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차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는 결과치를 앞세워 연내 의료법 개정을 매듭짓겠다고 발표했다. 원격의료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줄기차게 반대해온 병원 등 의료업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27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열린 2차 원격의료 시범사업 결과 브리핑에서 "시범사업에 참여한 5300여 명 중 도서벽지 환자 83.5%와 노인요양시설 환자 87.9%가 만족감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부터 실시한 시범 사업은 의사-의료인간 응급원격협진(30개소)을 비롯한 도서벽지(11개소), 군부대(50개소), 원양선박(6척), 교정시설(30개소), 만성질환자 원격모니터링(15개 의원), 노인요양시설 원격진료(6개소) 등에서 이뤄졌다.
복지부는 2차 시범사업 임상에 참여했던 당뇨병 환자 239명의 당화혈색소 평균 수치가 7.98%에서 7.35%로 0.63%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원격의료 서비스를 받지 않은 대조군 환자의 감소 폭 0.36%포인트보다 큰 수치다. 1~2차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고혈압 및 당뇨병 환자 42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고혈압 수축기 혈압(높은 혈압)이 3.23mmHg 줄고 당뇨병 환자의 당화혈색소도 0.31%포인트 감소했다. 환자가 의사의 약 처방에 얼마나 잘 따르는지를 보여주는 복약순응도의 경우 6점 만점에서 5.1점을 받았다. 이는 원격의료 서비스 이전(483점)보다 높은 점수다.
'원격의료는 한류 창조경제' 정부, 법 개정에 전력
정부가 역대 어느 정권도 해내지 못한 원격의료 도입에 사활을 거는 건 원격의료가 의료한류의 한 축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시장조사 업체에 따르면 세계 원격의료 시장은 지난해 말 기준 143억 달러(약 17조2000억원)에서 2020년 363억 달러(약 43조6000억원)로 급성장이 예상된다. 복지부가 연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보건·의료 분야만 별도로 묶어 미래창조과학부 등과 공동 보고를 한 건 원격의료를 창조경제의 한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정부는 중남미와 중국 등 7개국과 원격의료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첫걸음을 땠다. 국제적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방편으로 올해 3차 시범사업 환자 수를 이전 5300명에서 1만2000명으로 두 배 늘려 잡았다. 관계자는 "MOU는 우산 같은 것으로 이를 바탕으로 여러 계약이 진행되고 발전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의료가 국외로 진출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원격의료 결과발표 국민기만 행위" 의협 반발
의협은 27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추진하려는 원격의료는 국민건강보호와 환자 안전은 도외시 한 행정 편의적 시범사업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검증은 뒷전이고 자화자찬에 급급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 보장은 아직도 실종상태라는 것이다. 비밀리에 진행된 복건복지부의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조악한 행정편의 연구, 정책기능 상실'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의협 측은 "정부 시범사업 결과 자화자찬에 불과하고 국민의 안전과 알권리를 철저히 배제했다"며 "안전 불감증에 따른 국민건강 참사 이전에 시범사업 결과에 대한 전면 공개와 투명한 검증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 측은 "어떤 서비스이든 간에 기존에 없던 것을 추가로 제공하면 서비스 수혜자의 만족도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뒤 "이것을 원격의료의 효과라고 내세우는 것은 말 그대로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의협 등 전문가단체에서 요구해 온 임상적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은 물론이거니와 기술적 보안도 이번 시범사업 결과에서 보듯이 전혀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협 측은 끝으로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은 반쪽짜리 시범사업 결과를 전면 공개하고 이에 대한 객관적이고 투명한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