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서 600년전 "회례연" 재현… "세종, 하늘의 소리를 듣다" ▶조선이 세워진 지 40여년. 불협화음을 내던 정국은 1418년 보위에 오른 세종 덕에 비로소 알맞은 화음을 내기 시작했다. 정치뿐 아니라 음악적 화음도 비로소 본격적으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당시 국가제례·궁중예연·사신접빈 등에는 반드시 음악이 들어갔다. 세종은 예(禮)와 악(樂)으로 나라의 질서를 바로잡은 임금이었다. ◆조선의 음악을 "시무식"에서 1424년(세종 6년) 세종은 문신이자 음률가인 박연에게 악학별좌(樂學別座)라는 벼슬을 내렸다. 흩어진 음악책을 정리하고 잃어버린 곡을 되살리기 위해서였다. 여기에는 맹사성·정인지 등 당대의 석학과 과학자 장영실도 끼었다. 세종은 박연에게 안장 얹은 말을, 장인(匠人) 130명에게는 쌀을 내려 독려했다. 그 결과 종 16개를 2단 나무틀에 매달아 놓고 쇠뿔로 쳐서 소리를 내는 편종(編鐘), ㄱ자 모양의 돌 16개를 2단 나무틀에 매달아 놓고 치는 편경(編磬) 등이 발명됐다. 음의 높이와 길이를 정확히 표현한 악보(정간보)도 탄생했다. 매년 1월 1일 임금과 문무백관이 한자리에 모여 여는 회례연(會禮宴)은 오늘날의 시무식과 비슷하다. 그중에서도 1433년(세종 15년) 경복궁 근정전에서 열린 회례연은 지난 9년간 음악을 집중 육성한 세종의 꿈이 첫발을 내딛는 특별한 시무식이었다. 신하들은 임금에게 총 9잔의 술을 바쳤다. 240여명의 악사, 160여명의 무용수는 술잔이 하나씩 올라갈 때마다 9년간 집대성한 아악·당악·향악과 최고급 궁중무용을 고루 선보였다. |
오는 28·29일 오후 4시 경복궁 근정전에서 열리는 "세종, 하늘의 소리를 듣다"는 600년 전 이날의 회례연을 재현한 것. 개원 60주년을 맞은 국립국악원(원장 박일훈)이 2008년 예술의전당에서 초연한 무대를 본래 장소로 끌어내 감동을 전한다. 세종실록·국조오례의·악학궤범 등을 토대로 악기의 종류와 편성, 악대 위치, 연주자 복식 등을 복원했다. 150여명의 악사·150여명의 무용수가 60분간 15세기 궁중예술을 펼쳐낸다. 사용하는 악기와 소품·의상만 5t 트럭 8대 분량이다. 동원되는 악기는 총 66가지. 두 번째 술잔을 올리는 2작(爵)에서 무용수들이 무무(武舞)를 출 때 순·탁·요·탁·응·아·상·독이라는 타악기 연주자 8명도 함께 등장한다. 크고 장식이 화려한 건고(建鼓)는 연회에서 반드시 연주됐지만 기록만 있고 실제 전승되지는 않았던 우리 북. 2008년 복원 이후 이번 공연에서 처음 연주된다. ◆관객 위한 상세한 설명 곁들여야 전통예악의 보는 재미를 살렸다는 칭찬과 관객, 특히 외국인을 고려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공존한다. 국립국악원이 풀어야 할 숙제다. 대본을 쓴 극작가 남동훈씨는 당시 악공의 심정을 일기로 상상해서 썼다. ""국왕 전하 납시오"라는 소리가 들린다. 등줄기가 쭈뼛해진다. 취구에 입술을 댄다. 한 번 고른 숨을 후~욱 하고 불어 넣는다. 내 소리가 울려 퍼진다. 동료들의 숨소리도 함께 얹혀진다. 모든 악기들의 소리가 천지간에 울려 퍼진다. 까마득한 곳으로 날아가는가 싶더니 어느덧 하늘에 오른 기분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