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문화체육부 김선회 기자와 사진팀 김종택 기자가 중국, 일본, 베트남 황릉을 답사한 "아시아의 왕을 만나다"를 펴냈다. 그동안 국내에 부분적으로나마 중국의 황릉이 소개된 바 있지만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중국, 베트남, 일본 황릉을 전부 묶어서 국내에 소개한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아시아의 왕을 만나다"는 지난해 동명의 제목으로 경인일보에 연재됐던 특집 시리즈를 새롭게 편집한 것으로, 신문의 지면 제약 때문에 소개되지 못했던 황릉 및 추가적인 내용들과 함께 미공개 컬러사진 200여컷을 함께 실었다. 황릉(皇陵)은 단순히 황제나 황후의 무덤이 아니라 당시의 역사, 조경, 장례, 민속 나아가 풍수문화가 복합된 문화유산이다.이 책은 능의 주인인 황제의 업적과 과오는 물론 역사적 맥락과 함께 당시의 경제, 사회, 문화상을 살펴보면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황릉의 조성과정과 숨겨진 이야기까지 쉽고 재미있게 풀어나가 많은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시킨다. |
중국편에서는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제, 거지에서 황제에까지 오른 명 태조 주원장,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명나라의 영락제와 만력제, 대청제국의 기틀을 마련한 누르하치와 홍타이지, 청나라를 최강의 제국으로 만든 강희제와 건륭제, 아울러 청의 멸망을 재촉한 서태후의 능이 등장한다. 그리고 베트남편에서는 세계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프랑스의 꼭두각시가 될 수밖에 없었던 베트남의 뜨득 황제와 카이딘 황제의 능도 돌아본다. 마지막으로 일본편에서는 류큐 왕국을 건설했던 쇼씨 왕조의 무덤인 타마우둔(玉陵)을 답사해 일본 본토와 전혀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진 류큐 왕국에 대해 새롭게 조명했다. 저자는 이들 황릉 답사를 통해 명·청대를 거치면서 정착된 황릉양식이 같은 한자 문화권이었던 조선과 베트남, 일본에까지 영향을 끼쳤음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문물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 아님을 지적하며 조선은 조선대로, 일본과 베트남 역시 나름대로의 독특한 양식과 철학을 바탕으로 황릉을 조성했음을 기자의 눈으로 밝히고 있다. 중국 시안(西安)의 명물인 병마용이 원래는 사람의 실제 모습처럼 채색이 돼 있었다가 빛이 바래버린 이야기, 중국 고고학사의 신기원을 이룩한 명십삼릉의 정릉(定陵)이 문화대혁명의 회오리에 무참히 파괴된 이야기, 온갖 보석으로 치장된 서태후의 무덤이 군벌 손전영에 의해 도굴되고 시신은 처참히 버려진 사건, 프랑스 지배하에 희비가 엇갈린 삶을 살았던 베트남 황제들의 무모한 황릉 건설, 그리고 일본과 전혀 다른 문화를 형성했던 오키나와인들의 독특한 장례문화와 타마우둔의 조성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