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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와 해학의 아이콘, 구봉서 떠나다

그는 후배들의 ‘이정표’이자 코미디계의 ‘대부’였고, 풍자와 해학의 ‘아이콘’이었다. 故 구봉서는 지난 8월 27일 오전 1시59분께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한창 제 4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하 ‘부코페’)가 진행되고 있던 중이었다. 후배들은 코미디계의 큰 별이 스러진 것에 통탄을 금치 못했다. 한국방송코미디언협회 회장 엄용수, ‘부코페’ 명예위원장 전유성 등 많은 코미디언들이 그를 추모하고 나섰다. 1956년 영화 ‘애정파도’로 연예계에 데뷔, 해학과 풍자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코미디언이자 영화배우였던 구봉서. 한국의 찰리채플린으로 평가받는 구봉서의 삶을 들여다 본다.


유복한 집안의 아들이 악극의 배우가 되기까지 1926년생 구봉서는 유복한 집안의 외아들로 태어나 일본에서 동양음악전문학교를 수료했다. 과거 “유치원도 다녔고, 나를 따로 봐주는 유모가 있었다”고 말할 정도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구봉서는 아코디언을 가지고 길을 가다 만난 가수 故 김정구의 친형인 김용환이 이끄는 태평양가극단에 들어가게 된다. 물론 집안의 반대는 심했다. 하지만 구봉서는 극단의 아코디언 연주자의 길을 택했다. 그렇게 1945년 8.15 해방 후 가극단에서 활동 중 연극 공연을 앞두고 갑자기 사라진 배우를 대신해 애드리브로 넘치는 첫 무대를 치르고는 연기자로 데뷔하게 된다. 이후 1956년 영화 ‘애정파도’로 데뷔할 때까지 18년 동안 악극단 생활을 했다. 이후 1958년 영화 ‘오부자’의 4형제 중 막내를 맡아 ‘막둥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는 육군 군예대, 해병대 군예대를 거친 군생활 동안 육군본부에서 ‘영혼의 단짝’이었던 故 배삼룡을 만나기도 했다. 구봉서는 1969년 개국한 MBC의 ‘웃으면 복이와요’의 고정 패널로 활약, 국내 최고 코미디언으로 우뚝 섰다.


그의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 워리워리 세브리깡 무드셀라 구름위 허리케인에 담벼락 서생원에 고양이 고양이는 바둑이 바둑이는 돌돌이”란 유행어는 국내 최고 길이의 유행어다. 당대 최고 코미디언들이 구봉서와 함께 했다. 김희갑, 서영춘, 곽규석 등이 그와 함께 했고, 특히 배삼룡과는 콤비로 활약을 했다. 구봉서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끼리도 코미디를 하며 정말 웃었다. 애드리브를 던졌을 때 어떻게 받아칠까 상상만 해도 웃음이 터져서 서로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났다”고 회상할 정도였다. 이들은 국민들의 웃음보를 터뜨리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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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한 지성인 쓴소리 마다않던 코미디언 그는 책을 손에서 놓지 않을 정도로 독서를 좋아했다. “사람을 웃기기 위해서는 치밀한 사전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던 구봉서는 ‘치밀한 사전계획’을 위해 늘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익혔다. ‘간접 체험’을 할 수 있는 독서도 그와 일맥상통했다. 구봉서는 영화배우로서도 인정받은 인물이다. 그는 ‘벼락부자’ ‘남자 가정부’ 등의 코믹영화뿐 아니라 ‘돌아오지 않는 해병’ ‘수학여행’ 등의 정극에서도 안정된 연기력을 펼쳤다. 가수, 코미디언, 배우를 넘어 전방위 예술가로 활동했던 구봉서는 한 시대의 ‘아이콘’이라고 불릴 만 했다. 또한 그는 해학과 풍자로 서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매력이 있었다. 1963년부터 시작한 ‘안녕하십니까, 막둥이 구봉서입니다’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이거 되겠습니까? 이거 안 됩니다”라는 유행어를 만들었다. 이 유행어를 통해 사회 풍자를 서슴지 않아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가 꿈꾸는 웃음은 “가슴 찡한 코미디”였다.


찰리 채플린을 좋아한다고 말했던 구봉서는 자신의 코미디 또한 애환과 눈물이 담겨져 있길 바랐다. 단순히 웃기는 것이 아닌, 메시지가 있는 코미디를 만들기 위해 애썼다. 늘 시간 약속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사고로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있을 때도 방송 녹화를 하는 열정을 보였던 구봉서의 태도는 늘 귀감이 됐다. 또한 그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나서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생전 후배들의 처우와 코미디언의 행보에도 많은 고민을 했다. 스스로의 인기에 취하지 않고, 사회 풍자를 멈추지 않으며, 후배들의 처우 개선에도 앞장섰던 구봉서의 행보는 후배 코미디언들의 좋은 본보기가 됐다.


코미디언계의 큰 별이 졌다 그가 갔다 배삼룡, 서영춘 등 원로 코미디언들을 앞세우고 홀로 남은 구봉서는 2010년 故 배삼룡을 보내며 “이제 나의 동기도, 동료도 남아있지 않다”고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하지만 이제 그는 동료들의 곁으로 떠났다. 코미디언계의 유일하게 남았던 큰 별이 스러지는 순간이었다. 그가 하늘로 떠난 27일은 부산에서 후배들이 코미디언들이 주인공이 되는 페스티벌을 열고 있었다. 후배들은 통탄할 마음을 감출 수 없었지만, 자신들이 하늘같은 선배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대에 남아 최선을 다해 웃음을 주는 일뿐이라고 생각했다. ‘부코페’ 측은 “어제 송해 선생님의 성화봉송을 보면서 내년에는 구봉서 선생님을 최종 주자로 모시고자 하는 소망도 품었다. 그러나 채 하루가 되지 않아 청천병력 같은 소식을 전하게 되었다”며 “‘큰 별이 지다’라는 표현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슬픔이다.


심사숙고 끝에 구봉서 선생님 생전의 의지인 ‘국민들에게 웃음을 드려야 한다’는 큰 뜻을 이어받아 무대에 올라 최선을 다해 공연을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준호, 김대희 등 약 31명의 코미디언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명예집행위원장 전유성은 “우리가 힘들고 어렵고 못 살고 추웠던 시절에 서민들이 웃을 수 있었던 건 코미디 덕분이었다”며 “대 선배님들이 한 분 한 분 가실 때 마다 굉장히 큰 기둥을 잃은 것 같아서 정말 마음이 굉장히 힘들다. 마침 후배들이 모여서 축제를 하는 기간이어서 잠시 구선생님을 위해 모였다”라며 묵념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누가 뭐래도 나는 코미디언”이라고 말했던 故 구봉서는 하늘로 떠났지만, 그가 말한 “가슴 찡한 코미디”를 만들기 위해 많은 후배들이 그의 정신을 이어받아 오늘도 무대 위에서 관객들에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출처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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