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에게 현장(現場)이란 단어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일본어로 현장이라 할 때의 현(現)을 ‘겐바’라 하는데 존중과 신뢰가 깃든 단어이다. 그래서 학력을 불문하고 현장 출신을 존중한다. 유능하고 헌신적인 현장 일꾼들을 고위직에 발탁한다. 실제로 도요타에서는 중학교 졸업 학력의 현장 출신을 생산라인을 총괄하는 최고책임자로 세운 적이 있다.
일본어에서 현장의 현(現)은 ‘나타나다, 드러나다’라는 뜻으로 영어로는 appear / become visible의 의미이다. 현장은 회사의 다양한 문제와 그 해결방법, 회사의 분위기와 아이디어를 드러내 주는 자리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학력을 필요 이상으로 따지는 풍토여서 학력은 약하나 현장경험이 풍부한 아까운 인재들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대 자동차의 경우 고교 출신의 유능한 현장 출신이 발탁되지 못하고 퇴사하여 자기를 알아주는 중국 회사로 옮겨간 경우가 있다. 그렇게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는 인재들은 떠나고 책상물림으로 자란 행정 부서의 일꾼들이 현장을 지도하게 되니, 노사갈등이 증폭되고 회사 운영에 난조(亂調)가 일어나 잡음과 갈등이 그칠 날이 없게 된다.
미국 GM자동차의 경우가 우리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다. GM은 재무, 행정 출신들이 고위직을 맡아 회사를 이끌었다. 그들은 현장에 관심을 갖지 않았고 현장을 무시하였다. 결국 2008년, GM은 망하고 말았다. 그 후 긴 고통의 과정을 거쳐 2013년에 드디어 GM을 살릴 영웅이 등장하였다.
Mary Bara란 이름의 여성 CEO이다. 그녀는 고교 졸업 후 GM에 인턴사원으로 입사한 후 35년간 현장 부서를 골고루 지키며 현장에 통달한 여성이었다. 그녀는 현장 상황을 두루 통달하고 있었기에 어떻게 하면 원가를 줄일 수 있으며, 어떻게 하면 효율을 높일 수 있고, 어떻게 하면 노사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지를 알았다.
그렇게 현장 상황에 능통한 Mary Bara가 GM의 CEO가 된 후로 회사가 살아나고 있다.
35년간 현장 경험을 쌓으며 자란 고졸 학력의 한 여성이 오랜 현장병을 고치고 GM이라는 대기업을 살려낸 것이다. 지금 한국 경제는 위기에 처하여 있다. 한국 경제가 위기인 것은 어린 아이들까지 이미 피부로 느낄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때에 필요한 일꾼은 창업자의 후손도 아니고 명문대학의 스펙을 지닌 일꾼도 아니다. 현장에 흐름을 익히며 회사와 운명을 함께 하겠다는 결의를 지닌 일꾼들이다. [김진홍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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