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경기침체 여파와 매장 대신 화장(火葬)이 증가하면서 묏자리가 대량으로 매물로 나오고 있다. 플로리다주 타이투스빌에 거주하는 82살의 클린턴 레몬즈 부부는 30여년전 구입해놓은 동네 공동묘지 묏자리를 2년전부터 매물로 내놨지만 팔리지 않고 있다. 묘지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특히 경기침체로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이미 구입해 놨던 묏자리를 시장에 내놓는 경우가 많아 구매자가 주도하는 시장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 남부 지방에서 묘지 판매사업을 하는 추우씨는 "언제라도 판매할 수 있는 묏자리가 1천여개 있다"면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미국판 온라인 벼룩시장인 `크레이그 리스트"에는 미 전국 각지에 5천여개의 묏자리 매물이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나와있는 상태이다. 이처럼 묏자리가 매물로 많이 나온 배경에는 경기침체로 급히 돈이 필요한 경우 외에 최근들어 미국인들 사이에 전통적인 매장 대신 화장을 선호하는 추세도 작용하고 있다. 북미화장연합회(CANA)의 존 로스 회장은 묏자리와 관(棺), 매장비용 등 장례비용이 대폭 오른데다 화장 등 친환경 장례방식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점이 묘지가 많이 매물로 나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그리스 정교회와 이슬람 및 유대교는 화장을 인정하지 않지만 일부 기독교 및 가톨릭 단체들이 화장을 수용하는 경향을 보이는 등 종교관이 변화하는 점도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 2007년의 경우 미국에서 사망한 250만명 가운데 32%가 화장을 선택해 화장비율이 29.5%에 그쳤던 2003년에 비해 대폭 증가했다. CANA는 화장비율이 2008년에는 36%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2015년에는 44%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묘지 공간이 부족한 뉴욕 등 대도시 지역을 제외하고 나머지 지역의 공동묘지들은 화장터 운영과 납골당 설치 등을 통해 적자를 타개해 나가고 있다. 특히 일부 장의사들은 화장을 하더라도 별도로 추모식을 해주거나 유골을 뿌린 곳에 추모공원을 설치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전미장의사협회에 따르면 매장을 할 경우 관 구입비용까지 합해 평균 7천300달러 이상 소요되는 반면, 화장을 하면 보통 1천650달러 정도가 든다. |