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곳으로 갔대서 엄마는 행복해. 기도 많이 할게. 너도 우리 위해 기도 많이 해줘. 엄마 아빠도 금방 갈게."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로 숨진 부산외대 신입생 고 박주현(18) 양의 장례식이 있던 20일 박 양의 어머니 임선희 씨는 딸의 시신이 화장장으로 들어가기 전 결국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딸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목소리에는 눈물이 잔뜩 배여 있었다. 지난 17일 10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 희생자의 첫 장례식이 이날 오전 10시 부산 남구 용호동 이기대성당에서 천주교 장례미사로 엄수됐다. 부산 성모병원에 안치돼 있던 박 양의 시신은 오전 9시께 발인식을 마친 후 이기대 성당으로 운구됐다. 영정과 운구행렬이 성당 입구에 들어서자 추모를 위해 모여 있던 신도들은 눈물을 훔치며 행렬을 향해 성호를 긋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유가족과 친지, 신도 등 500여 명이 모인 성당 성전에서 진행된 장례미사는 비통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졌다. 이 자리에는 정해린 부산외대 총장과 정용각 부총장 등 대학 관계자 10여 명과 정유권 총학생회장 등 학생회 간부 10여 명도 참석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고인의 장례미사를 집전한 박명제 신부는 "박주현 라파엘라를 하느님 곁으로 보낸다"며 강론을 시작했고, "너무 뜻밖이고, 억울하고, 비극이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참담한 마음에 말을 잇지 못했다.
발인에서부터 장례식장까지 내내 슬픔을 억누르며 담담하게 딸의 곁에 선 박 양의 아버지 박규생 씨의 모습은 주위 사람들의 가슴을 더욱 아리게 했다. 그는 누구보다 가장 슬플 사람이지만 "너무 슬퍼하지 마시길 바란다. 제 딸이 길을 잘못 찾는 아이인데, 이렇게 많이 우시면 길을 잃을까 봐 염려가 된다. 대단히 감사드리고 모든 걸 다 용서하겠다"며 목 멘 소리로 딸의 추모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또 "마음은 무척 아프지만 열심히 살고…새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 주현이를 대신해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장례식이 끝난 후 박 양의 시신은 화장을 위해 정오께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으로 옮겨졌다. 유족과 친지들은 고인을 보낼 시간이 다가오자 박 양이 누워있는 관을 매만지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못 다한 말을 전했다. 박 양의 아버지는 고인이 생전에 아꼈던 애완견을 딸의 곁에 데려와 인사를 시키기도 했다. 말 없이 행렬을 따르던 박 양의 어머니도 관을 붙잡고 "우리 이쁜 딸, 내 강아지 내 새끼, 사랑한다"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화장을 마친 고인은 경남 양산시 천주교하늘공원에 안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