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들의 장례를 치른 장례식장에서 사용된 화환을 새 화환인 것처럼 속여 납품한 양심 없는 업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또 가져간 화환을 재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방조한 장례식장 운영자들도 입건했다. 안산상록경찰서는 장례식장에서 사용된 근조화환을 폐기하지 않고 재사용해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사기)로 화환판매업자 이모(55)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또 이를 방조한 장례식장 운영자 오모(51)씨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 등은 2013년부터 최근까지 수도권 일대 장례식장 9곳에서 사용한 화한을 수거한 뒤 일부 시든 꽃만 교체한 뒤 마치 새로 제작한 것처럼 속여 안산·시흥 일대 화원 20여곳에 7억원 상당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거래한 장례식장 9곳 가운데 5곳은 세월호 희생자들 시신이 안치된 곳이다. 이들은 사용된 화환을 1개당 5천원에 사들여 다른 화환업자들에게 6만원에 팔아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장례식장 운영자들은 화환 처리나 청소비용 등을 절감하려고 이씨 등의 범행을 눈감아줬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세월호 희생자 장례기간에 해당 장례식장에서 사용된 화환들이 이 씨 등 화환 판매업자에게 넘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 꽃집 가운데 안성시 고위간부공무원의 부인이 운영하는 꽃집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상 근조화환의 경우 대나무로 된 꽃대는 재사용이 가능하지만 꽃을 재사용 할 경우 사기죄로 처벌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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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또 쓰고...유가족 두 번 울리는 '재탕 화환' <중부일보>
지난 8월 27일 오전 9시40분께 A장례식장 입구. 발인 시간인 10시가 채 되기도 전에 1톤 트럭을 몰고 온 50대 남성이 장례식장 입구에 세워졌던 근조화환들을 자신의 트럭에 옮겨 싣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 트럭은 20여 분간 장례식장을 분주히 오가며 화환 십여 개와 영정사진 받침대 등을 3km 가량 떨어진 비닐하우스 작업장 안으로 조심스럽게 옮겼다. 이날 작업은 화환과 조화의 경우 장례식장내에서 폐기작업을 해야 하는 업계관행을 무시한채 진행됐고 장례식장 관계자도 이에 대해 어떤 제지도 하지 않았다. 현재 지역 내 3곳의 장례식장에서 한달 평균 대략 80여 번의 장례식이 치러지며 여기에 개당 10만원에 납품되는 근조화환만 500여개가 넘게 소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들 업체들이 재탕에 사용하지 못하는 화환들은 타 업체에 개당 1만5천원에 판매하며 여기에 안성시 현직 고위간부공무원 부인이 운영하는 꽃집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화환을 수거해 시든 몇 송이만 교환하면 2∼3번 재탕하는 것은 문제도 아니며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며 “장례식장들도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A장례식장 관계자는“화원과 맺은 계약서상 수거해간 꽃은 반드시 폐기하도록 명시하고 있고 이를 어길 경우 계약해지까지 가능하다”며 “우리 장례식장에는 재사용한 화환은 절대 들어오지 않는다.”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날 장례식장 입구에 놓인 10여개의 화환을 취재한 결과, 한눈에 재사용 한 것으로 추정되는 4-5개의 화환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업체들이 재탕을 통해 2-3배의 부당 이득과 함께 유가족들을 우롱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