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평생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구현하기 위해 애쓴 노(老) 목사의 한 세기 삶에 한국교회는 머리 숙여 깊은 존경심을 표시했다. 그의 마지막을 추모하는 자리는 슬픔과 탄식이 아니라 끝없는 복음전파와 한국교회 연합운동을 위한 다짐으로 가득했다. 1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는 지난 10일 103세를 일기로 소천한 고 방지일 목사의 장례예배가 열렸다. 한국기독교회장으로 드려진 예배에는 교단과 교파를 초월해 1000여명의 목회자와 성도가 모여 신앙과 언행의 일치를 실천한 방 목사의 삶을 되새겼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증경총회장 림인식 노량진교회 원로목사는 ‘본받으라’를 제목으로 한 설교에서 “방 목사님은 ‘장수’를, 여호와를 경외함으로 받은 복으로 여기시며 고령이 될수록 고삐를 늦추지 않고 힘껏 복음전파의 사명을 다하셨다”며 “이로써 만 70세에 은퇴하면 마땅히 쉬어야 한다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안일한 태도에 경종을 울렸다”고 밝혔다. 또 “인종과 계급, 격식 등을 따지지 않고 사역을 하셨던 예수님처럼 방 목사님은 수십 년간 중국선교를 하고 교파를 초월해 목회자들에게 성경강해와 목회지도를 하는 등 ‘초월목회’의 본을 보이셨다”고 말했다. 림 목사는 “한국교회가 방 목사님의 사역 정신을 계승한다면 교회 간 화합도, 세계선교도, 남북의 평화통일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생전 방 목사와 공유했던 추억을 나눴다. 숭실대 이사장인 박종순 충신교회 원로목사는 “방 목사님은 만날 때마다 ‘목사는 한국교회를 마음에 품고 겸손하고 검소한 삶, 옳지 않은 것과 타협하지 않는 삶, 바른 신학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용기를 주셨던 목사님이 그립고 보고 싶다”고 추모했다. 장로회신학대 주선애 명예교수는 “어느 날 방 목사님께 총명을 유지하는 방법을 여쭸더니 매일 아침 눈을 뜨시자마자 성경 100구절을 외우신다고 했다”며 “평생 삶의 초점을 하늘에 두고 에녹과 같이 하나님과 동행하시다가 천국에 가셨으니 참으로 복된 삶을 사신 것”이라고 말했다.
방 목사가 주창한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이루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교회연합 전 대표회장 김요셉 목사는 “방 목사님은 생전에 교회나 교단의 힘겨루기는 깨끗하게 사라져야 하며 교회는 성장에 초점을 맞춘 맘모니즘을 버리고, 생명을 귀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셨다”며 “각 교단장과 성도들이 모인 이 자리가 방 목사님의 당부를 실천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장례예배는 각 교단장을 중심으로 한 공동장례위원 182명, 원로목회자를 주축으로 한 고문 80명, 각 교단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한 공동집행위원 202명 등 총 464명이 참여한 공동장례위원회가 주최했다.
장례예배 후에는 장지인 강원도 춘천 증리 효신가족묘지에서 유가족과 방 목사가 시무했던 서울 영등포교회 성도 등 300여명이 참석해 하관예배를 드렸다. 예장통합 영등포노회장 김상룡 목사는 “복음을 위해서라면 어디든 달려가셨던 방 목사님께서 예수님 안에서 안식을 누리시길 기원한다”고 설교했다. 방 목사의 아들 방선주 박사는 “아버님을 불러서 귀하게 사용하시고 장수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며 “자손들과 한국교회가 아버님이 남기신 신앙의 유산을 따르고 지킬 수 있게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 방 목사의 걸어 온 길
1911년 평북 선천 출생. 선천 신성학교, 평양숭실대학, 평양신학교 졸업. 평양 장대현교회 전도사, 평양노회 목사안수(1937),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파송 중국선교사(21년 사역), 서울 영등포교회 담임(58∼79), 예장통합 총회장(72), 신일학원 이사 및 대한성서공회 이사장 역임, 국민훈장 모란장 서훈(98), 국민일보 제1회 국민선교대상(96), 숭전대(현 숭실대) 명예철학박사(82), 장로회신학대 명예 신학박사(2004), 영등포교회 원로목사,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명예회장, 한국교회연합 명예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