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아름다운 세상

삶은 사는것만큼 아름답다

 
- 온몸 근육이 사라져 가는 청년 김민식씨네 집에‘친구들’이 찾아 왔다. 10년 넘도록 민식씨를 도와주고 있는 사람들이다. 오른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배대진, 서수택, 김민식 그리고 장준씨. 민식씨와 눈높이를 맞추려 모두 함께 누웠다.
●스무살 넘기기가 어렵다했지만 형·누나 같은‘친구’들
●10년넘게 ‘내 몸’처럼 아껴줘 “시 쓰고 작곡하고… 난 행복”

지난 6일 충남 청양군 칠갑산 아래 도림마을에 있는 작은 집에 여럿이 찾아와 ‘누웠다’. 이들은 집 주인인 자그마한 청년 하나를 에워싸고 ‘누워서’ 이야기를 나눴다. 청년 이름은 김민식(25). 전신장애 1급에 시한부 삶을 사는 청년이다. 민식씨 옆에 누운 사람들은 민식씨를 ‘살아 있게’ 해준 자원봉사자들이다. 4월 장애인의 달 첫 주였다.

민식씨는 병을 앓고 있다. 병명은 근이영양증(muscle dystrophy). 온 몸 근육이 조금씩 사라지는 병이다. 초등학교 4학년 개학날, 새 교과서를 받고 집으로 오다가 트럭에 부딪혔다. 병원에서는 “타박상은 별 게 아닌데, 심각한 다른 병이 발견됐다”고 했다. 큰 병원에 데려갔더니 “스무 살 넘기기 어렵다”고 했다. 몸은 조금씩 움츠러들어 스물 다섯 살 청년이 27㎏짜리 새털처럼 가벼운 몸뚱아리로 산다.

“왜 사람들이 살을 빼는지 모르겠네”하고 농담을 하는 민식씨는 내장 근육도 약해져 여든 넘은 할머니가 넣어주는 밥풀과 물방울로 생명을 유지한다. 있는 힘 다해야 컴퓨터 키보드를 누를 수 있는 손가락, 그리고 웃음 가득한 얼굴에는 아직 근육이 남아 있다.

그런 그가 두 달 후면 스물 다섯 번째 생일을 맞는다. 병원에서 선언한 시한을 5년이나 넘겼다. 그동안 겨우 기능하는 일부 신체 부위로 많은 일을 했다.

시(詩)를 썼다. 시집 두 권 가운데 한 권은 베스트셀러였다. ‘삶은 사는 것만큼 행복하고 아름답다’는 제목의 시집은 초판 매진에 재판까지 찍었다. 학력은 초등학교 4년 중퇴. 그래서 책 한 권을 이해하려면 수백 번씩 읽어야 했다. 그리고 작곡을 한다. 손가락만 겨우 움직이는 청년이 컴퓨터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여 40여 곡을 완성했다. 민식씨는 “하늘이 부르는 날까지 그저 제 할 일 하면서 살 것”이라고 말했고, 병원에서는 기적이라고 했다. 오로지 죽는 날까지 내 일을 하다 가겠다는 그의 의지를 뒷받침해준 주위 사람들이 만든 기적이다.

그를 돕는 자원봉사자들은 1996년 어느 날 몰려왔다. 민식씨가 장애인으로서 사는 삶이 어떤지 한 잡지에 기고한 직후였다. 처음 온 사람들은 공주에 있는 장애인복지시설 소망의 집 자원봉사자들이었다. 꼼짝 못하고 누워 있는 민식이를 씻겨주고 이부자리를 갈아주고, 개울에서 물놀이를 했다. 그때 대학생이었던 사진가 장준(34)씨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민식씨를 찾아온다. 장씨는 “열댓 명씩 찾아와 며칠씩 한뎃잠 자며 민식이랑 놀았다”고 했다. 장씨는 밤에 서울 남대문 의류상가에서 일을 한다. 그 월급을 쪼개 지금도 매달 민식이에게 보낸다.

서수택(49·사업·서울 관악구 신림동)씨도 장준씨와 똑같다. “민식이 글을 읽으면서 내 어려웠던 시절이 생각나 다음날 무작정 내려왔었다”고 말했다. 한 해에 서씨가 보내주는 돈은 수백만 원. IMF처럼 어려운 때도 있었지만 “남 돕기란, 절약하면 마음에 달린 것”이라고 했다. 충남 아산에서 약초농장을 하는 배대진(63) 할아버지도 수시로 민식이를 찾아와 약을 주고 간다. 할머니는 “또 누군가가 이름도 알려주지 않고 꾸준히 음식이랑 돈을 부쳐준다”고 했다.

“사람들이 오면 외롭지 않아서 좋아요. 제일 많이 하는 일이 천장만 보고 있는 거거든요.” 민식씨 눈가에 웃음이 퍼진다.

이날 못 온 형·누나들은 미니홈피(www.cyworld.com/Eternity61)에 안부인사를 남겼다. 제일 보고 싶은 효심이 누나(26·교사)도 “곧 놀러오겠다”고 약속했다.

점심식사를 물리고, 사람들이 민식씨 옆에 누워 눈높이를 맞추며 말을 건넸다. “건강해라, 민식이.” 민식씨가 말했다. “나보다 더 힘든 사람도 사는데, 나는 행복합니다.”


배너

포토뉴스


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발행인 칼럼

더보기
[칼럼] 상조단체 상조협회 이야기
조직이란 소속된 구성원들의 친목과 함께 공동 발전을 위한 네트워크란 점이 핵심 존재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한국상조산업계도 2021년을 기점으로 비영리 공인 단체를 가지게 되었다. 비록전국적인 단일조직은 아니지만 어쨋든 공식 '사단법인'이란 점에서 의미있는 발전이다. 한국상조산업협회는 설립 허가를 받은 후 박헌준 회장 이름으로 “공식적인 허가 단체로 거듭난 협회는 회원사와 더불어 장례문화발전과 상조업계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표시했다. 기자는 관련 기사에서 경험에서 우러나는 희망사항을 곁들였다. 40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상조산업의 문제점은 원래의 본향이었던 상부상조, 아름다운 품앗이의 핵심, 장례문화를 제대로 발전시킬 수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의례서비스의 근본을 떠나 소위 결합상품 내지는 의례와 거리가 먼 라이프서비스로 주업태를 변경시켜 가며 이윤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조고객의 대부분이 미래 장례를 목적으로 가입한 것이라면 상조산업 발전과 장례문화 발전이 동일한 의미를 가져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지난 12월 24일자로 공정위의 허가를 받은 '사단법인 한국상조산업협회'가 설립목적으로 명시한 "상조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소

해외 CEO 칼럼 & 인터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