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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과 장례식장의 동거

오늘날 ‘장례식장’하면 떠오르는 곳은 병원이다. ‘병원장례식장’은 우리에게 자연스럽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병원은 죽음에 맞서고, 장례식장은 죽음을 받아들인다. 상반된 두 공간이 붙어 있는 형태는 다른 나라에서는 유래를 찾기 어렵다. 지난 19~20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사회사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두 편의 논문은 이런 ‘병원장례식장’의 존재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고찰했다. 천선영 경북대 교수(사회학)는 <병원장례식장, 그 기이하고도 편안한 동거>라는 논문을 통해 “죽음은 환자들을 건강한 상태로 되돌린다는 병원의 기본 목적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사건인데 이 공간 내에서 장례식장이 성행하고 있다는 것은 참 ‘기이한’ 일”이라고 밝혔다. 병원장례식장은 한국만의 독특한 현상이다. 미국은 교회나 성당에서 장례식을 하고, 병원에서 사망하더라도 독립된 전문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른다. 프랑스, 영국, 일본도 비슷하다.

천 교수는 왜 우리가 이런 기이한 형태를 “아무런 저항 없이 수용했는지”에 주목했다. 노약자석이라는 공간이 우리가 ‘노약자’를 배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처럼, “공간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많은 말을 하며, 각각의 사회는 저마다의 공간을 생산”한다. “병원과 장례식장이라는 공간이 붙어 있어 우리 사회가 얻는 것은 편리성(접근성, 위생성) 외에 과연 또 무엇인가? 만약 다른 어떤 ‘상징적’ 이유도 찾을 수 없다면 우리 사회가 죽음을 바라보는 ‘수준’이 그 정도밖에 안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아닐까?” 천 교수는 “두 공간의 결합이 별다른 인식론적인 과정 없이 안착한 것은 일종의 자기성찰성 결핍의 징후, 나아가 집단적 자기기만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인간의 죽음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우리 사회에서 “장례식장·묘지·화장장 등 죽음 관련 시설들은 공중변소·분뇨처리시설 등과 동격 범주로 다뤄지고” 있다.

장석만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위원도 <전통적 유교식 상례와 죽음에 대한 태도의 변화>라는 논문에서 병원장례식장의 일상화는 “장례식의 통과의례적 성격이 사라졌고, 죽음의 의미가 별로 주목받지 못한다”는 점을 함축한다고 밝혔다. “죽었는데 아주 죽은 것으로 대하면 어질지 못하다”는 <예기>의 구절이 말해주듯 전통 상례는 망자를 존중했다. 죽은 사람의 상의(上衣)를 가지고 동쪽 지붕에 올라가 다시 돌아오라고 세 번 외치는 ‘고복(皐復)’ 의례를 치른 뒤에도 소생하지 않을 때, 비로소 죽은 이는 망자가 됐다. 이는 조상을 모시고 전통과 노인을 존중하는 태도로도 이어진다. 그러나 요즘의 병원 장례식은 “지상에서 당한 ‘병원의 패배’를 감추듯이 몰래 지하에서” 치른다. 장 연구위원은 “죽음은 삶이 패배한 것에 불과하고, 가능한 한 조용하고 ‘마치 아무 일도 안 일어난 것처럼’ 처리돼야 할 일이 됐다”고 말한다. 그는 “청소년 자살 문제를 포함해 왕따, 묻지마 칼부림 등의 사회문제도 늙음과 죽음의 의미 표류와 깊은 연관성이 있다”고 말한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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