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적의료비를 포함, 과부담의료비 발생이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부담의료비'란 가구당 의료비가 전체 가구소득의 10%를 초과하는 수준을 말한다. 이태진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25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제7회 한국의료패널 학술대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의료비 부담과 건강보험정책'을 발표한 이태진 교수는 "과부담의료비 발생이 증가 추세에 있으며 특히 저소득층에서 과부담의료비 증가가 매우 빠르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가 집계한 과부담의료비 발생 추이에 따르면 2008년 13.4%를 기록한 과부담의료비 발생률은 2012년 14.6%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환별로는 신부전 관련 질환이 과부담의료비 발생률이 50%를 상회하는 등 가장 높았으며 그 뒤를 이어 뇌혈관과 암 또한 과부담의료비 발생 추이가 40%에 육박했다. 과부담의료비 경험 가구의 약 45%는 2회 이상 반복 발생했으며 2년 연속 과부담의료비를 경험할 확률은 약 47%를 나타났다.
이와 함께 의료이용 및 의료비 지출 영향 요인을 분석한 결과, 건강보험 효과로 소득이 접근성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나 의료비지출 증가에는 소득이 유의한 영향을 보여줬다. 즉, 고액 가구의료비는 고소득층에서 더 많이 발생하지만 소득 대비 본인부담의료비 비중은 저소득층에서 훨씬 높았다. 이와 함께 정부가 본인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행한 본인부담액상한제 차등적용 제도가 실제로는 하위소득군의 과부담의료비 발생 감소에는 기여하지 못했다고 이 교수는 분석했다. 그는 "본인부담상한제 차등적용 이후 가구의료비 지출 증가에 있어 소득그룹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제도 적용 이후 암과 신부전 환자의 의료비지출과 과부담의료비 발생이 감소했다는 통계 결과가 나온 바 있다"고 덧붙었다. 이처럼 본인부담상한제가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배경에 대해 그는 비급여 본인부담액이 존재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그는 "건강보험 급여 확대에도 불구하고 가구의료비가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효과적인 관리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의료이용에 대한 필요는 크지만 지불능력에 한계가 있는 취약계층의 실질적 보장성 제고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