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앗간과 안채뜨락, 창고채 모습도 옛날 그대로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곧 역사책에 한 줄 표시도 없이 사라질 운명을 맞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이처럼 이름 없이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향수를 달래기 위한 방대한 작업을 해왔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개발을 앞두고 충남 연기ㆍ공주 일대에 대한 인류ㆍ민속 분야 문화유산 지표조사를 해 방대한 분량의 책으로 내는 작업이다. 행정도시로 변해 사라질 충남 내륙 농촌 경관을 심층기록으로 최대한 보관하고자 하는 취지에서다. 민속박물관은 2005년 9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충남 연기군 남면ㆍ금남면ㆍ동면, 공주시 장기면ㆍ반포면 일대 2205만여 평 마을에 대한 문화유산 지표조사를 실시했다. 총 50개 마을에 대한 전수조사와 그 중 13개 마을에 대한 심층조사를 바탕으로 가옥 형태와 주민생활문화 등을 개발인류학 관점에서 집중 분석했다. 투입된 사업비만도 박물관 개관 이래 최대 규모인 15억여 원. 특히 심층조사 대상인 13개 마을에서는 조사원들이 8개월 동안 직접 살며 초상이나 제사, 결혼식 등 주민생활 면면을 자세히 기록했다. 박물관측은 이번 결과를 토대로 "문화유산 지표조사 종합보고서" 7권과 "반곡리 종합조사 보고서" 4권 등 총 11권짜리 보고서를 집대성했다. 특히 심층조사 대상 마을 13곳 중 전통문화와 생활풍습이 가장 잘 녹아 있는 연기군 금남면 반곡리에 대한 종합조사 보고서만 4권으로 별도 출간해 눈길을 끈다. 여기에는 주민 생업활동과 의식주, 세시풍속, 민간신앙ㆍ종교, 구비전승 등 분야별로 조사ㆍ집필한 민속지를 비롯해 반곡리 민가 140여 채에 대한 실측조사 결과를 담아 충남지방 다양한 민가 형태와 변화 양상을 알 수 있게 했다. 반곡리 주민 중에서도 김명호 씨 가옥을 집중 분석해 가족 구성원 속옷 한 장까지 모두 사진으로 담아 책 한 권으로 펴낸 것도 특징적이다. 이용석 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텍스트를 비롯해 사진ㆍ음성 자료를 바탕으로 한 동영상도 함께 수록함으로써 행복도시 개발 전 연기ㆍ공주 모습을 영원히 보관하고자 했다"며 "도시가 세워지기 이전 토박이 주민 역사와 생활문화를 남기게 돼 가장 모범적인 문화유산 조사사업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물관측은 한국토지공사 등 관계 당국에 해당 지역 문화유산과 생활문화를 보존하는 방안으로 생태생활사박물관(ecomuseum) 건립을 제안하는 한편 마을 하나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민속마을 조성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개발로 인해 사라질 곳은 이번 조사에서 나온 기록을 바탕으로 인터넷에 구현될 전망이다. 박물관측은 "조사과정에서 촬영하고 기록한 사진ㆍ음성ㆍ동영상 자료로 "사이버 고향마을"을 구축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