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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상엿집은 산 자와 죽은 자가 화해하는 공간"

한국 전통상례문화 다루는 국제학술세미나 소식

우리의 전통 상례문화를 다루는 국제학술세미나가 경북 경산의 영남대에서 열렸다. ‘(사)국학연구소’ 대구경북지부와 영남대 민족문화연구소는 14일 영남대 이과대 강당과 민속촌에서 ‘제1회 한국 전통 상례문화 전승 및 세계화를 위한 국제학술세미나’를 열었다. 이 세미나는 ‘상엿집-순간과 영원의 만남’을 주제로 15일까지 이틀간 열렸다. 이 세미나에는 국내는 물론 일본·중국·캐나다 등 4개국 학자와 불교·기독교·유교계 인사 등 16명이 참여, 나라별·종교별 생사관과 상·장례 문화, 한국 전통 상례문화의 의미와 전승 방향 및 세계화를 위한 학술적 접근했다. 14일 개회식에서 황영례 국학연구소 대구경북지부장은 인사말을 통해 “전통 상엿집(곳집·전통장례에 쓰는 상여와 장례도구를 넣어두는 초막)은 산 자와 죽은 자가 화해하는 공간이었고 상여 행렬은 한 사람의 죽음에 일가친척은 물론 온 마을 사람들이 일손을 놓고 망자를 배웅하던,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조상들의 생명존중 문화”라고 말했다.



김옥랑 꼭두박물관장(동숭아트센터 대표)은 “꼭두(상여를 장식하던 목각인형)에는 이승-저승, 일상-비일상, 삶-죽음, 의식-무의식, 현실-꿈 등의 경계적 성격이 몇 겹으로 압축되어 나타나 있다”며 “꼭두를 통해 ‘이 다음’의 삶의 관점에서 지금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특히 이 날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인 베르나르 스네칼 캐나다 가톨릭예수회 신부가 ‘그리스도교가 한국의 유교 상례·장례로부터 얻을 것’이란 논문을 발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안동 하회마을 한 유생 집안의 며느리 부탁으로 망자인 시아버지를 위한 미사를 올린 일화 등을 소개한 뒤 “유가의 장례를 보면서 자본주의사회를 이루면서부터 죽음을 터부시하게 된 서구문명에서는 망자를 너무 빨리 매장한다(잊는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지금은 대폭 간소화됐지만 유교전통에서는 묏자리를 택하고 삼년상을 치르는 동안 아침저녁으로 상식을 올리고 탈상 때까지 머리와 수염을 깍지 않는 등 애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당한 상주가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 치유의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유교에 뚜렷한 사후세계관이 없는 것 만큼 상을 당한 사람에게 탈상할 때까지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점을 통하여 뚜렷한 사후세계관이 있는 그리스도교가 어떤 때에는 죽음을 너무 빨리 넘어가려고 하는 경향이 있지 않는가 싶다”고 말했다.


이 날 참가자들의 강연 및 논문 발표 외에도 대구 달성군 화원읍 설화리의 전통 상여행렬 시연과 이애주 서울대 명예교수의 넋 살풀이 공연도 진행됐다. 둘째 날인 15일에는 김광언 인하대 명예교수와 우승표 일본 간사이외국어대 교수 등이 한국·일본·중국 등 동아시아의 상·장례에 대해 학술 발표했다. 이번 학술세미나 기간 동안 국가 지정 중요민속자료 제266호인 경산 상엿집의 사계절 및 전통상여행렬 모습을 담은 사진전도 열린다. 한편 국학연구소 대구경북지부는 경산시 하양읍 무학산 중턱에 있는 300년 가량 된 ‘경산 상엿집과 관련 문서’를 보전·관리하고 있다.  [이상 경향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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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영례 국학硏 대경지부장 ·정병석 영남대 민족문화硏 소장 인터뷰


1970, 80년대만 해도 농촌 마을에서는 상엿집(곳집)과 장례를 치르는 상여 행렬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마을 입구에 있는 상엿집을 지나려면 대낮에도 머리가 쭈뼛쭈뼛 서고 왠지 지나다니기가 망설여졌지만, 동네에 상여가 지나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와 죽은 자를 배웅하는 '아름다운 작별 인사'를 했다. 이것은 마을 공동체 의식의 하나였다. 하지만 이제는 외래문물의 유입과 편리함 때문에 상엿집은 이제 박물관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어화 넘차 어화여…." 구슬프고 애잔한 상엿소리도 듣기 어려워졌다.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의 마지막 작별 인사인 한국의 전통 상장례 의식이 사라져가는 요즘 이와 관련한 이색적이고 독특한 세미나가 열린다.



◆아주 이색적인 세미나가 열린다

상엿집은 죽음과 관련된 자료로 사람들에게 터부시되어 왔다. 시대 변천에 따라 거의 사용되지 않으면서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이 때문에 박물관에서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상엿집을 경산 하양읍 무학산 중턱에서 만날 수 있다. 상엿집 관련 문서는 2009년 8월 중요민속문화재 제266호로 지정받았다. 역사적, 자료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상엿집과 관련한 문서를 관리하고 있는 곳은 (사)나라얼연구소 산하 국학연구소 대구경북지부이다. 이 연구소와 영남대 민족문화연구소가 함께 국내 최초로 '제1회 한국 전통 상례문화 전승 및 세계화를 위한 국제학술세미나'를 14, 15일 영남대 이과대학 대강당에서 개최한다. 이 학술 세미나의 주제는 '상엿집-순간과 영원의 만남'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5개국 16명의 학자와 종교인이 참석, 사람과 죽음의 문화인 상례문화에 대한 비교 연구를 하게 된다.


