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알림 루이 베나비드 프랑스 그르노블대 생물물리학과 명예교수와 생명공학벤처 시나텍 연구팀은 뇌신호로 걷고 물건을 집을 수 있는 외골격로봇(엑소스켈레톤)을 개발하고 실제 팔과 다리를 못쓰는 환자에게 입혀 시연하는데 성공했다.
이름이 티보(Thibault)로만 알려진 이 프랑스 리옹 출신의 28세 청년은 4년전 나이트클럽에 갔다가 발코니에서 12m 아래로 떨어져 척수를 다쳐 사지마비 판정을 받았다. 뇌와 함께 중추신경계를 구성하는 신경세포 집합체인 척수를 다칠 경우 20% 이상 마비 증상을 겪는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뇌신경과학과 기계공학 기술을 이용해 생각만으로 걸을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나섰다.
외골격로봇은 사람의 골격구조 및 관절 작동매커니즘과 일치하게 만든 옷처럼 입는 로봇 장치다. 이전까지는 로봇을 착용한 사람이 좀더 적은 힘을 줘도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적은 힘으로 걷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지금까지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움직인 사례는 있지만 이번처럼 다리에 아예 힘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뇌 신호만을 읽어들이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경우는 없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외골격로봇은 착용자의 뇌 신호를 이용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외골격 로봇을 착용한 사람의 뇌와 두피 사이에는 두 개의 측정장치를 삽입한다. 이 장치들은 감각과 운동 기능을 조절하는 뇌의 피질 영역 부근에 위치해 관련 뇌 신호를 수집하는 역할을 한다.
티보는 실제 외골격로봇을 입고 실험에 나서기 전 비디오 게임을 통해 2년간 걷는 것과 물건을 집는 가상의 연습을 반복했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수집한 뇌 신호(EEG)를 분석해 실험 참가자의 특성을 찾아내고 외골격로봇이 좀더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만들었다. 남성은 2017년부터 올초까지 진행된 실험에서 외골격로봇을 입고 두 손과 팔관절을 움직이고 축구 경기장을 한바퀴 걷는 데 잇따라 성공했다.
티보씨는 “불의의 사고로 갑자기 걷지 못하게 된 환자에게 매우 희망적인 메시지”라고 말했다. 베나비드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인간을 로봇으로 바꾸는 게 아니며 인간을 돕기 위한 의료적 문제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랜싯 정신의학’ 3일자에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