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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지구촌 어르신들, 편안하신지요 ?

의료 기술의 향상에 따라 노인들의 건강 증진에 의한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고령사회와 고령화 사회가 급속

도래하는 것은 지구촌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이에 따른 노인복지 정책이 해당 국가의 선진화 수준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은 당연하다.  우리나라도 규모로는 선진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 현실에서 10월 2일 노인의 날에 즈음하여 지구촌  몇 나라의 노인복지 현황과 그들의 의식구조를 가늠해 보고자 몇 개 언론의 보도 자료를 모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영 국]  내가 만난 노인들

 

지난 석 달간 영국에 머물면서 영국 노인의 일상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던 건 노인복지 전공자인 내겐 아주 좋은 기회였다. 우리나라도 2025년이 되면 지금의 영국처럼 노인인구가 20%인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서 오늘날의 영국 사회를 관찰하는 것은 10여 년 뒤 우리 사회의 모습을 가늠해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복지선진국이 그러하듯 영국에서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노인들의 여유롭고 행복한 표정이다. 건강한 노인만 그런 게 아니다.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주간보호센터에서 열심히 색종이를 접고 있는 노인들도 밝고 화려해 보인다. 밝은 옷을 입고 멋을 낸 모습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영국 노인은 ‘나이 든다는 게 고통스러운 것만은 아니구나’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표정을 짓고 있다. 노인들의 활기찬 일상도 특징적이다. 런던 근교에서 만난 레베카 씨(71)도 그랬다. 레베카 씨는 일주일에 두 번은 U3A(University of the Third Age·정부 지원 없이 노인들 스스로 꾸려나가는 일종의 노인대학)에 가는데, 한 번은 학생으로 스페인어를 배우고, 한 번은 선생으로 뜨개질을 가르친다. 일주일에 한 번은 자선가게(charity shop)에서 물건 파는 자원봉사를 하고, 한 번은 동네 도서관에서 어린이들에게 동화책 읽어주는 일을 한다. 가끔 이민자 가족에게 영어를 가르쳐주기도 한다. 주말에는 친한 친구를 만나거나 가족과 함께 정원을 가꾼다. 레베카 씨의 일상은 배우고 일하고 봉사하고 즐기는 활동으로 가득 차 있었다.

 

“노인으로 산다는 게 고통스럽지는 않은가”라는 질문에 레베카 씨는 “나는 노인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젊다. 진짜 노인이 되려면 최소한 80세는 넘어야 한다”면서 웃었다. “그냥 선배시민(senior citizen)이라고 불러 달라”는 말도 했다. 그녀는 덧붙였다. “나이 드는 게 좋은 점도 많아요. 젊었을 때야 일하랴, 가족들 보살피랴 팍팍하게 살았지만 이젠 책임은 없고 즐길 건 많으니까요.” 레베카 씨가 말한 ‘선배시민’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한국 교민들이 ‘옆집 할머니’를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던 기억이 났다. 옆집에 사는 영국 노인들이 커튼 뒤에서 교민들의 집 동향을 살피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11세 이하 어린이를 집에 혼자 놔둔 채 외출하는 한국 부모를 감시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사람이 바로 옆집 할머니라는 것이다.

 

우리네 정서로는 남의 집 일에 지나치게 관심이 많은 ‘까칠하고 무서운 할머니’로 비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아동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고 믿는 옆집 할머니들의 사명감이야말로 한 사회를 건전하게 유지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영국의 노인들은 독립적이다. 남한테 신세 지는 걸 싫어한다. 버스에서 다리가 불편해 보이는 80대 남자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했다가 끝내 사양하는 바람에 머쓱해진 적도 있다. 이들은 웬만하면 도움을 받지 않으려고 했다. 아니 도움을 받기는커녕 도움을 주려고 한다. 한 번은 한적한 동네의 버스정류장에서 당장이라도 도움이 필요할 것 같은 여자 노인과 마주친 적이 있었다. 90세는 되어 보이고 지팡이에 의지한 채 힘들게 걸어오던 노인이 내 앞에서 멈췄다. ‘나한테 뭔가 도움을 청하려나 보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노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도움이 필요한가요?”

 

그뿐인가. 나는 영국의 노인들이야말로 세계가 부러워하는 ‘창조적 영국(Creative Britain)’이라는 나무를 떠받치고 있는 ‘뿌리’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소중하지만 점점 사라져 가는 사회문화적 분위기를 지키고 계승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젊은이보다 열심히 신문을 읽고,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르며, 자원봉사를 더 많이 하고, 동네 축제에 오래된 물건을 가지고 나와 팔면서 손때 묻은 낡은 것들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소위 ‘돈 안 되는’ 문화예술의 현장을 지키는 사람들도 노인들이다.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의 촬영지나 뮤지컬 극장처럼 ‘돈 되는’ 문화산업의 현장에는 젊은 사람이 훨씬 더 많았다. 하지만 고전음악이나 발레 공연장처럼 별로 돈이 되지 않는 현장을 지키는 건 바로 노인들이었다. 런던 시내의 앨버트홀 앞을 지나다가 평균 80세는 족히 되어 보이는 노인들이 별로 유명해 보이지도 않는 발레공연을 보려고 길게 줄을 선 모습에 ‘내가 지금 실버타운에 와 있나’라는 착각마저 들었을 정도다.

