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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죽음 고독死와 유품정리업

▶홀로사는 노인 100만명 "고독사 두렵다" ▶스산한 고독사 현장 ▶매출늘어나는 유품정리업체
▶안부보다 고립 줄일 대책이 시급
▶혼자 살다 숨진 지 4일 만에 발견된 71세 할아버지(지난 4일 광주광역시), 다세대 주택에서 영양실조로 사망한 70세 할아버지(작년 12월 부산), 농가 마당에서 5일 만에 발견된 82세 할머니(작년 5월 충북 청원군)….

3년 전 외아들을 앞세우고 서울 영등포구 반지하 방(13.2㎡·4평)에 혼자 사는 김꽃분(가명·87) 할머니는 신문·방송에 외롭게 숨진 채 발견되는 노인들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남의 일 같지 않아 몸서리친다. 고지혈증과 천식이 있는 김 할머니는 잘 때도 119구급차 부르는 버튼이 달린 목걸이를 풀지 않는다. 매주 2~3회 자원봉사자가 찾아오면 눈물을 글썽이며 반가워한다. "언제 갈지 모르는데 아무도 모르게 갈까 봐 무서워."

"고독사(孤獨死)"는 일본에서 먼저 문제가 됐다. 일본 NHK방송은 작년 1월 "일본에서 한 해 3만2000명이 고독사로 떠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혼자 사는 독거(獨居)노인이 106만명에 달하는 우리도 고독사를 비켜갈 수 없다. 독거노인 네명 중 한명(27%)이 자식과 월 1~2회 이하로 연락하고 지낸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특히 그렇다(2008년 복지부 "노인실태조사).

문제는 정부가 한 해 몇 명이 고독사하는지, 어떤 사람들이 고독사 위험에 특히 심하게 노출되어 있는지 통계는커녕 추정치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독사가 늘면서 고인의 유품을 전문적으로 처리해주는 업체까지 나타난 일본의 실태를 "타산지석" 삼아 르포했다.

"저쪽으로 피하세요. 처음이라 견디기 힘들 겁니다."

앞서 가던 아오야마(靑山耕三·38)씨가 뒤따르는 기자를 제지했다. 지난달 20일 오전 9시 30분 도쿄 미나토구 A아파트. "하시모토 유키오"(가명)라는 문패가 걸린 1006호 현관 앞이다.

아오야마씨는 일본 최초의 유품(遺品) 정리 대행업체 "키퍼스(Keepers)" 도쿄 지점장이다. 고령화와 핵가족화로 연간 3만2000명이 고독사하는 일본의 진풍경이다. 2009년 현재 일본의 65세 이상 독거노인은 443만명에 달한다.

키퍼스의 "일일(一日)사원" 자격으로 따라간 기자가 저만치 뒷걸음질쳤다. 아오야마 지점장이 심호흡을 하고 코를 막더니 냅다 현관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드르륵 베란다 여는 소리에 이어 지점장이 쿵쾅거리며 뛰어나와 숨을 몰아쉬었다.

다른 직원 6명이 청소도구를 들고 나타났다. 작업팀은 20분쯤 환기되길 기다려 집 안에 들어갔다. 60대 노인이 멀찍이 서성이며 작업을 지켜봤다. 정리를 의뢰한, 고인의 형님이었다.

 

▶사망 후 20일 이상 방치

사망 당시 하시모토씨는 58세였다. 프리랜서라지만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는 유족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는 작년 11월 중순 아파트에서 숨진 뒤 20일 이상 방치됐다. 샐러리맨처럼 매일 직장에 출근하는 것도, 자영업자처럼 며칠 가게 문을 닫으면 남들이 궁금해하는 것도 아니었다. 날이 추워 창문을 전부 닫아둔 덕분에 시취(屍臭)로 온 동네에 부음을 전하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그 대신 자동차로 1시간30분 거리에 사는 형님이 "혹시나" 하고 찾아왔다 질겁했다.