이 국제 학술 세미나의 특징은 삶과 죽음에 대한 생사관과 전통 상장례에 대해 철학, 종교학, 인류학 등 여러 가지 학문 분야에서 접근해 본다는 것이다. 불교 유교 기독교 등 종교학자와 한국 중국 일본 캐나다 등의 학자들이 사람과 죽음의 문제에 대해 각자 다른 관점에서 각 나라의 상장례 모습과 세계관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다. 나라얼연구소 조원경 이사장과 건축가인 승효상 이로재 대표, 꼭두박물관 김옥랑 관장이 기조강연과 특별강연을 한다. 학술발표와 토론 외에도 서울대 이애주 명예교수의 넋 살풀이 공연과 경산 상엿집의 사계절 및 '이스탄불 in 경주 2014'에서 선보인 전통 상여행렬 모습을 담은 경산 상엿집 활동 사진전이 열린다. 또 전국에서 유일하게 4대에 걸쳐 120년간 잡소리가 섞이지 않고 현재까지 보존 전승돼 온 대구 달성군 설화리 상엿소리와 상여행렬 시연도 특별행사로 펼쳐진다.


◆전통 상례문화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계기

이 국제학술 세미나를 주최하는 국학연구소 대구경북지부 황영례(51`꽃재유치원 원감) 지부장과 영남대 민족문화연구소 정병석(57`영남대 철학과 교수) 소장을 경산 상엿집에서 만났다. 민족문화연구소는 1978년 설립된 이후 한국문화 전반과 비교문화, 민족문화 총서 발간 등 활발한 연구·저술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 연구소와 국학연구소 대경지부가 의기투합해 세미나를 공동 주최하게 된 것은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 때문이다. 황 지부장은 "한국의 전통 상례문화는 생명존중의 문화라고 아무리 말해도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면서 "다양한 분야의 여러 나라 학자들이 연구 발표하는 세미나를 통해 한국의 전통 상례문화에 대해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이를 통해 전통 상례문화도 우리의 소중한 문화라는 것을 인식, 귀하게 생각하고 이를 친숙하게 대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병석 소장은 또 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가 과거에는 잘 사는 것, 즉 웰빙(Well-being)이 주된 관심사였다면 이제는 잘 죽는 것, 웰 다잉(Well- dying)도 매우 중요합니다. 상여 또는 상엿집이라는 죽음과 관련된 상징물과 상례문화를 통해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모여 삶과 죽음에 대한 의미를 재해석하고 토론해 보고자 이 세미나를 공동 주최하게 됐다"고 했다.



◆전통상례문화의 진정한 의미는

상여는 죽은 사람이 저승 갈 때 마지막으로 타고 가는 임금의 가마와 비슷한 형태다. 상여를 화려하게 꾸미는 것은 망자에 대한 최고의 예우인 셈이다. 상여와 상여행렬은 인간의 삶에서 죽음으로 옮겨가는 상징체이기도 하다. 전통 상례는 절차가 복잡하고 각 마을마다 있던 전통 상여 도구를 보관하는 상엿집은 흉함으로 인식돼 거의 사라져 버렸다. 장례(葬禮)와 상례(喪禮)는 다르다. 장례는 죽은 자를 상여에 실어 무덤에 가서 묻고 봉분할 때까지의 과정이다. 상례는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부터 담제(禫祭`3년의 상기가 끝난 뒤 상주가 평상으로 되돌아감을 고하는 제례의식)를 지낼 때까지의 전 과정을 말한다. 유교에서 관혼상제 중 상례를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육신의 죽음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제례로 이어가는 하나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즉 삶과 죽음은 시`공간이 단절된 것이 아니라 혼이 계속 살아 있다는 연속성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상여와 장례용품을 보관하는 상엿집만으로도 의미는 있지만 전통상례문화에 담긴 의미를 재해석하고 어떤 가치를 찾아내 전승발전시킬 것인가를 찾는 것이 이번 세미나를 여는 동기이다. 정 교수는 "망자를 아무런 의식 절차 없이 매장한다면 인생은 너무 허무할 것이다. 그래서 상여를 화려하게 꾸미고 번쇄한 절차에 따라 상례를 치르는 것은 살아 있는 사람들이 죽은 자와의 정을 점차적으로 떼는 것이요. 화해하는 의식인 동시에 죽음의 허무에 빠지지 않게 하는 의식"라고 해석했다. 황 지부장도 "예전에 전통 상여행렬과, 복잡한 절차에 따라 상례를 치르는 것은 망자를 위로하고 살아있는 자들이 스스로 치유하는 잔치이기도 하다. 또한 지역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라고 강조했다.


◆어떻게 재해석 할 것인가

정 교수는 한 민족의 특성은 혼례나 특히 상례에서 드러난다고 했다. 하나의 민족공동체 문화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상례인 만큼 그것을 따라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정신과 문화를 보전하자는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 상례는 지극히 형식적인 측면이 많다. 죽음을 통해 자신을 삶의 소중함을 깨닫고, 의미 있는 전통문화를 전승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지부장은 "자살 등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한 요즘 상례문화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우리 조상들의 얼이 담긴 생명존중 사상을 인류의 보편적인 세계정신으로 승화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례는 어쩌면 평생을 고생하다 죽음으로써 마지막 가는 길에 꽃가마 타고 저승길 가는 민중들의 한풀이이자 위로하는 자리이다. 이제 상례문화의 원형과 가치를 잃어가고 있는 지금 이를 보존하고 전승시킬 수 있는 지원과 관심이 절실히 필요함을 새삼 느낀다.  [매일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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