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 [MERS corona virus/ 중동호흡기증후군]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견된 뒤 중동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바이러스로, 2003년 아시아에서 발생한 뒤 전 세계로 확산되며 800명 가까운 사망자를 낸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유사한 바이러스다. 잠복기가 1주일가량이며 사스와 마찬가지로 고열, 기침, 호흡곤란 등 심한 호흡기 증상을 일으킨다. 다만 사스와는 달리 급성 신부전증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으로 사스보다 치사율이 6배가량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하는 등 더 치명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초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불렸지만 이후 사우디를 비롯한 요르단, 카타르, 아랍에메리트(UAE) 등 중동 지역에서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면서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MERS-CoV)로 명명됐다. 메르스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 따라서 예방이 우선이다.
사람이 붐비는 장소는 피하는 게 좋다. 불가피하게 사람이 붐비는 장소를 방문해야 한다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특히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라면 더욱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한다. 특히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과의 밀접한 접촉은 피해야 한다. 외출 후나 평상 시 손씻기, 양치질 등 개인위생 수칙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 비누나 손 세정제를 이용해 손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씻어주며,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는 걸 자제한다. 발열, 기침, 호흡곤란, 숨 가쁨 등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다. 설사 등 소화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당뇨, 급성 신부전 등 만성질환을 갖고 있거나 면역 기능이 저하된 환자의 예후가 특히 나쁘다. 아직 예방용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증상에 따라 적절한 내과적 치료를 시행한다. 현재 인터페론, 리바비린, 로피나비어 등 기존 바이러스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메르스 전파는 환자와 같은 공간에 동시에 머물면서 밀접한 접촉이 있었던 경우에 제한적으로 발생한다. 환자가 이미 거쳐 간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것으로 메르스에 감염될 가능성은 없다. 공기 전파가 아니라 비말(침) 전파나 근접 접촉으로 전염된다. 당국은 메르스 확진 환자의 1~2m 주변에 1시간 이상 함께 머문 사람을 밀접 접촉자로 분류해 격리하고 있다. 하지만 메르스 연구가 2~3년 밖에 안된 점에서 공기 전파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WHO에서 메르스 공기 전염 가능성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예방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알고, 기본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메르스 잠복기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평균 5일(2~14일)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초비상 근무, 일선병원 현장
10일 오후 1시쯤 대전 서구 을지대병원은 긴장감이 역력했다. 중환자실 앞 '메르스 관련 직원 외 출입 통제' 팻말 앞에 마스크 쓴 직원들이 경계하는 눈빛으로 기자의 접근을 막았다. 응급실 옆 작은 출입문엔 쇠사슬이 묶여 있고, 폐쇄된 응급실 안은 소독 작업이 한창이었다. 안내 데스크 직원도, 환자들도 두꺼운 마스크 차림이었다. 외래 환자는 60%쯤 줄었다.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62세 남성(90번 환자)은 10일 새벽 3시 10분쯤 이 병원 중환자실에서 사망했다. 특히 이 병원 중환자실 환자 50명은 이 환자가 중환자실에 들어온 시각부터 중환자실 음압실에 별도 격리되기까지 41시간 동안 고스란히 노출됐다. "평택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에 이어 대규모 메르스 3차 발병이 우려된다"는 전문가 지적도 나온다. 889병상 규모의 을지대병원 측은 1981년 개원 이래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90번 환자는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14번째 메르스 확진 환자와 함께 있었다. 이어 자택 격리 중에 발열, 호흡곤란 증세 등으로 옥천의 병·의원을 잇따라 방문한 다음 6일 오후 6시 37분 산소호흡기를 쓴 채 을지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당시 체온은 38도였고,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 "환자 측은 삼성서울병원에 있었다는 말은 없이 옥천성모병원에서 왔다고만 했다"는 게 을지대병원 측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이 남성 환자는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이동하기 전까지 2시간 33분 동안 다른 환자(62명)와 의료진 등에게 1차 노출됐다. 노출된 환자 중 이미 퇴원한 55명은 자가 격리 상태고, 응급실에서 곧장 퇴원하지 않고 을지대병원에 입원한 환자 7명은 이 병원 1인 병실에 격리됐다.
더 큰 위험 상황은 이 환자가 중환자실에 입원하면서 벌어졌다. 이 환자가 메르스 감염 환자인지를 모르는 상태로 다른 환자들과 함께 장시간 중환자실에 누워 있었기 때문이다. 6일 오후 9시 10분 내과계 중환자실에 들어서서 8일 오후 2시 10분 중환자실 내 음압실에 격리되기까지 41시간 동안 중환자실 내 다른 환자 50명(내과계 26명, 외과계 24명)이 노출된 상태다. 더구나 7일 오후 1시쯤엔 호흡곤란이 심해진 이 남성에게 기관 내 삽관(기도 확보를 위해 기관 내에 관을 삽입하는 것) 시술까지 이뤄졌다. 김윤 서울대병원 의료관리학 교수는 "기관 내 삽관을 하면 환자에게서 나오는 바이러스 묻은 침이 더 잘게 쪼개지고, 수증기처럼 더 널리 퍼지는 '에어로졸 전파' 가능성이 있어서 더 위험하다"고 했다. 병원 측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있었다는 사실을 환자가 숨겼기 때문에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별도로 확인했고, 8일 오후 2시 10분쯤 메르스 환자란 강한 의심이 들어 음압실 격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8일 오후 대전보건소는 이 환자 검체를 가져갔고, 이날 밤 11시 30분 확진 판정이 나왔다. 10일 새벽 3시 10분에 결국 사망한 남성의 기저질환(원래 앓던 병)은 간암, 당뇨, 만성폐색성폐질환 등이었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밀접 노출된 의료진은 30여명인데, 이 중 10여명은 병원 내에서, 다른 의료진은 자가 격리 상태다. 사망 환자가 중환자실에 무방비 노출될 당시 병문안 온 가족 등 72명은 자가 격리 상태라고 대전시는 밝혔다.
이 병원 의료진은 을지대병원이 제2의 삼성서울병원이 되는 것은 꼭 막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이 병원은 자체적으로 메르스 비상대책본부를 꾸렸다. 10일 병원에서 만난 대책본부 상황실장 김승민 교수는 "메르스 사태로 최근 3일 동안 3~4시간 쪽잠 잔 게 전부"라고 했다. 수염이 덥수룩했다. 위험 환자가 모인 중환자실에 들어가는 의료진은 마스크는 물론 방진복까지 갖춰 마치 우주복을 입은 듯한 차림새다. "한번 입으면 땀이 비 오듯 쏟아져 30분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메르스 환자는 아닐 가능성이 크지만, 중환자실에서 최근 호흡기 질환으로 사망한 환자의 시신까지 병원 밖으로 나가지 못해 일부 유가족들이 항의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은 중환자실에서 "메르스 의심 증세를 보이는 환자는 없다"는 것이 을지대병원 설명이다. 김승민 교수는 "특히 중환자실은 '개미 한 마리 지나지 않도록' 철통 방어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