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보험사를 통한 상조 예·적금, 보험상품과 연계 관련 장례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조업계가 은연 중 비상이 걸려 있다. 금융회사들이 마케팅력, 브랜드 인지도 등을 동원해 자사 금융상품을 판매하면서 상조시장 확대에 일조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론 상조시장에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엄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조업계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기업은행과 우리은행, 교보생명, 대한생명 등에서 출시한 관련 상품이 고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IBK 상조 예·적금"은 지난 6월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6만계좌를 훌쩍 넘어섰다. "우리상조세이프예금"도 1년이 안 되는 기간에 40만명 가까운 고객이 400억원가량을 예치했다. 종신보험에 상조서비스를 곁들인 "교보행복한준비보험"은 출시 한 달 만에 가입고객이 2만명을 넘어섰다. 금융상품에 가입한 고객은 해당 금융사와 제휴한 상조회사에 연락, 상품을 선택한 뒤 따로 가입신청을 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상조상품이 월 납입식인 데 비해 이들 상품은 후불제로 장례를 치른 후 정산하면 된다. 금융회사와 상조회사가 제휴해 내놓은 융합상품이라 소비자는 매달 내야 할 회비 부담이 없고 일정 기간 고정된 금액에 장례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 일부 상품은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한 예로 J상조, A상조와 제휴해 선보인 "IBK 상조 예·적금"은 고객이 상조상품 가입 시점부터 7년까지 동일한 가격으로 장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총 금액의 5%를 할인해준다. J상조는 360만·480만·600만원 상품을, A상조는 360만·540만·720만원 상품을 각각 내놓았다.그런데 문제는 금융과 연계한 이들 상조상품이 상조회사들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금융기관들이 영업을 대신해 주고 회원 수를 늘려주는 것은 상조회사들엔 득이다. 하지만 잃는 것도 만만치 않다. 한 대형 상조회사 관계자는 "일반 상조상품과 달리 매달 고객들로부터 돈을 받아 자체 운용을 통해 물가 상승에 따른 대응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랜 기간 고정된 비용으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은 (상조회사들엔) 상당한 불이익"이라며 "한마디로 돈은 누가 받고 서비스만 해주는 꼴"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대형 상조회사 대부분은 이런 이유로 금융권으로부터의 제의를 모두 거절한 상태다. 특히 보험과 연계한 상조상품은 양도·양수가 불가능하고 피보험자가 사망했을 때에만 장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상조사들이 이익 실현을 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또 다른 대형 상조회사 관계자는 "상조사들이 금융권의 힘을 빌려 눈앞에 있는 회원 확보에만 열을 올리다 보면 향후 장례서비스회사로 전락하게 되고 결국 사업기반을 잃어버리는 결과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