제사를 주재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제사를 주재할 수 있는 사람을 종손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토지 주인이 자기땅 위에 있는 남의 묘지를 이전할 것을 요구하려면 묘지에 묻힌 사람의 종손을 상대로 해야한다는 결과가 됩니다. 종손이 아닌 사람을 상대로 하려면 종손에게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하겠습니다. [김주현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