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년 동안 땅속에서 숨 쉬던 ‘잃어버린 피라미드’ 17기가 최근 발견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지원을 받은 앨라배마 대학의 사라 파캑 교수 연구팀이 인공위성에서 지구를 촬영한 적외선 사진을 분석해 땅속에 묻혀 있는 고대 이집트 유적 상당수를 찾아내는 쾌거를 이뤘다. 연구팀은 700km상공 궤도에서 이집트 유적 밀집지역인 사카라와 타니스를 촬영한 인공위성 적외선 사진들을 분석했다. 사진은 지구표면 지름 1m까지 초점을 좁혀 나타냈기 때문에 지표면 아래 구조물의 윤곽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발굴이 아닌 자료 분석만으로 파캑 연구팀은 땅속에 묻힌 고대 무덤 1000기, 거주지 유적 3000곳 그리고 피라미드 17기의 존재를 발견했다. 피라미드 17기 가운데 2곳은 발굴 작업을 끝내 그 존재가 사실로 확인됐다. 위성사진 분석을 통한 연구방법론은 영화 ‘인디애나 존스’처럼 고고학자들이 모험을 펼치며 직접 유적을 찾아다닐 필요가 거의 사라졌다는 걸 의미한다. 우주과학기술 발전이 고고학 연구를 진일보하게 한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기원전 3000~2000년에 건축된 이집트 피라미드 가운데 현재까지 발견 혹은 발굴된 건 135기에 불과하다 연구팀은 “피라미드와 유적 등이 나일강 퇴적물 밑에 수천개 존재할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의 작업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
▶인공위성 적외선 촬영은 토양의 밀도 및 온도 등의 차이를 이용해 땅속의 상황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기술이다. 위성영상 전문가인 연세대 허준 교수(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는 "예를 들어 지하에 유적이 있어 토양 깊이가 얕은 곳은 위성영상에서 어둡게 보이고 토양이 깊은 곳은 밝게 보인다"며 "위성으로 땅속을 직접 보는 것이 아니라 땅속 물질로 인해 달라지는 적외선의 반사형태를 보고 유적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위성이 촬영한 적외선 사진을 일반인들이 판독하기는 어렵고 훈련된 연구자들만이 지하 구조물의 존재를 식별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하에 벽돌처럼 흙보다 단단한 물질이 있으면 역시 적외선 반사율이 달라진다. 이번에 앨라배마대 연구진도 적외선 영상을 보고 지하에 벽돌 구조물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상률 위성연구본부장은 "온도를 감지하는 열적외선을 사용하는 위성영상이라면 같은 지하라도 밀도가 높은 물질이 있는 곳이 온도가 높아 적외선 영상에서 밝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지하 유적을 찾는 또 다른 방법도 있다. 위성에서 레이더파를 지구에 쏘는 것이다. 이상률 본부장은 "레이더파의 주파수가 낮으면 지표면을 뚫고 들어가 지하에 있는 물체의 영상을 보여준다"며 "과학위성으로 행성의 지하를 탐사하거나 군사위성으로 지하에 숨겨진 군사시설을 찾을 때 이 방법을 쓴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올 8월 레이더파를 이용하는 아리랑 5호 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다. 지하자원을 찾을 때는 위성에서 다양한 파장의 가시광선을 쏜다. 이를테면 가시광선을 구성하는 파장 중 파란색 파장이나 빨간색 파장을 따로 쏘는 식이다. 이 본부장은 "사진을 찍으면 바다와 땅의 반사형태가 다르듯, 광물마다 반사하는 파장이 다르기 때문에 반사형태를 보고 어떤 자원이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알루미늄이 있으면 A 파장을, 우라늄이 묻혀 있으면 B 파장을 반사하는 식이다. |
▶인공위성이 촬영한 적외선 사진 분석을 통해 이집트 나일강 유역 땅속에 묻힌 피라미드 17개를 찾아낸 새라 파캑<사진> 앨라배마대학 교수는 BBC 인터뷰에서 "새로운 기술을 통해 고대 유적의 크기와 규모에 대해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중요한 관점을 얻을 수 있다"며 "우주과학기술이 이를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메인주 출신으로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고고학과 이집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파캑 교수는 2003년부터 인공위성 적외선 사진을 통해 고대 유적을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인공위성 적외선 사진 분석 기술을 활용하게 되면서 고고학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기존 고고학은 유적의 존재를 문헌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없을 때 발굴을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새 기술을 활용해 주요 유적지를 선택적으로 집중 발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파캑 교수는 지금까지 알려진 이집트 고대 유적은 땅속에 묻혀 있는 전체 유적의 0.01%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위성 적외선 사진을 통해 고대 이집트 유적의 전체 지도를 그리는 것을 학문적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구 언론과 이집트 당국도 흥분하고 있다. 영국 방송 BBC는 "이집트의 잃어버린 도시들"이라는 특별 프로그램을 편성해 오는 30일 방영하기로 했다. 이집트 당국은 미래의 국가 유적들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이다. 마구 행해져 온 도굴을 막기 위해 집중적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지역도 이 기술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파캑 교수는 적외선 사진 분석 기술이 과학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에게 꿈을 주고 전 세계 고고학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새 기술의 중요성에 대해 고고학자의 힘겨운 모험을 그린 해리슨 포드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인디애나 존스"를 빗대 말했다. "인디애나 존스는 옛날 학자입니다. 우리는 그로부터 떨어져 나왔어요. 미안해요, 해리슨 포드!" |
▶대 피라미드 내부 ‘붉은 이미지’ 촬영 성공 ▶이집트 기자의 대 피라미드 내부로 로봇을 보내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연구팀이 드디어 성과를 거두었다. 26일 뉴사이언티스트 등 해외 언론들이 전한 바에 따르면, 로봇은 숨겨진 방에 들어가 바닥에 적힌 글 내지 그림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붉은 색으로 그려진 이미지의 정체는 무엇일까. 낙서일까. 종교적 상징일까. "가분수 외계인"이라는 억측도 뒷받침할 모양새다. 지난 4500년 동안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방 속에 촬영된 이미지의 뜻을 해독해낸다면 고고학적으로 대 사건이 될 것이라고 언론들은 전했다. 이번에 대 피라미드 내부 촬영에 성공한 연구진의 명칭은 제디 팀. 이집트 문화재청과 영국 리즈 대학 기술진은 소형로봇 ‘제디봇’을 개발해 피라미드 내부를 탐사해왔다. 제디는 기원전 2560년 경 기자 지구 피라미드 건설에 조언을 했던 마법사의 이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