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사역 전문가 송길원 목사가 리드하는 '사단법인 하이패밀리'에서는 지난 6월 10일 양재동센터에서 가진 웰리빙지도자 과정 강좌에서 '행복한 죽음'이란 주제로 다양한 커리큘럼과 정열적인 종일 특강을 통해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트렌드인 웰리빙 문제를 심도있게 전달했다. '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고 내일 떠날 것처럼 사랑하라'는 부제가 곁들인 특강에서는 '심리적 재난에 처한 이들을 돕는 십계(송길원)', '유가족 정서돌봄, 애도(김향숙 원장)' 등이 주된 내용이었다.
'심리적 재난에 처한 이들을 돕는 십계'의 내용은
1. 무조건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울게 하라
억누른다고 잊혀지지 않는다. 슬픔 총량의 법칙이 있다. 충분히 울어 눈물이 삶의 평형수(平衡水)가 되게하라. 조선시대 상가에서는 돈으로 슬픔을 사기조차 했다. '곡비(哭妃)'라고 불린 여인들에게 눈물 한 방울은 동전 한닢이었다. 대신이라도 우는 울음에 치유가 머물렀다.
2. 착한 사람 프레임에 갇히게 해서는 안된다. 본노를 허락하라
'나 때문에~' '내가 죄인이다'는 자책, 지금 해 줄 수도, 할 수 있는 것도 아무것도 없다는 죄책이 평생을 옥죈다. 자신을 향한 것이든 타인과 환경을 향한 것이든 분노를 쏟아 내게 하라. 욕조차 '감정의 비상탈출구'라 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비판말고 공감, 공감, 또 공감만 해주어라.
3.혼자 있게 하지 마라. 후원 네트워크를 구축하라
깜깜한 밤길을 걸을때 중요한 것은 다리도 날개도 아닌 곁에서 걷는 친구의 발소리다. 방치는 금물이다. 살펴라. 그리고 내 주변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야 한다. 지옥같은 하루하루를 이겨낼 동행인이 필요하다.
4. 설익고 어슬픈 위로를 하느니 차라리 침묵하라
'너는 잘 헤쳐 나갈 거야', '그 사람은 굵고 짧게 산거야' '지상에서 임무를 다 한거지' '시간이 지나면 도든 것이 정리될 거야' 따위의 말은 독침과 같다. 차라리 그 슬픔을 응시하고 곁에 있어만 주어라. 가장 좋은 말은 언제나 온 몸으로 전하는 말이다.
5.서둘러 희망을 말하지 말라. 절대 시간이 필요하다
연구에 의하면 애도의 과정을 지나 새로운 일상으로 돌아오는데는 2년도 모자란다. 과거의 삼년상(喪)은 그냥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것을 3일만에 끝내는 현실이 너무 냉혹하고 가혹하다. 각자에게는 애도의 방식이 있고 절대시간이 있다. 서두르게 하지 마라.
6. 심리지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신체적 돌봄이다
식음을 전폐하다 보면 에너지가 고갈되며 몸은 망가지기 십상이다. 몸까지 쓰러지면 일어서기 어렵다. 이때 가장 좋은 치료제는 입맛이다. 그 작은 불씨를 꺼뜨리지 마라. 그리고 안아주고 토닥여 주어라. 가족이나 가까운 이들의 손길은 백약보다 낫다.
7. 세월에만 맡기지 말고 매뉴얼을 따라 애도하게 하라
세월이 약이 아니다. 세월이 흘러도 절대 잊혀지지 않는 일이 있다. 기억장애, 호흡곤란, 공황발작, 자살충동, 분노조절 장애, 대인 기피증...누구라도 올 수 있는 감정들이다. 전문 상담가를 만나고 '애도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
8. 망각하기 위한 어설픈 행동은 또 다른 족쇄가 된다
정신적 공허감을 술로 달래거나 상실로 인한 고통을 잊기 위해 지나치게 일에 몰두하는 등의 일은 제2의 자살행위가 된다. 서서히 자신을 죽여가는 것이다. 수용하기 힘든 변화와 고통스런 현실, 신앙에 의탁해 보라. 이때가 인생의 본질을 성찰하고 기도의 힘을 빌려야 할 때다.
9. 자기에게만 향하던 시선을 다른 이에게 돌려 보라
바로 나의 곁에 그 누군가도 아파하고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그들에게 다가가 내 경험을 나누어라. 누군가를 돕는 일에 나의 치유가 있다. 우산을 받쳐주는 정도가 아니라 함께 비를 맞아 줄 사람이 바로 '나' 임을 알게 된다. 아파 본 사람이 진정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어서다.
10. 우리가 정말 사랑해야 할 것은 '사랑' '가족'이 답이다
나도 언젠가 그 아픔을 안길 수 있다. 늘 준비된 삶을 살아라.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을 인생의 마지막 작별인사가 아닌 일상의 행복언어로 바꾸어라. '오늘이 나의 인생의 마지막이라면' 하는 마음가짐으로 살면 하루하루가 알차다. '가족사랑' 미루지 말고 지금 시작하라.
이상 내용을 강의하면서 전도연 주연의 '밀양'이란 영화의 장면을 틈틈이 보여 주며 이해시켜 나갔다. 강사는 더 나아가 '웰비잉(wellbeing')에서 '웰다잉(welldying)' 또 거기에서 '웰리이빙(well- leaving)'의 개념을 제시하면서 웰리이빙은 'Well- living'인 동시에 'well- leaving' 즉 잘 떠나가는 개념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우리 인생의 중요한 3대 요소인 의(衣), 식(食), 주(住)에 더하여 건(健), 미(美), 락(樂), 종(終) 4개 요소를 추가한 '웰리이빙을 위한 7가지 삶의 법칙'을 제시했다.
건(健)-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 것이다. 인생을 길게 건강 프로젝트를 가지고 살아라.
미(美)- 내가 꽃인데 무엇때문에 또 꽃단장을 하겠는가, 하루에 한번 마음의 거울을 들여다 보고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보라.
락(樂)- 희희락락으로 살아라. 죽는날까지 즐길 수 있는 것을 찾아라.
종(終)- 아름다운 사람은 머물다 간 자리도 아름답다. 끝내기를 잘하자.
또 커리큘럼에 포함된 '유가족 정서 돌봄, 애도' 란 주제의 특강을 맡은 신체심리학자요 ‘하이 패밀리 가정사역평생교육원’ 김향숙 원장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상실의 아픔, 그리움, 슬픔, 분노, 외로움, 죄책감 등 감정의 독소는 몸과 마음, 영혼을 파괴시킨다고 전제하고 이의 치료 방법으로 가족동작치료에 정서치유를 더한 '유가족 정서치유' 방안을 제시했다. 다섯가지 즉 숨을 제대로 쉬어라, 온몸으로 울어라, 화 움직임을 하라, 오감에 맑은 자극을 퍼부어라, 살아있는 사람에게 살아있는 언어로 말하라 등의 동작 치료 방법을 제시했다.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장장 11시간 계속된 강좌를 통해 죽음과 치유, 상실과 회복 등 진정한 힐링의 철학을 이렇게 우리 삶의 현장에 적용하여 구체적이고도 사실적으로 제시하고 실천하고 있는 목회자를 발견한 것은, 언론인이요 추모와 힐링 관련 사업에 몸담은 나에게는 큰 소득이요 새로운 기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