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부하직원인 신랑 A씨(28)와 전문번역가인 신부 B씨(28)를 위해 주례를 맡은 이성용 베인앤컴퍼니 대표(48·사진)의 "역발상" 주례사가 시작된 것이다.이 대표는 표지를 지나 애니메이션이 곁들여진 첫 슬라이드부터 주례사의 통념을 깼다. 자신이 분석한 이혼의 원인부터 제시한 것이다. "OECD와 국내 통계를 찾아보면 결혼의 파국, 즉 이혼을 가져오는 원인은 크게 세 가지 입니다. 시댁이나 처가 식구와의 소통 부재, 부부간의 성격 차이, 경제적인 부담이 그것이죠. 이 세 가지만 지혜롭게 관리한다면 성공적인 결혼생활, 즉 노년까지 이혼 없는 결혼이 가능합니다." 평소 기업과 조직의 문제점을 족집게처럼 짚어내 처방전을 제시하는 그의 조리 정연한 발표에 어수선하던 결혼식장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하객들은 말 그대로 발표에 "몰입"했다. 이 대표의 발언이 이어졌다. "독신 남녀는 공동생활을 한 경험이 없어 상대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 결혼을 하면 통계적으로 독신 때보다 7배에 이르는 경제 부담을 집니다. 이런 문제를 작게 여기는 까닭에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OECD 국가들 가운데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높습니다."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해법도 여느 주례사처럼 "사랑, 인내 그리고 용서"가 아니었다. 그는 "전체 가족이 아니라 처가, 친가 부모님과 1대1 대화를 정기적으로 갖고 부부끼리도 통장은 2개로 관리하며, 서로 베풀고 받는 것의 대차대조표를 만들라"고 충고했다. 결혼생활의 권태기를 극복하는 방법으로는 "직장, 가족, 경제생활 등 분야별로 결혼생활의 연령대별 목표를 만들어 실천하라"고 제안했다. 애니메이션과 경제용어, 사례까지 버무린 이 대표의 성공결혼 제안에 신랑, 신부는 물론 하객들도 "마음에 와 닿는 내용이 많았다"고 호평했다. 결혼식에 참석했던 한 하객은 "마치 신혼부부와 함께 결혼컨설팅을 받는 느낌으로 재미있게 들었다"고 말했다. 한 경영전문가의 역발상이 바꾼 결혼식 풍경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얼마나 관습과 형식에 구속받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