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정리하는 말기암환자들을 통해 화해와 용서를 배웁니다.”● 호스피스로 활동 중인 온누리 미성약국 김영미 약사(51·인천시약사회 부회장)는 사람과 사람사이에 화해와 용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죽어가는 말기암환자들을 보며 가슴깊이 느낀다고 한다.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을 가진 환우들은 마지막 모습이 일그러져 있어요. 마음 속 한을 다 풀지 못한 채 떠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모든걸 용서하고 받아들인 사람들의 마지막은 마치 천사나 아기 같아요." 김 약사는 소아마비를 앓아 3살 이후 부터 불편한 몸으로 생활하고 있지만 원망은 커녕 교회를 통해 헌신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러던 그는 언제부턴가 개인적인 봉사활동을 찾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고 지난 2001년, 인천일보에 자그맣게 실린 호스피스 교육 광고를 본 후 즉시 인천호스피스센터에 등록, 10주간의 교육을 마쳤다. "자신을 버린 아내와 자녀를 찾아 모든 걸 용서하고 떠난 위암 말기였던 젊은 남자가 기억에 남아요. 이 남자는 암이 다리뼈로 전이돼 녹아 없어질 정도였지만 고통을 호소하지 않았어요. 마지막을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아픔을 잊게 한 것이었겠죠." 그는 지난 5년간 호스피스로 활동해 오며 자신의 손을 거쳐간 수 많은 말기암환자들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호스피스에 대해 막연하게는 알고 있었지만 활동을 해보지 않아 걱정이 앞섰죠. 환우들이 처음에는 신체접촉은 물론 어떠한 도움도 꺼려했어요. 자신에게 뭔가 원하는 것이 있는게 아닐까란 의심 때문이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받아들이고 또 나를 필요로 하게 됐어요." 마음을 터 놓고 무엇이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은 따뜻한 인상의 김 약사는 말기 암환자들에게 있어 때론 어머니, 때론 친구같은 존재다. 그는 환우들이 생을 마감하며 모든 것을 수용하고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호스피스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자신이 건강해야 다른 환자들을 돌볼 수 있기 때문에 호스피스들은 강한 정신력과 더불어 튼튼한 체력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올 한해 환우들을 많이 찾아보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는 말과 함께 체력이 닿는 한 계속 호스피스로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 "더 많은 환우들을 만나고 싶어요. 내가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 이상으로 그들에게서 큰 배움을 얻고 있으니까요. 그들을 보며 "용서하는 삶, 사랑하는 삶, 감사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할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