경찰은 외상(外傷)과 침입 흔적이 없는 점, 고인이 당뇨 합병증을 앓은 점, 부패 정도와 편의점 도시락 영수증 등을 토대로 "20여일 전 고독사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장의사가 시신을 수습한 뒤 키퍼스 직원이 집 안 가득 오존을 뿌렸다. 시취를 분해하기 위해서다. 작업팀이 아파트를 찾은 것은 오존 살포 후 20일이 지나 어느 정도 냄새가 빠졌을 때였다.

▶BMW 오토바이와 텅 빈 냉장고

그러나 집 안에 들어서자 냄새가 없어지긴커녕 한여름 하수구 같은 악취에 숨이 턱 막혔다. 지점장이 "시취가 아니라 오존 냄새"라고 다독거렸다. 오존 냄새와 시취가 어떻게 다른지 알 길이 없어 위로는 되지 않았다.

실내(132㎡·40평)는 얼핏 보면 말쑥했다. 거실에는 어른 가슴팍까지 오는 대형 스피커 2대가 있고, 옷장에는 가죽점퍼가 걸려 있었다. 지하 주차장에는 BMW 오토바이가 있다고 했다. 한때는 고인도 화려한 싱글이었던 것 같았다.

그러나 부엌부터는 "일상의 민얼굴"이 드러났다. 음식 찌꺼기가 말라붙은 냄비, 두텁게 녹슨 식칼, 기름에 찌든 개수대…. 당뇨를 앓았다면 음식 조절이 중요했을 텐데 냉장고는 텅 비어 있었다. 작업팀이 쓰레기통에서 편의점 도시락 껍질을 찾아냈다.

아오야마 지점장은 "독신 남성이 고독사한 현장은 대개 이렇다"고 했다. 가족도 손님도 없다 보니 집 안에 먼지가 쌓여도 무심해진다. 그런 집 안을 보여주기 싫어 외부인의 방문을 점점 피하게 되고, 그럴수록 자기 관리에도 허술해진다. 거실에 놓인 헬스용 사이클은 페달에 비닐 포장지가 그대로 붙어 있었다.

▶아버지 영정 앞에서 숨지다

서재 한쪽 불단(佛壇)에 하시모토씨 부친의 영정이 걸려 있었다. 망자가 된 아버지가 아들의 마지막을 지켜봤으리라는 생각에 섬뜩했다.

공과금 영수증, 행사 안내장 등을 담아둔 박스 속에선 동남아 여행에서 찍은 듯한 오래된 사진 더미가 나왔다. 앨범에 정리하지 않고 사진관에서 받은 대로 쌓아둔 것이었다. 최근 사진은 없었다. 잡지도, 신문도, 책도 마찬가지였다. 불과 한달 전까지 사람이 살던 방이지만 방 안의 시간은 훨씬 전에 멈춰버린 듯했다.

키퍼스 직원이 사진과 함께 공과금 고지서를 추려 바깥에 있는 형님에게 전달했다. 고지서도 유품이라 할 수 있을까. 직원은 "그나마 이름이 인쇄돼 있으니까…" 했다.

낮 12시 점심시간. 아오야마 지점장에게 하시모토씨가 뭘 하던 사람인지 물었다. 그는 "의뢰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일은 묻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조심스레 몇 가지를 전했다.

"견적서를 쓰려고 고인의 형님과 만났을 때 들어보니, 젊을 때는 동생도 꽤 수입이 좋았는데 최근에는 좀처럼 제대로 된 일을 구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취직을 하겠다며 새로 명함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던데…. 잘 되지 않았나 봅니다."

▶조문객은 출입증 회수하러 온 거래처 직원

하시모토씨의 시신이 발견된 뒤 고인의 집을 찾은 사람은 경찰·장의사·키퍼스 직원뿐이다. 지인이 딱 한 사람 오긴 했다. 거래처 직원이 출입증을 회수해서 부리나케 돌아간 경우다.

