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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명에게 장기기증, 새삶주고 떠난 딸에게 쓴 편지

열아홉살 김유나씨는 지난 1월 21일 미국 애리조나에서 등굣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뇌사 판정을 받은 그녀는 전 세계 27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장기기증을 결정한 것은 김유나씨의 부모님이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김양의 부모 김제박(믿거나말거나박물관 대표)와 이선경씨 부부는 이미 가망이 없다는 소식을 들은 뒤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천주교 신자인 부부는 "장기기증을 통해 다시 태어나게 해주면 유나도 부활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에 장기기증을 결심했고, 유나씨의 장기와 인체조직은 전 세계 27명의 삶을 새롭게 썼다.

아래는 김양의 엄마가 딸에게 쓴 편지 원문이다.


도착하고 너를 보니 오열을 안 할 수 없구나. 내가 너 대신 누워있었으면 좋으련만.
 미국 학교 교장샘 외 여러 샘들, 친구들, 후배들, 미국 교회 지인분들 너를 보러 와서 슬퍼하는 거 보니 그래도 우리 딸 잘 적응해서 지냈구나.

 사고 전날 아빠가 니랑 카톡했다 하길래 전화할려다가 니가 담날 테스트 2개 본다며 무지 바쁘다길래 전화 안했는데, 사고 당일 시험도 못보고 이렇게 되어 버렸네. 진짜 니가 바뻤나보다. 그 날도 다른 때보다 5분 일찍 서두르다 사고를.

 유나야. 지금 거의 뇌사 판정을 받고 호흡기에 의존해 있는 너에게 기적을 바라고 깨어나길 기다려야 하는지 너를 편하게 보내야 하는지 선택을 할 수 있을지 두렵다.
 그런데 엄마가 이상한 생각을 자주 했었어. 암시를 한 건지 자꾸 자식을 먼저 보내는 생각을 하게 되드라. 그러면서 가톨릭을 믿는 뇌병명을 갖고 힘들게 사는 17살 소녀 기사를 보게 되었어. 그 소녀아이는 뇌사 상태가 되자 신자인 아버지가 생활도 어려운 형편에서 딸 아이 장기기증을 선택해 여러 명의 사람에게 새 생명을 줬다는.

 이 기사가 떠오르더니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차마 얘기 못하고 있었고. 더 이상 너를 이렇게 두고 보는 건 부모의 욕심이 아닐까 싶다. 아빠랑 모든 식구들이 너를 보내주기로 결심해서 너를 바라보고 있는데 조용히 아빠가 와서 그러드라. 여보, 우리 유나 장기기증. 이렇게 어렵게 말하는데 엄마는 망설이지 않았어. 나도 그 생각했는데 미안해서 말 못하고 있었다고, 그렇게 하자고 바로 답했다.
 엄마 아빠 잘했지.

 유나가 제대로 부활의 삶을 실천하는 거 같다. 성당가는 거 넘 좋아했던 너였기에 이 또한 너의 장기로 새 삶을 살아가는 누군가가 있다는게. 유나가 어디선가 숨쉬고 있을 수 있다는게. 이제 모든 절차를 마치고 장기기증에 서명을 하고 보니 엄마 아빠는 후회 안 한다. 뭔가를 선택해도 후회는 있기 마련이니까.
 오늘 유나의 심장은 다른 이에게 이식 되면서 숨을 쉬겠지. 그래도 어딘가에서 유나가 숨 쉬고 있다고 생각하면 기쁠거 같다.

 유나야!! 그동안 짧은 인생이였지만 행복했지?
 늘 밝고 명랑한 성격이기에 모든 사람들이 널 예쁘게 보았는데 엄마 아빠 칭찬도 많이 들었어. 딸 너무 예쁘고 착하다고. 엄마 아빠도 니가 너무 착해 남친도 못 사귀게 하고 그랬는데, 미국 가서 좋은 친구도 사귀었다가 엄마가 슬퍼할까봐 그만뒀다는 거 듣고 정말 미안했다. 사실 엄마 니랑 얘기하다가 느끼고 있었는데 모른 척했다. 그 친구 너의 사경 헤메는 거 애처롭게 바라보는데 얘기했다, 미안하다고.
 유나, 이제 유나를 진짜 천국으로 떠나 보내야할 시간이 돌아왔구나. 길 잘 찾아 가고 할머니 만나서 그동안 못다한 얘기 많이 들려주고, 여기서 못다한 천국에서 기쁘게 여기서 살던 것처럼 지냈으면 좋겠네. 가서 가브리엘 천사 꼭 만나라.

 그동안 고생했다. 이제껏 잘 커줘서 고맙고 감사하다.
 이렇게 보내서 미안하다. 천국에서 모든 미련 다 버리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동생 민정, 준엽이 항상 기억해야 한다. 엄마 아빠 그리고 너를 위해 기도해주신 성당 신부님, 수녀님, 모든 지인 분들과 한국 친구들, 미국에 널 아는 교회 목사님, 교회 관계자들, 학교 교장선생님과 너랑 2년 가까이 지내 왔던 친구들 잊지마라. 엄마 늘 널 위해 기도한다. 사랑한다 유나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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