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훼손보다 이장 가능성 무게
제주에서 확인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외할아버지 묘가 언론 공개 하루 만에 사라졌다. 29일 제주시 봉개동 ‘탐라고씨 신성악파 흥상공계 가족묘지’ 현장을 확인한 결과 김 제1비서의 생모인 고영희의 아버지 고경택(1913~1999)의 시신 없는 묘인 허총(虛塚)의 비석과 경계석이 사라졌다. 2000㎡ 규모의 가족묘지에는 평장묘 13기와 봉분이 있는 묘 1기 등 14기가 조성돼 있었다. 평장묘 13기는 제주고씨 영곡공파 중시조 31세손 이상 조상들이 항렬별로 자리잡은 형태를 띠고 있었다.
김 제1비서의 외조부 고경택의 허총은 평장묘로 가족묘지의 맨 마지막 줄 오른쪽 2번째에 위치해 있었다. 묘 표석과 묘 주변 경계석이 모두 사라졌으며, 묘가 있던 자리는 주변 흙으로 평평하게 메워졌다. 주변에는 묘지를 조성했던 자갈들만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묘가 사라진 것은 지난 28일 김 제1비서 외가 일가의 가족묘지가 있다는 보도가 나간 지 하루 만이다.
고경택의 묘는 누군가에 의해 훼손됐을 수도 있지만 평장묘 부분만 사라지고 주변이 깔끔하게 정리돼 있는 점으로 미뤄 묘지를 관리하는 일가친척 등이 딴 곳으로 옮기거나 없앴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고경택 묘 상단에 있던 김정은의 외증조부 고영옥(1876~1945)의 묘 등 나머지 묘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 가족묘지는 1990년 3월 후손들이 조성했다. 제주고씨 종문회총본부는 고영희의 사촌 아들 등 제주시에 거주하는 후손들이 묘지를 관리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고경택의 묘에는 ‘1913년 태어나 1929년 일본으로 건너갔다. 1999년 귀천하시어 봉아름에 영면하시다. 사정에 따라 허총을 만들다’라고 적혀 있었으며, 아버지 고영옥과 아들 여섯 명의 이름이 함께 새겨져 있었다. 이 비석에는 고영희의 이름은 없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묘가 훼손됐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