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매하는 사찰 옥천 대성사, 전국서 모인 남녀 1000명… 서로 짝 찾으며 즐거운 한때 ▶"백년해로할 배필을 찾아 드립니다. 부끄러워하시면 안 돼요. 나오셔서 함께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나눠보세요." 16일 오후 2시 "중매하는 사찰"로 유명한 충북 옥천군 옥천읍 교동리의 "대성사". 평소 고요하기만 한 이 태고종 산사가 몹시 부산스러웠다. 넓은 대웅전 앞마당은 젊은 남녀 1000여명으로 인산인해였다. 무대에선 노래와 장기 자랑이 이어졌다."선남선녀 인연 맺기 특별 법회"에 참석한 남녀는 500여쌍. 3년 전 이와 비슷한 대성사 행사가 인연이 돼 결혼한 통기타 가수 이용열씨와 국악가수 권미희씨가 공연도 하고 사회도 보며 남성 3~5명씩을 무대로 불러올렸다. 남성들은 자기소개를 했다. 남성이 마음에 드는 여성은 손을 들었다. 사회자가 여성들 표정을 보고 남성과 연결해 주기도 했다. 처음 연결된 한 쌍이 가을 분위기 물씬한 사찰 주변을 함께 거닐었다. 몇 쌍은 차로 한 시간 거리인 정지용 생가 등으로 나가 데이트했다. 법당 안에서는 "대성사의 커플매니저" 혜철(53) 주지 스님이 행사를 진행했다. 혜철 스님은 "스스로를 낮추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만 있으면 모두 좋은 배필을 만날 수 있다"고 설법했다. 전북 익산에서 온 김모(여·35)씨는 "쑥스러웠지만 용기를 냈는데 분위기가 밝고 즐거웠다"고 했다. 함께 얘기 나누던 최성환(41·충남 당진)씨는 "일에 쫓겨 살다 보니 혼기를 놓쳤다"며 "오늘 세 번째 참석했는데 여기서 꼭 결혼 상대를 잡겠다"고 했다. 행사는 오후 5시까지 이어졌다. 이날 하루 40여쌍이 데이트까지 이르렀다. |
대성사가 처음 중매에 나선 것은 2005년 2월. 옥천군 내 농촌 총각들을 짝을 지어주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카페(http://cafe.daum.net/dasungsa)를 개설하고 신청자 등록을 받았다. 하지만 계획은 빗나갔다. 농촌 총각과 만나려는 여성이 없었다. 방향을 틀어 도시 총각으로 확대했다. 물론 결혼 정보회사와 달리 무료다. 대성사는 이후 매달 한 차례 30쌍 정도씩 중매했다. 지금까지 5000여쌍의 만남을 주선했다. 이 중 715쌍이 결혼했다는 게 대성사 측 집계다. 결혼 사실을 사찰에 알리지 않은 커플도 있을 것이므로 실제는 더 많을 것이라 추측한다. 현재 카페엔 남성 5000여명, 여성 560여명이 등록했다. 16일 행사는 등록자들을 최대한 모은 특별 중매였다. 카페지기인 혜철 스님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많은 남녀를 결혼시켜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 일을 해왔다"며 "2세를 데리고 와 인사하는 부부를 볼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