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그리워하는 것 지겹습니다. 서럽고, 원망스럽고, 분합니다…" ▶지난 10일 오후 1시 30분쯤 부산 해운대구 좌동 한 아파트 김모(여·35)씨의 집. 김씨가 안방 침대 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은 미라처럼 말라 있는 상태였다. 법원 집행관이 아파트 주인의 요청으로 세입자 강제퇴거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잠긴 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김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김씨의 수돗물 사용량이 거의 없어진 지난해 6월 10일쯤 김씨가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 동안 숨진 상태에서 방치되고 있었던 것이다. 김씨는 반바지와 반팔 티를 입은 상태였다. 아파트 주인은 김씨에게 계속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아 강제퇴거를 위한 절차를 법원에 신청했고, 이날 법원 집행관이 부동산 인도 고지를 하기 위해 들렀다가 숨진 김씨를 발견한 것이다. 방 안에서는 김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피운 것으로 보이는 착화탄과 처지를 비관하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김씨는 유서에서 "이게 나의 마지막 만찬, 씁쓸합니다…. 어차피 혼자인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저에겐 충격…. 부디 이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 주세요…. 저도 그리워하는 것 지겹습니다. 서럽고, 원망스럽고, 분합니다…"라고 말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도 감추지 않았다. 김씨는 "저도 엄마가 있어 태어났을 텐데 늘 얼굴도 모른 채 그리워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15년 전 가출을 한 이후 아버지나 형제 등 가족들과 연락을 거의 하지 않았다. 유족은 경찰 조사에서 "일 년에 한두 번 연락하곤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종종 주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 사람을 두루 사귀는 성격이 아니었는지 주변에 챙겨줄 사람도 별로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때 김씨는 남자친구가 있었으나 헤어진 뒤 혼자 생활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고, 이후 특별한 직업도, 주변 사람들과 교류도 없었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아파트 이웃 중에도 김씨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2009년 10월쯤부터 이 아파트에 살기 시작했는데 2011년 3월부터 최근까지 아파트 관리비만 300만원쯤 밀려 있었다. 월 50만원인 100㎡가량 아파트의 월세도 1000만원 가까이 밀려 있었다. 휴대전화는 요금을 내지 못해 지난해 5월 초부터 사용이 정지된 상태였다. 11일 오후 오랫동안 아무도 찾지 않은 듯 김씨의 집 현관문에는 관리비 독촉장, 법원의 집행명령 스티커, 단수를 알리는 종이 등이 여기저기 붙어 있을 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