 

영국의 노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노인문제’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노인은 도움이나 보호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깨뜨리고 있었다. 영국의 노인들을 보면서 ‘노인 한 명이 죽는 건 도서관 한 개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았다. 노인으로부터 젊은이로 이어져 내려오는 가치와 자원, 지혜는 오늘날의 영국 사회를 이루고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노인이 없는 영국’을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한혜경 호남대 교수·사회복지학)                                   [동아일보 발췌]

 


[독일]  물가 싼 동유럽 요양원으로, 노인들 대이동

 

높은 인건비 등으로 요양 비용이 많이 드는 독일에서 노인들을 물가가 싼 동유럽 요양원에 보내는 '오마 엑스포트(할머니 수출이라는 뜻의 독일어)'가 급증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미국 경제저널 비즈니스위크가 26일 보도했다. 독일은 만 65세 이상 인구가 21%에 달하는 초고령 사회다. 치매나 중풍 등으로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노인에게 정부에서 매달 1550유로(약 225만원)를 지급하지만, 한달 평균 요양 비용인 3250유로(약 472만원)에는 절반도 미치지 못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독일 내 요양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노인이 40만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비즈니스위크는 "독일 노인들과 그 자녀들이 국내 비용의 3분의 1에 불과한 동유럽 요양시설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폴란드의 요양시설 한 달 비용은 1200유로(약 174만원)다. 독일 정부가 해외 요양시설에 다달이 1인당 700유로(약 102만원)씩 지불하는 보조금까지 고려하면 오히려 상당한 여윳돈이 생긴다. 독일 시민단체 VdK에 따르면 2011년 기준 독일 연금생활자 중 7146명은 헝가리, 3000여명이 체코, 600여명이 슬로바키아의 요양원에서 생활 중이다. 노인을 해외로 보내는 건 책임 회피라는 비판 목소리도 크다. 쥐드도이체차이퉁은 "독일이 후진국에 쓰레기 처리를 맡기듯 노인과 장애인을 해외로 내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발췌]

 


[일본] 노인 생활지원 서비스, 고전 이유는


노인은 외롭다. 하루 한마디조차 못 하는 이들이 비일비재하다. 일본에선 이를 사회적 고립으로 부른다. 1개월 이상 단 한 번도 대화하지 않은 노인이 전체의 30%에 달한다. 현재 일본 노인 중 독거 사례는 450만 명이다. 2015년 562만 명에 달한다는 전망까지 있다. 홀몸 노인의 최대 고민은 대화 기회의 상실이다. 일상적인 구매 곤란도 펼쳐진다. 전구 교환을 필두로 생활 주변의 세세한 도움을 원하는 수요 증가다. 가족을 대신해 부모를 챙겨주는 사람·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니즈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니즈에 발맞춰 다양한 사업이 시도된다. 긴급 통보 장치와 긴급 통보 서비스를 일체화한 판매 사업이나 대화 상대 서비스를 축으로 한 생활 주변 지원 서비스까지 다양하다. 가사 대행 서비스나 심부름센터(便利屋) 등도 이를 커버한다. 아예 고령자 생활 지원 서비스라는 특수 영역을 사업 모델로 한 곳도 있다. 가령 하세가와홀딩스는 가사 대행, 이사 지원, 묘지 청소, 사고 방지(집) 조치 등을 내세워 영업 중이다. 지자체가 일단 적극적이다. 이와테 현에선 ‘건강 발신’이란 프로그램을 지자체와 민간 비영리단체(NPO)가 운영한다.
건강 상태에 따라 번호를 부여해 매일 8시 정도에 해당 노인이 발신하면 이를 지자체 민생 위원이 체크·관리하는 식이다.

 

NTT니시니혼은 2012년 10월부터 전화를 활용한 대화·상담, 보호, 생활 곤란 등을 해결하는 노인 대상 지원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미 그전에 ‘당신의 전화’ 프로그램에서 노인 얘기를 들어주는 서비스를 실시했는데, 70%의 응답자로부터 호응을 받았다. 그 노하우와 운용 경험을 일반 기업과 지자체에 전수함으로써 노인의 사회적 고립을 막기 위해서였다. 간병 인정자가 아니지만 지원 필요 고령자를 위한 정기적인 전화 연락 등이 대표적이다. 지자체·봉사단체 등의 순회 방문의 효율화를 높이는 데도 지원된다. 게이오전철은 ‘시니어시큐리티서비스’를 실시한다. 철도 주변에 사는 노인을 대상으로 긴급 통보, 안부 확인, 무제한 대화의 정액 통화 등의 서비스를 사업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망은 중도적이다. 수요를 확인했지만 생각보다 사업자가 적다. 돈벌이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소비 니즈의 크기와 절박감이다. 생활 지원, 대화 서비스 등의 니즈는 분명 크지만 이를 분해하면 절박감은 낮다. 즉 안부 확인 등은 식사 택배 서비스나 우편배달 등의 흐름 속에서 해결할 수 있다. 또 대화 상대는 전문적인 자원봉사자가 이미 존재한다. 서포트 서비스의 필요가 노인 당사자인지 자녀인지도 관건 중 하나다.  경제 수준, 건강 상태 등 다양한 환경에 처한 고령자는 개개의 니즈가 산발적이다. 독거 변수 이외에 체크할 게 많다. 즉 본인이 서비스를 신청하는 것 자체에 저항감이 많다. 늙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같아서다. 자녀가 신청해도 거절하기 일쑤다. 가격도 문제다. 기존 서비스의 요금 설정은 연금 소득 수준에 비하면 꽤 고액이다.

 

행정 서비스나 NPO라면 별개지만 민간이면 큰 장벽이다. 가령 대화 서비스면 월 2만~3만 엔대다. 가사 대행이면 1회(2시간)에 1만~2만 엔 정도다. 생활비에서 헐어내기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따라서 이런 노동집약적인 서비스를 일정 부분 구조화해 저가 제공의 기회를 넓히는 게 권유된다.

                                           -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

                                                                                                      [한국경제 매거진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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