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한 공공의료기관이 시신 안치 기준을 바꾸면서 장례업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해당 의료원 장례식장을 이용해야만 시신을 안치할 수 있다는 기준을 놓고 의료원과 장례업체측은 서로 갑질을 하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제주 공공의료기관인 서귀포의료원은 지난달 26일 장례업체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의료원은 공문에서 장례식장을 리모델링하며 14개의 시신 냉동고가 12개로 줄었기 때문에 시신 안치 기준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감염 시신과 무연고 시신 각 2구는 장사법에 따라 의무 안치하고 8구는 일반 시신을 안치하겠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일반 시신에 대한 안치기준으로 8구가운데 6구는 서귀포의료원 장례식장 이용자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면서 불거졌다. 다른 장례식장 이용자를 위한 시신 냉동고 2곳이 들어 차면 추가 안치가 불가능하다는 것. 서귀포의료원은 변경된 시신 안치기준을 시민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장례업체에만 통보했다. 의료원 관계자는 "리모델링을 하며 수억원이 든데다, 장례식을 치르지 않고 마을 회관 등으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있어 기준을 바꾼 것"이라고 밝혔다. 또 "시신이 10구 이상 안치된 적이 거의 없고 3분의 1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새로운 시행안을 내놓은 건데 엉뚱한 부분만 부각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시민들에게 알리라는 법적 근거가 없고 대부분 유족들이 장례업체와 상의해 결정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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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조업체와 유사 장의업체 등의 유착관계를 막기 위한 방안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의료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상조업체가 유족들을 장례식장이 아닌 대중음식점으로 유도한다"며 "실제로 우리 병원에서 장례식을 치르기로 하고 견적까지 냈다가 다른 곳으로 가는 사례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의료원 측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안치한 시신은 478명으로 이중 187명이 의료원에서 장례식을 치렀다. 의료원에 안치됐던 시신의 40%만 해당 장례식장을 이용한 것이다. 나머지는 인근의 대중음식점에서 장례식을 치른 건이 163건, 마을 의례회관과 성당 등에서 치른 경우가 128건으로 집계됐다. 이 관계자는 "특정 상조업체 직원이 의료원측의 시신안치 기준을 문제 삼으며 언론과 제주도에 알려 사회문제화하겠다는 말까지 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근본적인 목적은 상조업체들의 유착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장례업체의 유착 행위에 대한 근거 자료는 없었다. 의사 A씨도 "상조업체와 식당 등에서 거래가 있는 건 업계에서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의료원의 조치는 어떠한 문제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장례 업체들의 입장은 다르다. 장례 관련업에 종사하는 B씨(52)는 "공공성을 띠는 병원이 시신을 받지 않는다는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B씨는 "의료원이 리모델링 공사가 끝나기 사흘 전에야 안치기준 변경사실을 알려왔는데 명백한 행정의 갑질"이라고 반박했다. 대중음식점에서 치르는 장례식에 대해서는 "다른 읍면동 지역에서도 전부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장례 관련 종사자들이 어느 음식점이 좋고 어느 의료원이 괜찮다는 장단점 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어도 일부러 빼앗아 가는 경우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너무 좁다보니 집안마다 부르는 장의사가 있고 가끔 친척들 중 상조업체 다니는 직원이 있어 장례식장이 변경되는 경우는 있다"고 말했다.
상조업체 직원 김모(54)씨는 "식당과의 유착관계는 전혀 사실 무근이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김씨는 "장례는 고인을 모시는 아주 중요한 절차이기 때문에 상조업체가 고객들에게 어떤 장소가 장단점이 있는지 이야기 해주는 건 당연한 행위"라고 말했다. 또 "유족들이 고인을 보내는 마지막 자리인데 시설 문제로 불만이 들어와 의료원 측에 시설 보완 등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씨는 "예고없이 발생하는 게 장례인데 의료원에 시신을 안치하지 못하게 하는 건 유족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며 의료원을 비판했다. [출처 : 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