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에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도입된 지 올해로 3년째다. 지금까지 GP(최전방초소)와 GOP 등 전방 지역 63개 부대에서 3000여 명이 이용했다. 주로 감기 등 가벼운 증상의 환자들이지만 자칫 위험할 뻔한 환자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1월 강원도 GP에서 근무하던 조모 상병은 커터칼로 작업을 하던 중 부러진 칼날이 왼쪽 눈에 튀었다. 겉으론 큰 이상이 없었지만 계속 불편해 원격진료를 요청했다. 눈의 상태를 자세히 관찰한 군의관은 “안구 손상 같다”며 즉각 후송을 지시했고 국군수도병원에서 안구천공(안구가 뚫림) 진단을 받았다. 하루만 늦었다면 실명할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원격의료에 대한 병사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지난해 국방부 설문조사에서 원격의료를 경험한 병사 2170명 중 ‘이상이 있을 때’ 12시간 이내에 진료를 받은 병사는 83%나 됐다. ‘만족한다’는 응답도 90%에 달했다. 반면 다른 부대에서는 12시간 이내 진료가 35%에 그쳤다. 이런 효과를 바탕으로 정부에선 연내 5억원을 투입해 군 원격의료지를 13개소 더 늘릴 계획이다. 또 원양어선이나 도서벽지 등 의료 취약지를 대상으로 한 원격의료 시범사업도 확대할 방침이다.
하지만 민간에 원격의료를 확대하는 방안은 여전히 논란이 크다. 환자들이 대형병원과의 원격의료를 선호해 동네병원이 설 곳이 없어질 거란 우려에다 환자가 기기를 오작동시킬 위험이나 오진 가능성도 여전해서다. 이 때문에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2010년 국회에 제출된 후 번번이 처리가 무산됐다. 김주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선진 의료시스템은 원격의료가 아니라 환자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이송해 가장 적절한 치료를 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은 “원격의료 서비스가 제도화될 수 있도록 의료법 개정안 처리를 조속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