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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배 이야기

 

12월은 건배사의 계절이다. 동창모임, 친구모임 등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건배사다. 사석에서는 청산유수의 달변을 뽐내는 사람도 건배사에서는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짧은 시간에 임팩트를 줘야 하는데 그게 생각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희망도 담겨 있어야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간단 명쾌해야 하는 것이 건배사의 미덕이다. 그래서 건배사를 '30초의 미학'이라고 한다.  건배는 신에게 바치는 술을 서로 나눠 마시는 종교의식에서 비롯됐다. 조상에게 제사를 지낸 술로 가족끼리 음복을 하고 덕담을 나누는 것도 넓은 의미의 건배사다. 다른 일설에는 "건배"는 잔을 깨끗이 비운다는 중국 풍습에서 유래되었다고도 한다. 

 

건배를 사전적으로 풀면 "건강"행복"따위를 빌면서 서로 술잔을 들어 마시는 것을 말한다. 건배를 할 때 영미권에선 '치어스'(cheers), 일본에서는 '간빠이'(乾杯), 중국에서는 '간베이'(干杯)라고 한다. 우리는 '위하여'가 보편적인데 각종 모임에서 '건배'나 '위하여'라고 간단하게 건배사를 했다가는 분위기 망치고 감각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는 취급을 받는다. 건배사는 단순한 술자리 구호가 아니다. 건배사에도 ‘대세’가 있고 시대상이 담겨 있다. 1960, 1970년대 경제 개발 시절에는 공생(共生), 협동(協同)을 강조하는 건배사들이 많았다. ‘위하여’나 ‘우리는! (하나!)’, ‘함께! (가자!)’ 등 모임의 대표가 건배사를 제의하면 참석자들이 함께 외치는 형태였다. 다소 딱딱했던 건배사 문화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 X세대 문화가 탄생한 이후부터다. ‘빠삐용(빠지거나 삐치거나 따지면 용서하지 않는다)’, ‘오징어(오래도록 징그럽게 어울리자)’ 등 삼행시를 이용한 언어유희 형태로 차별화 하려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최근에는 불황을 극복하자는 뜻으로 ‘명품백(명퇴조심, 품위유지, 백수방지)’이나 ‘멘붕(만날 붕붕 뜹시다)’, ‘행쇼(행복하십쇼)’ 등의 개성을 강조하는 형태의 건배사가 등장했다. “가장 맛있는 라면은? A라면, B라면이 아닙니다. 당신과 (함께라면)” 식의 ‘Q&A’ 형태의 건배사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술 문화를 다룬 ‘취하는 책’을 낸 이장원 하이트진로 교육문화팀 부장은 “20대는 취업이나 솔로 탈출, 30, 40대 직장인들은 승진이나 부자 되기, 50대 이상 중장년은 건강 등 세대별로 건배사 주제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위하여' 형은 가장 간단한 형태. 건배사에 익숙하지 못한 이들도 몇 마디 말과 함께 '위하며!'를 외치면 무사히 통과한다. 건배사의 대세를 이루는 것은 삼행시의 축약 형태이다. '당나발'(당신과 나의 발전을 위하여), '소녀시대'(소중한 여러분, 시방 잔 대봅시다), '통통통'(의사소통, 운수대통, 만사형통), '마스터'(마음껏 스스럼없이 터놓고 마시자), '마무리'(마음먹은 대로 무슨 일이든 이루자), '고사리'(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이해합니다), '껄껄껄'(좀 더 사랑할껄, 좀 더 즐길껄, 좀 더 베풀껄) 등 인터넷에서 떠도는 대부분의 건배사가 여기에 속한다.

 

'스토리 건배사'는 건배사의 최신 진화 버전. 자신의 특이한 경력이나 경험, 다른 이의 역경 등을 들려주거나 책이나 뉴스를 인용한 뒤 마지막에 건배사를 제의하는 것이다. 남과 다른 건배사라서 좌중의 눈길을 끌고 뭔가 다르다는 인상을 확실히 준다. 하나, 이런 스토리 건배사는 적당히 가려서 해야 한다. 특히 자신보다 윗사람이 많은 모임에서는 스토리 건배사는 자칫 건방지고 버릇없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또 스토리가 뻔하고 재미가 없다면 오히려 분위기를 지루하게 할 수 있어 평소에 스토리 무장을 단단히 해야 한다. 스토리 건배사를 준비하기 어렵다면 차라리 '위하여'나 삼행시 형태가 본전(?)을 챙길 수 있겠다. 송년 모임에 어울릴 건배사로는 '오늘은 새 신발'(새롭게 신바람나게 발로 뛰자), '변사또'(변함없는 사랑으로 또 만납시다), '무화과'(무척이나 화려했던 과거를 위하여), '이상은/높게(잔을 높게 들면서) 우정은/깊게(잔을 내리면서) 잔은/평등하게(잔을 모으면서)', '나가자'(나라를 위하여, 가정을 위하여, 자신을 위하여), '오행시'(오늘도 행복한 시간되세요), '진달래'(진하고 달콤한 내일을 위하여) 등이 있다.

 

나이나 건강과 관련해 '나이야, 가라'(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9988/234'(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 2, 3일만 앓고 가자), '원더걸스'(원하는 만큼 더도 말고 걸러서 스스로 마시자)가 있다. 남녀가 같이 있는 자리에서는 '당나위'(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을 위하여), '남존여비/여필종부'(남자의 존재의미는 여자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며 여자는 필히 종부세를 내는 남자와 결혼하라), '우아미 우거지'(우아하고 아름다운 미래를 위하여 우아하고 거룩하고 지성미 있게) 등이 괜찮다. 하지만 성적인 표현이나 해석에 따라 오해를 사는 건배사는 금물이다. '지화자'(지금부터 화끈한 자리를 위하여), '단무지'(단순 무식하게 지금부터 즐기자), '니나노'(니랑 나랑 노래하고 춤추자), '거시기'(거절하지 말고 시키는 대로 기쁘게 놀자), '오징어'(오래도록 징그럽게 어울리자) 등은 자리를 가려서 써야 한다. 영어버전은 ‘원 샷’, 불어버전은 ‘마셔부러’, 중국어 버전은 ‘소취하 당취평’(소주에 취하면 하루가 행복하지만 당신에게 취하면 평생 행복하다) 이란다.

 

에피소드 두 가지, 2010년 11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앞둔 강원도 속초시의 한 만찬장. 이 자리에서 당시 경만호 대한적십자사 부총재는 건배사로 '오바마!'를 외쳤다가 구설에 올랐다. 경 씨는 오바마 건배사를 '오빠, 바라만 보지 말고 마음대로 해'라고 풀이했다. 그의 건배사가 물의를 일으키면서 결국 경 씨는 부총재 자리를 물러났다. 무심코 한 건배사가 화근이 되었다.  지난해 12월 송년회에 참석했던 중소기업의 A 부장도 건배사 때문에 혼쭐이 난 기억이 있다. A 부장은 건배사로 '성공과 행복을 위하여'를 줄인 말이라며 '성행위'를 외쳤다. 다음 날, 회식에 참석했던 여직원이 사내 홈페이지에 '부끄럽고 불쾌했다'고 글을 올리면서 A 부장은 공개 사과를 했고 경위서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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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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