오후 1시, 폐기물 운반차량이 도착했다. 운전기사가 화장실을 빌려 쓰러 올라왔다가 "헉" 하고 코를 막았다. 용변을 마친 그는 쪼그리고 앉아 쓰레기를 분류하는 기자에게 "고생하신다"고 인사했다. 이미 후각이 마비돼 뭐라고 대답하기 어려웠다. 오후 4시, 작업이 끝났다. 냉장고·세탁기 등 무거운 가전제품을 끌어내 전문처리 업체에 넘겼다. 기타 옷가지 등은 지자체 청소회사로 갔다.

▶매출 늘어나는 유품정리업체

도쿄 오타(大田)구의 "키퍼스" 사무실로 돌아오는 도로는 정체상태였다. 아오야마 지점장이 하품을 했다. 평범한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기자는 "동거인이 있었다면 병원에 며칠 입원하는 정도로 끝나지 않았을까" 물었다. 지점장은 "글쎄요" 했다. 그도 알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대답할 수 있는 질문으로 바꿨다. 이렇게 혼자 죽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오야마 지점장은 "의뢰받은 작업 중 20%가 고독사인데 계속 늘고 있다"고 했다. 나머지는 고독사가 아닌데도 유족이 손수 유품 치우길 꺼려 돈 주고 해결하는 경우다. 지점장은 "예전처럼 가족과 이웃들 속에 살면 이런 일은 없겠지요" 했다.

사무실 화이트보드에 유인물이 붙어 있었다. 키퍼스 도쿄지점은 이미 12월 목표를 30% 초과 달성했으며, 이날자로 성과급이 나왔다는 내용이었다.

 
▶유품정리업체 요시다 사장 인터뷰 "안부 전화보다 노인 고립 줄일 대책 시급"

"2년 전 자택에서 혼자 돌아간 65세 노인의 집은 함박눈이 내린 듯 온 집 안에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더군요. 몇 년간 아무도 쓸고 닦고 방문하지 않은 것 같더군요."

2002년 일본 최초의 유품 정리 대행업체 "키퍼스"를 차린 요시다 다이치(吉田太一·47·사진) 사장이 경험담을 열거하다 한숨을 쉬었다.

그는 원래 이삿짐센터를 운영하다가 갑작스레 부모를 잃은 어린 자매의 부탁을 받고 유품 정리를 거들어준 일을 계기로 이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엔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현재 전국에 5개 지점을 두고 연간 1500건을 처리하고 있다.

요시다 사장은 "고독사의 원인은 개인주의와 가족 붕괴로 가정과 사회에서 단절되는 것"이라며, "사회가 고독사의 심각성을 빨리 깨달아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도 일본 곳곳에선 고독사 방지 운동이 일고 있다. 후쿠오카시의 민간 서비스 업체는 매일 오전 9시 전화로 독거 노인 안부를 확인한다. 요코하마시는 공공 임대주택 단지에 고령 거주자가 집에서 버튼을 눌러 외부에 긴급 사태를 알리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니가타시는 사회복지법인들이 독거노인이 400가구 모인 지역을 나눠서 맡아 청소도 해주고 건강체크도 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요시다 사장은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경제적 빈곤도 문제지만 그보다 "사회적 고립"이 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인의 안부를 체크하는 수준을 넘어 보다 적극적으로 "노인 고립"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요시다 사장은 주장했다. 노인이 더욱 늘어날 10년 뒤, 20년 뒤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그는 "관료나 교수들에게 얘기해도 "아, 정말 심각하네요" 할 뿐 당장 뭔가 하는 데는 소극적"이라며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고독사가 얼마나 큰 문제인지 깨닫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한국도 노인 고독사 대책을 막 시작했으나 갈 길이 멀다.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자원봉사자가 독거노인과 결연을 맺어 주 2~3회씩 말벗을 해주는 서비스를 전국에 확대 실시하고, 독거노인 종합지원센터도 새롭게 설치·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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