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영국인과 유사한 유전인자를 가진 약 3,000년 전의 인골이 국내 청동기시대 고인돌에서 발굴돼 고고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강원문화재단 강원문화재연구소는 4일 “강원 정선군 북면 여량 2리 아우라지 유적에서 지난해 출토된 인골을 1차 분석한 결과 영국인 유전자와 유사하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강원문화재연구소측은 “서울대 해부학교실 신동훈 교수팀이 DNA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유럽계통의 백인, 특히 현재의 영국인 유전자와 유사하다는 1차 분석결과를 내놓았다”며 “국제적으로도 구체적인 확인을 위해 영국과 일본에 이 인골의 분석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이 인골은 지난해 10월 아우라지 유적내 4기의 고인돌 중 한 곳에서 토기 조각들과 출토됐다. 지현병 발굴조사단장은 “당시 두개골, 골반, 턱뼈, 대퇴골, 갈비뼈 등의 일부가 발굴됐다”며 “인골과 함께 출토된 부장품의 양이 적어 인골 출토 유적의 정확한 연대확인은 힘들다”고 전했다. 지단장은 “다만 인근의 유적·유물들과 비교할 때 조사단의 입장은 약 기원전 970년 정도의 유적으로 본다”며 “국내에선 아직 선사시대 유럽계 인골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 성과가 없어 향후 고고학계의 연구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김병모 문화재위원(한양대 명예교수)은 “아우라지 인골은 한반도의 청동기시대 연구에 획기적인 자료”라며 “개인적으로 볼 때 유럽계 유전인자를 가진 이 인골의 주인공은 벼농사 전래 경로를 따라 인도~동남아시아를 거쳐 한반도에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국내 청동기시대 유적에서 서양인으로 보이는 인골이 출토되기는 1965년 충북 제천 황석리 유적 이후 두번째다. ‘황석리 인골’은 해부학적으로는 서양인으로 추정되지만, DNA염기서열 분석 등의 더 정확한 과학적인 연구 결과가 아직까지 없어 학계에서는 서양인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