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6일 노환으로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황금자(세례명 카타리나) 할머니의 장례미사가 28일 서울 강서구 등촌3동 성당에서 엄숙한 분위기 속에 거행됐다. 가족이 없는 할머니의 장례식 상주를 맡은 김정환(49) 강서구청 사회복지과 장애인복지팀장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관계자 만이 참석해서다.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일찍부터 성당을 찾아 미사가 시작되기도 전 기도를 올리는 신자 모습도 보였지만, 모인 추모객은 50명 남짓에 불과했다.
오전 8시. 성당 전체로 오르간 연주가 울려 퍼지자, 영정사진을 든 상주는 성당 앞부분으로 걸어나갔고, 운구가 뒤따랐다. 신도들은 '오늘 이 세상 떠난'이라는 위령성가를 부르며 고인을 기렸다. 이철희(요한금구) 주임신부는 "위안부 피해자, 어디서부터 생긴 표현이겠습니까. 한 나라가 망했고, 그 일로 함께 나락으로 떨어졌던 국민에게 생긴 일이었다. 지금 이 순간 어떤 위로의 말로도 카타리나의 삶을 표현할 수 없다"고 애도하며 주기도문을 읊었다. 그 뒤로 3곡의 위령성가를 더 불렀다.
40여분 간 조용했던 성당 안은 고별예식 시간이 되자 눈물을 훔쳐내는 신도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1997년 봉사단체인 빈첸시오회에서 황 할머니와 처음 만났다던 김정식(67·세레명 다니엘)씨는 "매사에 당당하고 꿋꿋했던 고인이었지만, 살아 생전에 과거의 악몽에 몹시 힘들어하셨다"면서 비통해했다. 그런 할머니를 생각해 김씨는 빈첸시오회 회장으로 지내던 2001년부터 매월 5만원씩 생활비를 지원해 온 자원봉사자다. 미사가 끝난 후 고인의 영정을 앞세운 운구 차량은 황 할머니가 살았던 동네인 등촌동 LH임대아파트를 둘러본 뒤 영결식이 진행될 강서구청으로 이동했다.
이날 영결식은 강서구민장(葬)으로 치뤄졌다. 이비아 수녀는 "돌아가시기 직전 병자성사때 할머니를 뵈었는데 의식은 없으셨지만 편안해 보이셨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고인은 빈병이나 폐지를 모아 팔아 저축을 했고, 정부에서 지원하는 생활지원금도 쓰지 않고 모아뒀다가 2006년부터 강서구청 장학회에 1억 원이 넘게 기부했다. [사진: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