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간 서울시정의 난제로 남아 있던 국립중앙의료원의 원지동 이전이 우여곡절 끝에 최종적으로 확정되었다. 결과적으로 서초구민은 700병상의 종합병원을 수용하여 의료복지 혜택을 보게되었고 부속 장례식장의 동시 운영이 예상됨에 따라 지역 장례업계 판도에도 유무형의 영향을 미치게 되고 원지동 추모공원 화장시설 이용률이 자연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올해 예산안을 확정하면서 국립중앙의료원 원지동 이전 예산 165억원을 편성했다. 현재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국립중앙의료원은 2003년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으로 이전하기로 했지만, 토지 매입 및 병원 건설 비용 등 문제를 두고 서울시와 복지부가 이견(異見)을 보여 지지부진한 상황으로 남아 있었다. 보건복지부와 서울시, 서초구 등에 따르면 올해 편성된 예산 165억원은 원지동 이전 부지 계약금과 토지 감정평가 비용, 병원 설계를 위한 용역비 등이 포함된 예산이다. 감정평가와 토지 계약 등이 올해 안에 마무리될 경우 이르면 2018년 국립중앙의료원이 을지로 시대를 마무리하고 원지동으로 완전 이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복지부는 밝혔다.
10여 년의 경과
국립중앙의료원의 원지동 이전은 서초구민과 서울시, 복지부가 서로의 입장에서 조금씩 양보하면서 합의를 이뤄낸 결과다. 2001년 서울시와 복지부는 서초구 원지동을 서울추모공원 부지로 선정했었다. 하지만 추모공원에는 대표적 주민 기피 시설인 화장장도 포함돼 있었다. 원지동 주민은 이 시설 유치를 완강히 거부하며 서울시와 복지부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했다. 서울시는 보상책으로 을지로의 국립중앙의료원을 원지동 추모공원으로 이전하는 안을 2003년 발표했지만, 일부 주민의 계속된 반대로 전혀 진척이 없었다. 2007년 대법원에서 "추모공원 건립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선고가 나온 뒤에야 주민들의 반대가 수그러졌다. 이후 주민들이 추모공원과 함께 의료원을 이전시키는 방안에 찬성하면서 본격적으로 추모공원과 의료원 이전 사업이 추진됐다.
이에 서울시와 국립중앙의료원은 2010년 원지동 이전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의료원이 이전할 부지 6만9575㎡(약 2만1000평)도 확보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의료원 이전 부지를 놓고 서울시와 복지부가 마찰을 빚었다. 복지부는 서울시에 토지 무상 임대 또는 장기 분할 상환을 요구했지만 서울시는 "시유지를 무상으로 임대할 수는 없다"며 시세를 반영한 토지 매매가를 요구한 것이다. 서울시는 당시 1200억~1500억원을 부지 매입비로 책정했다. 복지부는 토지매입 비용을 낼 수 없다며 버텼고, 국립의료원 원지동 이전은 다시 3년 넘게 표류 상태가 됐다. 이번엔 서초구와 주민들이 국립의료원 원지동 이전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서초구는 복지부를 상대로 원지동 부지를 우선 매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서울시에도 시세 대신 토지 매입비용에 금융비용을 더한 금액으로 부지를 복지부에 매각하도록 설득했다. 지역구 국회의원인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도 국회에서 예산 통과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강 의원은 11년간 표류했던 국립중앙의료원의 원지동 이전 예산을 올해 예산에 반영하기 위해 기재부, KDI 등을 설득해 적정성 검토를 하도록 했고, 예결위를 통과할 수 있도록 여러 의원들에게 설득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복지부는 무상 임대 입장을 철회하고 서울시의 매입비용에 이자 등을 더한 액수로 부지를 매입하겠다고 했다. 서울시 역시 이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원지동 국립중앙의료원은 병상 700여 개를 갖추고 중증 외상, 전염병, 국가 재난 등에 대비하는 공공의료 중앙병원 역할을 하게 된다. 서초구 관계자는 "11년 간 표류했던 국립중앙의료원 이전을 확정한 것은 주민과의 약속을 지킨 것"이라며 "낙후됐던 원지동 지역이 국립중앙의료원으로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전 작업은 투트랙 방식으로 진행
원지동 이전 초기 비용을 마련한 국립중앙의료원은 투트랙으로 이전 작업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하나는 서울시와 중구 을지로 일대 외료공백 최소화를 위한 논의이고, 또다른 하나는 원지동 이전 작업이다.
국회는 이번 예산을 편성하면서 의료원이 현재 위치한 중구 을지로 일대 의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 방안을 서울시와 협의, 세부안을 마련해 상임위에 보고토록했다. 세부안 마련은 서울시가 수립 중인 을지로 일대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되는 2014년 3월(예정)까지다. 따라서 의료원은 서울시와 외래 중심의 의료시설로서 국립중앙의료원이 분원을 운영하는 방안 등을 포함한 세부안을 도출하는데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의료원은 조만간 서울시 박원순 시장과 윤여규 원장이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정확한 날짜는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만남을 시작으로 본격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논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지동 이전을 두고 서울시, 중구청, 서초구청, 국립중앙의료원 등 각자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