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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년전 ‘질병 타임캡슐’ 연다

 
- 소년 미라의 뇌 촬영 사진. 다른 나라 미라와 달리 한국 미라는 머리 속에 뇌조직이 남아 있는 것이 확인됐다. 사진 제공 단국대 의대 이인선 교수
조선 중기 병자년 ‘전란(戰亂)’의 상처가 서서히 아물던 어느 날, 당대의 세도가 해평 윤씨 가문의 윤 대감 집은 온종일 슬픔으로 가득 찼다. 5세밖에 안 된 사내아이가 각혈과 고열로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떴기 때문이다. 사내아이는 관례대로 간소한 장례 절차를 거친 뒤 선산에 묻혔다. 후사가 없어 묘비를 쓰지는 못했지만 부모는 아들의 몸을 두루마기로 정성스레 감쌌다.
그로부터 약 350년이 지난 2001년, 아이는 거의 온전한 형태로 자신을 세상에 드러냈다. 2월 17∼24일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에서 열리는 세계 미라 학술대회에서 이 소년 미라가 처음으로 해외 학자들에게 소개된다.


● 결핵균-간염바이러스 흔적 발견

소년은 조선 중후기 양반층의 매장 방식이던 모래자갈과 회를 반죽해 목관 외곽을 둘러싼 회곽묘에 안치됐다. 회곽묘는 굴착기로 겨우 깰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고 안팎이 철저히 차단된 구조다. 발견 당시 몸 안의 기관이 뚜렷이 구분될 정도로 보존 상태가 좋았다. 남미 안데스 산이나 중앙아시아 타클라마칸 사막처럼 건조하거나 알프스 및 알타이 지역처럼 추운 지역이 아닌, 한반도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지역에서 자연 미라가 발견되는 것은 극히 드문 사례.
연구자들은 소년이 묻힌 무덤과 같은 회곽묘에서 미라가 계속 나온다는 사실에 관심을 보였다.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회곽묘의 경우 관 속에서 부패가 진행되면 산소가 소진되고 결국 혐기성 세균만 살아남는다. 이들 세균이 시신의 단백질을 분해해 관 안의 환경이 산성으로 바뀌면서 남은 세균마저 죽어 버려 부패가 더는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


● 회곽묘 매장, 외부와 차단돼 보존상태 양호

소년 미라의 뇌 촬영 사진. 다른 나라 미라와 달리 한국 미라는 머리 속에 뇌조직이 남아 있는 것이 확인됐다. 사진 제공 단국대 의대 이인선 교수
정화의식의 하나인 ‘염습(殮襲)’도 시신을 부패시키는 세균을 제거하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부경대 한국사학과 신명호 교수는 “유교 관례에 따라 죽은 사람의 몸도 온전히 보전하려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게 미라가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 연구자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또 있다. 함께 발굴된 풍부한 부장품과 사료를 활용해 구체적인 신원까지 밝힐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비석과 족보를 보면 무덤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설사 이를 확인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관 위에 이름이 적힌 경우도 많다. 이렇게 확인된 정보를 토대로 당시 기록과 관 속에서 발견된 문서를 분석하면 무덤 주인의 신원과 사망 일시를 알 수 있다.
소년 미라 발굴을 참여한 단국대 대학원 고부자 교수는 “지금까지 신원이 밝혀진 조선시대 인물만 해도 거의 100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 부장품 통해 신원-연대파악 쉬워 질병 연구 도움

소년의 부모는 애틋한 마음을 담은 ‘누비 동다리 직령포’를 지어 입혔다. 비록 소년의 신원을 밝히진 못했지만 조선 중후기 아동의 복식사를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이는 이집트 등 일부 지역의 미라를 제외하고는 신원 파악이 불가능한 다른 지역의 미라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이들 지역의 미라는 사망 시기를 ‘탄소동위원소 연대측정법’이나 유물로 추정해 알아내는 수밖에 없다.

미라는 지역이 달라도 비슷한 생물학적 특성이 있다. 몸에 아교섬유와 같은 특정 성분만 남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X선, 컴퓨터단층촬영(CT), 전자현미경 등을 활용하면 사인이나 앓았던 질병에 대한 정보까지 알아낼 수 있다.

소년 미라에서도 폐와 간, 콩팥 등 곳곳에서 결핵균의 흔적이 발견됐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간염바이러스로 추정되는 흔적도 포착됐다. 현재 이스라엘 예루살렘대와 영국 런던 칼리지 연구소에 최종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소년 미라에서 발견된 간염바이러스에 대한 강연도 있다.

또 미라는 기생충 감염, 중금속 중독, 고기(단백질) 섭취량, 담배 확산 과정 등 다양한 정보와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 단국대 의대 서민 교수는 기생충 검사를 통해 과거 한국인의 기생충 감염 실태를, 같은 과 김명주 교수는 남아 있는 미라의 뇌조직을 활용해 당시 사람들의 신경 병력을 조사하고 있다.
 
- 2001년 경기 양주시에서 발견된 해평 윤씨 소년 미라. 소년 미라는 다음 달 17일 세계 미라학술대회에서 처음으로 해외 학자들에게 소개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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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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