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에 따르면 노인층의 금융 소외현상이 점차 심화되는 중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2016년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에서 인터넷뱅킹 등 디지털 금융 이용 비율은 세대별 편차가 매우 컸다. 인터넷뱅킹만 하더라도 20대가 79.8%, 30대 88.1%, 40대 73.5%인 반면, 50대는 42.5%, 60대 14.0%, 70세 이상은 4.3%로 조사됐다. 금융당국은 올해 1월부터 금융사들이 고령층 전담 창구와 전화상담 인력을 확대하라고 권장했다. 금융소비자연맹도 금융업계의 노인 소외현상을 점검하는 실태조사를 벌이고, 노년층을 ‘신금융소외 계층’으로 칭했다.
노년층, 스마트폰 사용 불편한 실정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영업 지점은 3년 새 500여개가 사라졌다. 지난해 말 기준 시중은행이 운영하는 영업 지점은 총 7012개다. 2013년 7502개, 2014년 7304개, 2015년 7181개로 꾸준히 줄어들었다. 한국은행의 ‘2016년 모바일 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 결과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60대 이상 연령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82%나 되지만 모바일뱅킹 이용률은 13.7%에 불과했다. 10명 중 8명은 스마트폰을 갖고 있지만 1.3명만이 스마트폰으로 은행 업무를 보는 것이다. 비대면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은 대면 업무를 선호했다. 이에 따라 은행업계는 비대면 서비스로 젊은 세대 고객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모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모바일 인구는 전 세대에 걸쳐 있지만 모바일 뱅킹 서비스는 수요가 많은 젊은 층을 타깃으로 경쟁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영업망 축소 불가피’ 피력
영업점이 급감하면서 노년층은 금융거래의 사각지대에 몰렸지만 은행업계는 지점 축소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 전체 조회서비스에서 모바일 뱅킹을 포함한 인터넷 뱅킹 비율은 80.6%를 기록했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지점 창구거래와 자동화기기 등 오프라인 거래는 15.5%에 불과했다. 은행업계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B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거래가 확산되면서 오프라인 거래의 효용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지점 축소 현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대면 채널은 비용이 적게 들고 미래금융을 위한 대비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이탈하는 고객도 막을 수 있다”며 “은행들의 디지털화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공공성을 띈 은행이 수익성에만 치중한다고 비판한다. 특히 디지털 금융으로의 급속한 전환은 노년층을 ‘신금융소외 계층’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노년층은 현금을 선호하고 신용카드나 모바일 결제에는 익숙하지 않은데 이들이 감수해야 할 불편이 너무 커졌다”며 “외환위기 당시 거대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 산업이 공공성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금은 스마트뱅킹 시대인 동시에 백세시대에 들어섰다"며 "금융기관은 노인을 비롯한 취약계층 전용 창구와 이동은행 활성화, 인터넷뱅킹 교육 등 사각지대를 없애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