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가까이 노인 돌봄에 헌신하며 900명 넘는 독거노인의 장례를 직접 챙긴 손문권(74·사진) 이일성로원 대표가 7일 국민훈장을 받았다. 손 대표는 17세이던 1960년 광주 동구 소태동에서 어머니 이정희씨를 도와 전쟁 통에 집을 잃은 노인과 고아를 돌보는 일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보살피는 노인이 세상을 떠나면, 직접 합판을 사 관을 짜고 손수레에 실어 산에 묻었다. 그의 어머니는 1959년 노인을 돌보기 위해 이일성로원을 설립했고, 1965년 법인 시설로 인가받았다. 성로원 운영 초기엔 식량이 바닥나 굶주림을 겪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손 대표는 갖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57년 동안 묵묵히 1000명이 넘는 노인을 돌봤고, 연고 없는 노인 920여명의 장례를 직접 챙겼다. 지금도 매년 200여개 묘지의 벌초를 책임진다.
손 대표는 국내에 요양원을 처음 만든 인물이다. 그는 "성로원에서 한 방에 어르신 7~8명이 비좁게 생활하는데, 폐병 앓는 분이 한 분 들어오면 모두 폐병에 걸렸다"면서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해 1984년 전남도지사와 보건복지부 장관을 찾아가 '폐병 앓는 노인은 1인실에서 치료받게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 끝에 감염병 환자를 위한 병실 건물이 지어졌고, 노인복지법에 요양원 규정이 추가되면서 '국내 1호 요양원'이 탄생했다.
손 대표는 '재가 서비스' 기틀을 닦았다는 평가도 받는다. 1992년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 숨지고 3개월 지나 발견됐다'는 뉴스를 본 것이 계기가 됐다. 손 대표는 이번엔 광주시장을 찾아가 "어르신들이 외롭게 돌아가는 일을 막을 테니 독거노인 명단을 뽑아 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광주에 홀로 사는 노인 4000여명을 집으로 찾아가 돌보는 재가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후 광주에선 고독사(孤獨死)가 급감했다. 보건복지부는 7일 '제18회 사회복지의 날'을 맞아 서울 영등포구 63시티에서 기념식을 열고, 손 대표 등 유공자 159명에게 정부 포상을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