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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속에 잠자던 명성황후 장례모습 드러나

1895년 일본인에 의해 시해된 명성황후(明成皇后)의 장례 장면으로 보이는 사진이 공개됐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관장 김종헌)'은 배재학당 설립자인 미국 선교사 헨리 아펜젤러(1858~1902·사진)의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은 사진 120여 점 가운데 명성황후 장례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24일 공개했다. 이 사진에는 흰 갓에 두루마기와 베옷 차림의 인파가 가마 5대를 따라가는 모습이 찍혀 있다. 아펜젤러는 사진 아래 '1895년 왕비의 장례에서(at the queen's funeral, 1895)'라고 자필 설명을 적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1895년 10월 명성황후가 시해되고 두 달 뒤인 12월 고종은 지금의 경기도 구리 동구릉(東九陵)에 명성황후의 묘를 조성하기로 하고 숙릉(肅陵)이라는 능호(陵號)를 내렸다. 이번에 공개되는 사진도 당시 모습을 촬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 사진에 대해 "왕실 행사를 기록한 의궤(儀軌)의 규모보다 훨씬 조촐하게 치러진 당시 장례 모습을 보면, 명성황후 시해 이후 왕실이 신변에 위협을 느꼈을 만큼 다급하고 경황이 없었던 정황을 유추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펜젤러는 1885년 한국 최초의 근대식 교육기관으로 꼽히는 배재학당을 설립했다. 1895~1899년에는 한국 최초의 영문 월간지인 '코리안 리포지터리(The Korean Repository)'의 공동 편집장을 지냈다. 이 잡지는 1897년 명성황후 시해 소식을 해외에 전하고 사설을 통해 "우리는 한국인의 편"이라고 밝혔다.



이 사진은 1998년 배재학당역사박물관 개관을 앞두고 아펜젤러의 유족들이 기증한 사진첩과 일기, 잡지와 그림 등 자료 가운데 하나다. 그동안 박물관 수장고에 연구용으로 보관되어 있다가, 24일부터 서울 중구 배재학당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개관 6주년 기념전 '아펜젤러의 친구들'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됐다.

하지만 이 사진이 1897년 대한제국 선포 직후 다시 성대하게 거행된 명성황후의 국장(國葬)을 촬영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명성황후 장례는 1895년 12월 단발령(斷髮令)에 항거하는 의병운동의 확산과 이듬해 2월 아관파천 등으로 연기됐고, 1897년 11월 최종적으로 거행됐다. 한영우 서울대 명예교수는 "흰 갓과 베옷 차림의 행렬이 여러 대의 가마를 따라가는 규모로 보아 왕실 장례가 분명하지만, 실록이나 의궤 기록으로는 1897년 국장 당시의 모습과 더욱 부합한다"고 말했다. 1895년 명성황후 장례식 사진은 지금까지 공개된 적 없고, 1897년 국장 사진도 드물다.


1897년 명성황후의 묘는 홍릉(洪陵·서울 청량리동)에 조성됐다. 1919년 고종 승하 이후에 재이장(再移葬)해서 고종과 명성황후는 지금의 경기도 남양주시 홍릉에 합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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