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주례 수요 1주 1400건 朱子家禮 등 공부에도 열심 ▶25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구민회관 소강당 단상에서 정장 차림의 윤광진(65)씨가 준비한 주례사를 읽고 "신랑 신부 경례"라고 외쳤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한국주례전문인협회 정태환(56) 사무총장이 윤씨에게 "자세가 구부정했어요. "경례" 구령도 좀 천천히 해야 합니다"고 지적했다. 단상 앞좌석에 앉아 있던 백발이 성성하거나 머리숱이 적은 남자 40여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노트에 메모했다. 이들은 한국주례전문인협회가 24일부터 3일간 진행하는 "제19기 혼례지도(주례) 전문 교육"에 참가한 수강생들이다. 대부분 수십년 직장생활을 하다 은퇴한 사람들이다. 지난 2005년 35년간 공직생활을 마치고 퇴직한 윤씨는 작년 10월 우연하게 주례를 한 뒤 지금까지 80여차례 주례를 섰다. 윤씨는 "주례가 용돈도 벌고 은퇴 이후 새로운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됐다"며 "이왕 주례를 선다면 보다 잘 해보고 싶어 전문 교육을 받기로 했다"고 했다. |
은퇴자들이 주례 교육에 몰리는 것은 최근 들어 전문 주례인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정태환 사무총장은 "요즘 결혼식장에 가보면 90% 이상 전문 주례인이 주례를 본다"면서 "서울의 경우 봄·가을철 성수기엔 전문 주례인들이 하는 주례가 1주에 1400건 이상이나 된다"고 했다. 그는 "전문 주례인들은 신랑·신부 요구사항을 미리 파악해서 알찬 내용으로 주례를 한다"면서 "다들 바쁘게 살다 보니 개인적으로 주례를 모시는 것이 힘들어 전문 주례인을 찾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교장, 대학교수, 외교관, 언론인, 기업가 등 전문 주례인들의 경력도 다양하다. 협회에 따르면 과거에는 교장 출신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았으나 요즘은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외교관이나 신뢰감을 주는 언론인 출신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전문 주례인들이 늘어나면서 경쟁도 심해지고 있다. 한 주에 7~8번 주례를 서면서 한 달에 100만원을 버는 전문 주례인이 있는가 하면 한 달에 주례 2~3번 서는 사람도 있다. 젊어 보이기 위해 가발 쓰고 염색도 하고, 빨간 넥타이를 매기도 한다. 언론인 출신 전길완(63)씨는 "매일 TV와 신문을 보면서 신세대 감성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전직 목사인 임성송(65)씨는 "좋은 문구를 주례사에 넣기 위해 사서오경(四書五經)을 매일 읽는다"면서 "주자가례(朱子家禮)도 구해서 볼 계획"이라고 했다. [조선닷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